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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연극은 세계의 작은 무대이다. 성장하는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며 어른이 되기도 하고 아이도 되어본다. 안전하게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연극이라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더 큰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규모 학교인 함양 서상초등학교의 2019년도 전국어린이연극잔치 대상 수상은 지역 어린이들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미 서상초등학교는 이전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 연극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학교이며 함양군은 매년 경남어린이연극페스티벌을 유치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함양 관내 백전, 위성, 수동, 위림초등학교 등에서 연극을 통해 자유롭게 소통하고 배우는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함양의 어린이 연극은 이 기틀을 바탕으로 '함양세계어린이극잔치'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연극을 포함한 모든 활동이 지체되고 불완전한 지금 함양 어린이 연극이 다시 도약할 그날들을 대비해 세계어린이극잔치에 앞서 함양 어린이 연극의 지난날을 돌아보는 것과 더불어 전국에 알려진 연극교육과 사업에 대해 알아보고 어린이 연극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 기자 말


함양 연극의 정착
 
창단 단원들은 새로운 단원들의 변화 요구를 수용해 그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제외하고는 모든 권한을 이양했다./ 극단 광대 공연 사진
 창단 단원들은 새로운 단원들의 변화 요구를 수용해 그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제외하고는 모든 권한을 이양했다./ 극단 광대 공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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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기사] "학생들 선동했다는 누명쓰고 전출"... 극단 정체성 바뀌는 순간 http://omn.kr/1uxip

극단 문화모임 광대는 1999년 작품 <사랑의 빛>을 기점으로 꾸준히 진행된 교육연극으로 어린이 연극에 대한 단원들의 생각이 변화했다. 이때까지 극단의 운영 방향은 지역문화 발전에 무게를 많이 두었으나 이제는 문화적 소양인, 창의적 인재양성, 전인교육 등의 문화예술교육적인 측면으로 바뀌어 갔다.

함양 연극문화의 정착의 시기라 볼 수 있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사랑의 빛>, <식장신의 범종소리>, <은혜갚은 호랑이>, <방황하는 별들>, <화요일의 두꺼비>, <겁쟁이 하늘이>, <굴개굴개 청개구리>, <사랑의 빛(2006)> 등 총 8개의 작품이 공연됐다.

이 시기는 극단 광대가 아동극을 시작한 시기였고 대부분의 작품은 효, 은혜, 우정 등의 교육적인 내용으로 다른 극단에서 공연한 작품이나 동화를 각색해 제작했다.

무엇보다도 함양 군민들의 연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관람 태도 또한 좋아졌다. 공연마다 관객수가 꾸준히 증가했고 제12회 정기공연(방황하는 별들)에서는 무려 1400여명이 관람했다고 한다.

더불어 극단의 역량과 작품 수준도 향상됐다. 아이들의 생각과 느낌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어린이들과 함께 작품을 제작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지곡초 조현우 교감은 "작품을 창작하는 단계부터 개인이 아닌 공동작업으로 만들어가다 보니 좋은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교사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이들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측면에서 일반 극단에서 만든 어린이 연극과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함양교육지원청 노정우 장학사는 "우리 관객 수준도 굉장히 높았다. 당시 연우무대 정한룡 연출가 선생님께서 함양 아이들의 반응을 통해 자신들의 작품 수준을 결정하고 싶다며 함양에서의 순회공연을 먼저 요청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지방자치단체 및 산하기관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연극문화 활성화에 동참했다. 함양군과 함양교육지원청에서는 매년 정기공연에 작품 제작비를 지원했고 지역 주민들이 '광대사랑·연극사랑' 후원회를 조직해 극단 활동을 후원하는 등 극단은 안정적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장소 확보, 무대 설치, 조명 설치, 객석 준비 등의 어려움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습실, 모임에 필요한 사무실, 공연 물품 보관 창고도 필요했다.
 
2008년 함양여자중학교 목력관에서 공연된 ‘수일이와 수일이’는 극단 광대 공연사에서 성과가 가장 뚜렷했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수일이와 수일이(원작) 사진
 2008년 함양여자중학교 목력관에서 공연된 ‘수일이와 수일이’는 극단 광대 공연사에서 성과가 가장 뚜렷했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수일이와 수일이(원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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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이와 수일이

2008년 10월20일과 21일 함양여자중학교 목력관에서 4회 공연된 <수일이와 수일이>는 극단 광대 공연사에서 성과가 가장 뚜렷했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수일이와 수일이>는 대학 입시 위주와 지식 위주의 교육이 강요됨에 따라 주체성과 정체성을 상실해 가는 아이들의 고민을 담은 작품으로 조현우 교감이 연출했고 노정우 장학사는 기획, 금반초 이점수 교사는 무대 관리 등을 맡았다. 바로 직전 공연 <단풍나무의 꿈>에 이어 원작을 바탕으로 공동창작 해 이야기가 만들어졌으며 작품 수준이 오른 것은 물론 유명 연출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같은 달 25일과 26일 현대자동차그룹과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가 예술 활동 참여 기회가 적은 지역 어린이들에게 특색 있는 아동극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함께 기획한 '아트드림지역아동극축제'에 참가했다. 산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이 축제에 극단 광대는 <수일와 수일이>를 4회 공연했다.

