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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견당 외부를 8월 26일에 직접 찍은 사진
▲ 강원도 영월의 조견당 전경 조견당 외부를 8월 26일에 직접 찍은 사진
ⓒ 이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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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끝자락에 영월로 떠나는 길은 불안했다. 오락가락 빗방울에 질척거리는 대지는 모처럼 나선 고택으로의 여정이 험난함을 예고했다. 하지만, 영월 조견당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청량리에서 제천까지 KTX로 1시간, 제천에서 자동차로 약 30분(20km)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이번 여정은 여행이 아닌 출장이어서 솔직히 부담감도 있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한옥고택관리사 협동조합이 함께하는 "한옥고택관리사" 현장 견학 출장이었다.

강원도 영동지방의 대표적인 고택이 강릉의 선교장이라면, 영서지방은 조견당으로 볼 수 있다. 조견당 종손인 김주태 선생은 전국의 한옥고택 협의체인 (사)한옥체험업 협회장이고, 고택 발전을 위한 취지를 적극적으로 공감하여서 견학 장소로 선정한 것이었다.

현장 견학의 첫걸음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30명의 인원이 하루에 동시에 움직이는 것으로 했다가,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5명씩 1개 조로 하여 총 3일간(24~26일) 움직이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동일한 내용의 강의를 종손 및 종부에게 6회를 부탁하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고택 사업의 발전을 위하여 흔쾌히 이해해주셨다. 

조견당은 200년의 세월을 견뎌낸 영월군 주천면에 소재한 고택이다. 조선 순조 때 한양에서 당쟁의 난을 피해 영월 깊은 곳까지 오게 되었다. 주천강 강가의 뱃길을 이용하여, 소금과 옹기, 젓갈 등의 교역을 통하여 큰 부를 일으킨 가문이다. 부를 쌓았다가 탕진하며 세월과 함께 조용히 사라진 일반적인 만석꾼이 아니라, 마을과 더불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직접 행한 가문이다. 조견당은 안채의 1000년 된 대들보가 볼만하다,

하지만, 숨겨진 이야기는 대들보옆 1평 반의 작은 방에서 시작된다.

보리고개로 연명하는 시절, 동네에서 혼례를 치르게 되면 손님을 맞이할 공간도 없고, 음식도 충분치 않다. 어렵게 자식 혼사의 잔치 장소를 부탁하는 요청을 고택의 안주인은 흔쾌히 들어주게 된다.

하지만 혼례 후 새신랑 새신부에게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신혼 초야를 치를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예전에는 신혼여행도 없었기에, 5~6명이 좁은 곳에서 함께 생활하는 집에서 초야를 치를 수도 없다.

고택의 안주인의 마음 씀이 다시 시작된다. 막내딸이 사용하는 안채의 작은 방을 비우게 한다. 사춘기에 들어선 막내딸은 낯선 이방인에게 방을 비워주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새로운 침구가 들어오고, 이제 그곳은 신혼 초야를 위한 방이 된다. 이러한 일상이 마을의 새로운 전통이 된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요즘도 타인에게 선뜻 하룻밤 잠자리를 마련하여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기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 꼭 필요로 하는 이에게 적선(積善)하는 것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닐까?

고택의 가치는 오래된 대들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힘을 견디면서 이웃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던 이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의 고택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전국 고택 소유자의 평균 연령은 70대 중반이고, 마당 넓은 집을 손보는 것도 점차 힘에 부친다. 그러기에 한옥고택관리사라는 전문가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사)한옥체험업 협회도 취지에 공감하여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문화 가치를 보존하면서, 중장년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 기회를 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더 밝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한옥고택관리사 사업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동고씨는 한옥고택관리사 협동조합 이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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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한옥고택관리사 협동조합 이사장/한옥고택관리사 협회장 / 미국 Wisconsin- Madison대학 MBA 졸업/ (외교부) 국제기구 한-아세안센터 무역투자국 책임자 / LG그룹 해외 지사장(터키, 멕시코, 이집트 근무) / (저서) 해외주재원 생활백서(2019년, 부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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