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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제가 한 번에 낫게 해줘야 되는데 그렇게 못 해 드려서 미안해요."
"아휴 괜찮아요. 원장님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내 몸이 안 낫는 거지."


동네 이웃을 만난 것처럼 친근함이 느껴지는 대화다. 흔히 볼 수 있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파주 작은 동네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권해진 원장은 진료를 볼 때 환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환자와 서로 소통해야 약에 대한 효과도 훨씬 더 좋아진다"고 말하는 권 원장은 환자의 평소 생활 습관,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며 아픈 원인을 찾아낸다.

진료를 시작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진료실을 나오게 되는 일반 병원과 달리 권 원장의 한의원은 아픈 곳부터 생활 습관, 병에 대한 고민까지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신뢰도 함께 쌓인다. 진심 어린 권 원장의 진료 덕분인지 한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빠른 변화가 없더라도 한의사를 탓하지 않는다. 권 원장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환자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 <우리 동네 한의사>는 동네 한의원을 운영하는 권해진 원장이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환자들을 생각하는 권 원장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그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지난 8월 7일 파주의 한 한의원에서 권해진 원장을 만나봤다.
  
"오면 기분 좋은 한의원이면 좋겠어요"
 
권해진 한의사
 권해진 한의사
ⓒ 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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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굉장히 유쾌한 스타일이라 환자들이 맨날 오면 그 얘기를 해요. '원장님 인사 듣고 나면 하루가 그냥 기분이 좋아져' 이런 얘기요. 저는 환자들이 오시면 톤을 좀 높여서 말하려고 노력해요. 어머니 오셨어요~(상냥하게) 이렇게요. 아파서 와도 밝게 인사하고 이야기하면 기분 좋잖아요."

권 원장은 대학생 때부터 '방문하면 기분 좋은 한의원'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한의대 본과 시절 '어떤 한의원을 하고 싶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찾아오면 기분 좋은 한의원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학생들이 명의를 목표로 할 때 권 원장은 환자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한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다쳤는지 그 과정도 재미있게 이야기하려면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길 가다가 넘어진 사연도 되게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잖아요. 제가 재미있는 사람이니까 환자들도 오면 재미있게 이야기해줘요."

권 원장의 꼼꼼하고, 유쾌한 진료 덕에 멀리서 한의원을 찾아오는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권 원장은 각자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가까운 한의원에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한의사를 찾아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쯤 한의원에 오고 싶은 분이 있다면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동네에 가까운 한의원 가운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한의사를 찾아보세요. 꼭 있습니다. 그리고 자주 가서 통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자기만의 주치의를 가질 수 있습니다." - <우리 동네 한의사> p.56
 
단골 미용실이 있는 것처럼 모두에게 믿을만한 단골 한의원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권 원장의 바람이다.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한의원을 확장하고 인구가 많은 대도시로 병원을 옮기고 싶은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권 원장에게 도시에서 한의원을 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저는 도농 복합도시에서 한의원을 하는 게 목표였어요. 너무 도시는 인간미가 떨어져요. 저희 한의원에는 환자들이 아이스크림, 취나물, 방울토마토 같은 걸 가져와요. 어떤 날은 환자분들께서 채소나 음식을 많이 가져오셔서 먹을 게 넘쳐나는 날도 있어요. (환자들이) 정이 많아요. 도시는 너무 삭막하고 그래서 저는 이 정도 위치가 딱 좋은 것 같아요."

권 원장이 건네는 따뜻한 안부와 환자들의 오고 가는 정이 정감 있는 한의원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해지고 나면 까탈스러운 환자는 없어요"
 

권 원장은 다수의 환자들이 내원하기 전, 자가적 진단을 하고 온다고 한다. 진단이 이루어질 때 환자 스스로 공부한 병명으로 의사에 대한 신뢰성을 확인한다.

"우리에게는 전문서적에 나오는 병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소아과 책을 보면 아기의 기저귀를 교체할 때 고관절이 잘 빠진다고 해요. 제 아이도 그러지 않을까, 저도 모르게 아이의 다리 길이를 맞춰보거든요."

권 원장은 <우리 동네 한의사>의 내용 중 30대 초반 남자가 내원했을 때를 상기했다. 환자는 발목을 삐끗하고, 인터넷에서 냉찜질을 하라는 처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이후 정형외과에 갔지만 엑스레이만 찍고 바로 깁스를 권유했다고 한다. 한여름의 깁스가 싫고, 불편해서 한의원을 찾아왔다.
 
30대 초반 남자 환자는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한의원에 왔습니다. (중략) 환자는 순순히 양말을 벗고 두 발을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오른쪽 발은 그냥 한눈에 봐도 깁스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인터넷에서 라이스R.I.C.E 그거 찾아보신 거지요?"
"예, 레스트Rest, 아이스Ice, 컴프레션Compression, 엘리베이션Elevation이요."

"환자분 영어 발음 들으니 제 귀가 시원해지네요. 저는 그냥 콩글리쉬로 설명 드릴게요. 레스트는 쉬라는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다친 부위 근육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 깁스를 많이 합니다."
- <우리 동네 한의사> p.116~117
 
또한 권 원장은 까탈스러운 손님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런 손님은 커피숍이나 식당 등 어디에 가도 있어요"라며 업무 스트레스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스트레스 받으면 이 일은 못해요. 저는 사람을 좋하하는 편이기 때문에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가장 친한 세 명에게 떠들고 나면 해결돼요. 보통 그러고 나면 안 좋은 상황도 잘 잊어버리게 돼요. 그래야 다음 환자를 대할 때도 편해요. 처음에는 까다로운 환자여도 친해지고 나면 괜찮아요. 결국, 서로 몰라서 의심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들 오해하는 거니까요." 

권 원장의 한의원에는 CCTV가 없다. 오히려 그런 요소들이 서로를 불신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가끔 사고가 났을 때는 고민하기도 한다.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뭐가 있을까요. CCTV를 달았을 때, 우리 간호사 선생님들이나 환자들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달 의향은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우리 한의원 신발장에 브랜드 신발이 있어요. 당시 내원을 한 환자가 신고 왔었는데, 다른 환자가 바빴는지 자신도 모르게 신고 나간 거예요. 결국에는 당일 장부를 전부 확인하고 찾았어요. 신발의 주인은 어차피 허름한 거 버려도 상관없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음에 찾아가기로 했어요. 그때 CCTV를 설치할까 고민했어요."


권 원장은 의사의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 희망을 보여준 게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 인기 직종에 몰려들기 마련이다. 의대생들 또한 전공을 선택할 때 인기 전공에 몰려드는 것이 다수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굉장히 좋은 드라마예요. 동료랑 드라마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들 현실과 다르다고 해요.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 속 의사가 없지는 않아요. 적지만 분명히 있어요. 이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돈만 바라는 의사가 될 거냐, 정말 기술만 좋은 의사가 될 거냐, '돈은 모르겠고 난 정말 수술을 잘해' 이런 의사가 될 거냐, 그게 아니라 따뜻한 의사가 될 거냐. 이런 선택의 기준에 있어서 한 가지 희망의 끈을 보여준 게 슬의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표본을 준 게 저는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동네 한의사 - 마음까지 살펴드립니다

권해진 (지은이), 보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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