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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또는 분해되는 데 오래걸리는 플라스틱 대신 다회용, 생분해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생활용품
 일회용 또는 분해되는 데 오래걸리는 플라스틱 대신 다회용, 생분해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생활용품
ⓒ Rik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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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라고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탄소중립'을 이야기하고,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고통받는 생물들이 미디어에 그려진다. 하지만 '제로웨이스트' '채식' 같은 것들은 뭔가 동떨어지고,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다 먹은 배달 용기를 치우며, 고기를 먹으며 이따금 죄책감이 든다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쓰레기 줄이기)' 꿀팁을 몇 가지 소개한다. 가볍게 도전해보면 어떨까.  

① 손수건, 텀블러, 장바구니와 친해지기

손수건, 텀블러, 장바구니는 가장 확실한 제로웨이스트 3종세트이다. 그만큼 일상에서 휴지, 일회용 컵, 비닐봉지를 흔히 쓰기 때문인데. 관건은 외출시 잊지 않고 챙겨다니는 것. 그리고 왠지 휴지를 써야 할 것 같은 상황,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하기 껄끄러운 상황, 말하기도 전에 상인 분이 비닐봉지를 뜯고 있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필요 없어요'나 '여기 담아주세요'라고 사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② '용기' 내어 보기

포장음식을 다회용기에 담아오는 실천을 '용기낸다'고 부르기도 한다. 환경부에서도 적극 홍보하는 실천이지만, 막상 해보면 쉽지 않다. 일회용기에 담아가는 다른 손님들 사이에서 다회용기를 내미는 손이 민망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민망함은 잠시! '어, 통이 너무 큰데' 하며 떡볶이를 한 국자 더 얹어주는 사장님이 계신가 하면, 만두나 호두과자를 덤으로 받은 적도 있다. 물론 코로나, 위생, 귀찮음 등을 이유로 거절당할 수 있다. 그럴 땐 일상 속 플라스틱을 줄여가기 실천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페이스북 커뮤니티 '플라스틱 없이도 잘산다'에 후기를 적어보면, 심심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③ 가까운 '제로웨이스트 가게' 가보기

'제로웨이스트 가게(숍)' 또는 '무포장 가게'라고 불리는 이곳은 일상 속 플라스틱을 줄이는 소비를 할 수 있는 곳이다. 통을 가져가면 세제나 샴푸, 화장품 등 알맹이만 쏙 구매할 수 있거나, 플라스틱 생활용품 대체품을 살 수 있다. 난이도 별 한 개짜리 대나무 칫솔이나 천연수세미, 샴푸바(삼푸 대용 비누)에서부터 별 네 개 반의 다회용 월경 용품까지, 다양한 플라스틱 대체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잇 템'에 이끌려 필요 없는 물건까지 사버리면 쓰레기를 줄이자는 제로웨이스트 취지에 어긋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성수동 제로웨이스트 가게 '더피커'에서는 각종 제로웨이스트 용품과 함께 유기농 곡물까지 알맹이만 구매할 수 있다.
 성수동 제로웨이스트 가게 "더피커"에서는 각종 제로웨이스트 용품과 함께 유기농 곡물까지 알맹이만 구매할 수 있다.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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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전통시장 이용하기

주변에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없다면, 전통시장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상품이 플라스틱이나 비닐에 포장돼있는 대형 마트와는 달리 전통시장에선 과채류나 곡물이 소분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각종 즉석 음식은 '용기내' 하기도 좋을 뿐더러, 지역경제 활성화도 되니 더 좋다.

⑤ 플로깅 해보기

'플로깅' 또는 '줍깅'은 산책하거나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과 환경을 접목한 실천이다. 얼마 전 동네에서 플로깅을 했는데, 담배꽁초에서부터 신발 한 짝, 휴대폰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줍는 재미가 나름 쏠쏠했다. 혼자 실천하기 어렵다면, 각종 단체에서 환경 관련 기념일에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해봐도 좋겠다. 가까운 기념일로는 9월 18일 '세계 연안 정화의 날'이 있다. 동네에서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와이퍼스'라는 플로깅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오픈채팅방에 제안해도 좋겠다.

⑥ 플라스틱 생수병 대신...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수돗물을 끓여 '델*트' 유리병에 담아 마시는 미풍양속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플라스틱 생수병이 일상이 되었다. 인간에게 편리할 순 있어도 환경에는 부담이다. 라벨 없는 페트병이 나오긴 하지만, 대안이라고 하기엔 아쉽다. 수돗물을 끓여먹거나 정수기 사용이 가장 좋겠고, 부득이하게 생수병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최근 한 생협에서 나온 종이팩으로 만든 생수를 추천한다.
 
얼핏 보면 일반 스시같지만, 모두 당근, 파프리카, 곤약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든 '에이컬 테이블'의 비건 초밥.
 얼핏 보면 일반 스시같지만, 모두 당근, 파프리카, 곤약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든 "에이컬 테이블"의 비건 초밥.
ⓒ 국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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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채식? "그까이 거..!"

채식은 얼핏 보면 제로웨이스트와 개연성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탄소발자국을 살펴보면 채식 역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이다. 일주일에 한 끼 채식 또는 하루 한 끼 채식부터 시작해서 늘려가는 것을 추천한다.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가까운 비건 음식점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 최근 채식인들 사이 핫한 메뉴는 당근으로 만든 연어초밥이나, 파프리카로 만든 참치 회와 같은 식물성 스시이다. 다양한 '대체육' 제품도 많다. 물론 장르가 다르니, '고기 맛'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⑧ 옷 다이어트

옷장 정리를 한번 해보면 유행이 지나거나 취향이 변해 안 입는 옷들이 태반이다. 그런 옷들을 으레 '누군가 입겠지'하며 의류수거함에 배출하곤 하는데,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이렇게 수거함에 버려진 옷의 약 1%만 국내 중고의류시장에 유통되고, 90% 이상이 개발도상국에 가서 대부분 태워지거나 매립되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한다. 중고거래를 하거나 아름다운 가게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한 두 시즌이라도 새 옷 구매를 걸러보는 것도 환경 실천의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식과 수위는 다양하다. 소개된 것 외에도 '전기 아껴 쓰기'에서부터, 자전거 타기, 중고물품 사용하기, 유기농 장보기, 텃밭 가꾸기,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뒷물하기 등 다양한 분야와 깊이의 실천이 있다. 인터넷에서 본 한 '제로웨이스트 장인'은 1년에 배출한 쓰레기가 손바닥만 한 유리병에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제로웨이스트란 삶의 지향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서부터 꾸준히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실천에서 그치지 않고 기업과 정부를 압박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요 몇 년 간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제도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다행인 것은, 소비자 행동을 통해 기업이 포장재를 바꾸거나 자원순환을 확대하고, 다회용기 세척 서비스가 생겨나는 등, 조금 더디지만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채식, 순환경제, 자전거인프라 구축 등 정부의 '2050 탄소중립' 계획에서 빠진 다양한 영역에 대해서도 정부와 정치계에도 더 요구할 필요가 있겠다.

*<김소희·최지선의 아주 가까운 곳의 정치>는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주위에서 일어나는 생활 정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여기에서 피드백 주실 수 있어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지선은 2021년 송파라 보궐선거에서 미래당 구의원 후보로 출마하였고, 현재 송파에서 제로웨이스트 정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태그:#제로웨이스트, #용기내, #무포장가게, #비건, #쓰레기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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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송파에서 시민 개개인이 주인이 되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궁리하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ditto.2020 페이스북@jeeseu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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