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배 결승에서 맞붙었던 충암고등학교와 라온고등학교가 청룡기에서 다시 맞붙었다.

1일 공주 시립 박찬호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8강전의 첫 경기는 충암고등학교와 라온고등학교의 맞대결로 펼쳐졌다. 신생 학교의 첫 결승 진출, 무관에 머물렀던 기간이 길었던 명문고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 8월 22일 대통령배 결승전에서는 충암고가 10-4로 승리해 31년 만의 대통령배 우승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런 두 학교가 열흘 만에 다시 만나 일전을 벌였다. 이번에는 4강으로 향하는 갈림길에서다. 충암고는 대회 2연패를 위해, 라온고는 올해 두 번째 새 역사를 쓰기 위해 서로가 최선을 다했던 경기였다. 청룡기에서 펼쳐진 '다시 보는 대통령배'의 결과는 어땠을까.

첫 이닝에서 석 점... 충암고의 선취점
 
 1일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전에서 선취점을 때려낸 충암고등학교 김동헌 선수.

1일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전에서 선취점을 때려낸 충암고등학교 김동헌 선수. ⓒ 박장식

 
충암고등학교는 선발투수를 '믿을맨' 이주형으로 올렸다. 이에 맞서는 라온고등학교는 지난 대통령배 결승 때 투구 수 제한으로 쓰지 못했던 윤성보 선수가 올라 맞대결을 펼쳤다. 1회 초 이주형은 상대 라온고의 타자를 삼자범퇴 시키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충암고등학교 타선 역시 1회 말부터 터져나가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송승엽이 안타를 쳐낸 데 이어, 양서준 역시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다.

바로 다음 타자인 김동헌의 배트에 불이 붙었다. 김동헌은 윤성보의 직구를 그대로 받아때렸다. 퍼오른 타구는 좌측 담장으로 직격하며 장타가 됐고, 이 타구에 송승엽이 홈으로 여유롭게 들어오며 충암고가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자신감을 얻은 충암고 선수들은 추가 득점을 기록했다. 이건희 선수까지 출루에 성공한 데 이어, 김선웅 역시 우측으로 뻗어나가는 안타를 기록하며 한 점을 더 달아났다. 이어 타석에 선 백승민 역시 한 점을 더 뽑아내는 적시타를 쳐내며 충암고가 첫 회부터 석 점을 달아나는 데 성공한다.

위기에 몰린 라온고는 윤성보를 강판시키고 박명근을 올렸다. 어려운 상황에서 마운드에 선 박명근은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급하게 올라와 불을 끈 박명근은 2회 삼자범퇴, 3회에는 볼넷 하나만을 내준 무실점 피칭을 벌였다. 박명근은 4회와 5회에도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내며 위력투를 이어갔다.

따라간 라온고... 하지만 윤영철이 막았다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전에서 승리해 4강에 선착한 충암고등학교 이건희 선수와 윤영철 선수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전에서 승리해 4강에 선착한 충암고등학교 이건희 선수와 윤영철 선수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충암고 역시 이주형의 피칭이 빛났다. 이주형은 3회 연속 안타를 맞은 데 이어, 4회 에도 이주호에게 3루타를 맞는 등 실점 위기를 맞았으나 이후 타자들을 막아내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끌어갔다.

하지만 5회 충암고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2사를 잘 잡아낸 이주형이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차호찬을 출루시키는 상황이 벌어진 것. 이어 차호찬이 도루를 성공하고, 박성준이 적시타를 쳐내며 한 점을 따라붙었다. 이주형은 아쉬움을 남긴 채 마운드에서 내려갔고, 2학년 에이스 윤영철이 마운드 위에 올랐다.

윤영철이 올라왔지만 위기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호열이 안타를 쳐낸 데 이어, 권동혁을 상대로 충암고 내야진이 실책을 범하며 2사 만루에까지 몰렸다. 이때 윤영철의 호투가 빛났다. 윤영철은 이주호를 상대로 우익수 플라이를 유도하며 급한 불을 껐다.

이어진 경기는 마운드 싸움이었다. 라온고 박명근은 8회까지 101구를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안방마님 신동형과의 합작이 걸작이었다. 박명근이 출루를 저지하지 못한 주자가 있으면 신동형이 도루자를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충암고는 6회와 8회에 이어졌던 도루 시도가 막히며 추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런 만큼 라온고도 기회를 잡는 등 앞서나가려 했지만, 윤영철은 라온고의 계속되는 공격 시도를 막아내며 끝까지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7회에는 1사 상황 차호찬이 볼넷으로, 박성준이 실책으로 출루하며 라온고도 기회를 잡았지만, 윤영철이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막아내는 데 성공하며 위기를 탈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1회의 석 점이 너무나도 컸다. 충암고는 9회까지 경기를 추가실점 없이 막아내는 데 성공하며 최종 스코어 3-1의 승리로 경기를 끝냈다. 충암고등학교는 대통령배 결승전에 이어 청룡기 8강전에서도 라온고를 누르고 4강 고지에 선착하는 데 성공했다.

"중요할 때 한 방씩 쳐내는 동헌이, 업어주고 싶어요"

충암고등학교는 이날 승리로 4강에 선착하며 올해 전국대회 2연패까지 노릴 수 있게 되었다. 경기 후 만난 충암고등학교 이영복 감독은 "선수들이 잘 해준 덕분에 4강에 올랐다"며, "4강 덕수고와의 경기에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 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특히 이 감독은 "굉장히 어려운 시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경기 전에 했다"면서 "초반에는 생각 외로 잘 풀리더니, 중반에는 에러도 나고 상대 투수에 꽁꽁 막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그래도 하던대로 잘 해주면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주형과 윤영철이 함께 잘 던져준 덕분에 경기를 지켰다"며 웃었다. 특히 1회부터 결승타를 쳐낸 김동헌 선수에 대해서는 "중요할 때 한 방씩 하는 선수인데, 오늘도 해줘서 고마웠다"며 "업어주고 싶을 정도"라고 칭찬했다.
 
 대통령배에 이어 청룡기에서도 호투를 이어가는 이주형 선수.

대통령배에 이어 청룡기에서도 호투를 이어가는 이주형 선수. ⓒ 박장식

 
승리를 가져가지는 못했지만 좋은 활약을 펼친 3학년 이주형 선수는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편"이라면서도, "5이닝까지 잘 해서 승리 투수까지 가져갔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운 부분을 드러냈다. 이주형 선수는 이영복 감독의 칭찬에 "감독님, 코치님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플레이를 하고 싶어 열심히 한다"며 웃었다.

그런 이주형 선수의 롤모델은 LG 정우영 선수. 이주형 선수는 "투구 하면서 유연함과 투심이나 직구 등을 던지는 위압감 등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가 프로 지명 전 마지막 대회인 이주형 선수는 '2관왕'으로 대단원을 장식하고 싶다는 각오다. 이주형 선수는 "이번 대회가 후배들과 하는 마지막 대회이니 더 잘하고 싶다. 대통령배도 이미 이겼지만, 2연패까지 달성해서 다음 주 있을 KBO 드래프트에서 좋은 결과까지 남기면 정말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날 결승타를 쳐낸 2학년 김동헌 선수 역시 "오늘 상대편에서 좋은 투수들이 많이 나와 어려운 경기로 예상했다"면서, "그렇지만 상대 직구를 잘 쳐내서 좋은 경기를 했다"며 웃었다. 김동헌은 "선배들과 하는 마지막 전국대회라서 더욱 집중해서 경기에 임했다"며, "하던대로 경기에 임하다보면 좋은 성과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간 충암고등학교는 험난한 준결승 상대를 만난다. 준결승 상대는 역시 강한 마운드와 타선을 중심으로 경기를 펼치는 덕수고등학교다. 충암고등학교와 덕수고등학교는 3일 같은 장소에서 결승으로의 문을 두고 일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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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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