이어 2009년 4월에는 마산 3.15 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7회 경남연극제에 참여했다. 이때 자녀와 함께 공연을 보러 온 부모가 공연을 마치자 자녀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빙그레 웃는 모습에 당시 단원들은 지금까지 아동극을 연구하고 공연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이후 경상남도 '찾아가는 예술 활동' 작품으로 선정돼 함양군, 의령군, 남해군, 사천시, 합천군, 진해시에서 공연을 하는 등 아주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극단 창단 이래 처음으로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지역에서 공연을 한 것이다.

노 장학사는 "합천 공연 때의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당시 야외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는데 연극 담당자 관객 모두 비를 맞으면서 <수일이와 수일이> 공연을 관람했었다"며 "다음에 다시 한번 와줬으면 좋겠다는 등 반응이 상당히 좋았고 서울에서 오신 이병훈, 정한룡 연출가 선생님들 또한 작품이 굉장히 좋다며 서울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당시 처음으로 장기간 순회공연을 진행해서 무대 설치 및 관리나 행정적 측면에서 저와 전진석 대표가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고 고생담을 덧붙였다.
 
전문공연장인 ‘함양학생공연장’이 2010년 개관했다.
 전문공연장인 ‘함양학생공연장’이 2010년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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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이와 수일이> 이후 2013년까지 <행복한 비밀>, <우리 엄마는 코끼리>, <화요일의 두꺼비(2011)>, <개미도 노래를 부른다>, <새싹이 별이되어> 등 5개의 작품이 공연됐다. 특히 2010년 공연 작품 <우리 엄마는 코끼리> 공연은 단원들이 그토록 원했던 전문공연장인 당해 완공된 '함양학생공연장'에서 진행돼 여러모로 의미가 컸다.

이 공연장이 만들어지기까지는 2008년 당시 함양교육지원청 오일창 교육장의 노력이 컸다고 한다. 전문공연장이 만들어지고 시간이 흘러 제19회 정기공연(2013) 작품 <새싹이 별이되어>부터 극단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새싹이 별이되어>는 극단 광대의 새로운 세대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창단 단원들은 새로운 단원들의 변화 요구를 수용해 그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제외하고는 모든 권한을 이양했다.
 
함양 서상초등학교는 지난해 열린 제 24회 경남 어린이 연극 페스티벌에서 ‘최고작품상’을 수상했다.
 함양 서상초등학교는 지난해 열린 제 24회 경남 어린이 연극 페스티벌에서 ‘최고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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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적 효과

극단 문화모임 광대가 연극문화 정착을 위해 시작한 아동극은 지역사회 연극문화 발전은 물론 어린이들의 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여러 정기공연을 통해 단원들은 창작 및 연출 그리고 작품제작 방법 등을 배웠고 연극교실 및 연극캠프를 통해 학생 지도 방법도 익혔다.

아동극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 단원들은 학교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학생들의 연극을 지도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은 지속적으로 '경남어린이연극페스티벌'에 공연됐다. 특히 1996년 청소년연극제라는 명칭으로 시작된 경남어린이연극페스티벌은 초창기에는 극단 광대 주최·주관으로 열렸다.
 
극단 문화모임 광대가 연극문화 정착을 위해 시작한 아동극은 지역사회 연극문화 발전은 물론 어린이들의 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제6회 금바실 연극축제 사진
 극단 문화모임 광대가 연극문화 정착을 위해 시작한 아동극은 지역사회 연극문화 발전은 물론 어린이들의 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제6회 금바실 연극축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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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행사 규모가 커지면서 현재 한국연극협회함양군지부와 함양군이 주최하고 경남어린이연극페스티벌운영위원회에서 주관하고 있다. 이처럼 단원들인 교사들의 광대 활동과 학교에서의 활동이 서로 체계적으로 연계되면서 함양의 아동극이 발전된 것이다. 경남어린연극페스티벌은 2010년 2월 함양학생공연장을 개관한 이후, 매년 함양학생공연장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2021년 현재까지 총 24회 열렸다.

앞서 말했듯이 극단 광대의 활동은 어린이들의 인성 교육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극단 광대의 정기공연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으로 재미와 함께 교훈적 의미를 담고 있다. 효, 사랑, 우정, 학원 문제, 개성 존중 등을 소재로 하면서 어린이들이 작품 관람 후 스스로 자문하고 반성하는 가운데 스스로 문제들을 해결하는 교육적인 효과가 많았다고 한다.
 
아동극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 단원들은 학교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학생들의 연극을 지도하였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은 지속적으로 ‘경남어린이연극페스티벌’에 공연되었다.
 아동극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 단원들은 학교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학생들의 연극을 지도하였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은 지속적으로 ‘경남어린이연극페스티벌’에 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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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연극은 아동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경남어린연극페스티벌 등 직접 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어린이들이 재능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했다.

노 장학사는 "우연히 연극을 시작하게 됐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연극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른 관심사나 취미는 다 때려치우고 당시에는 연극 공연에만 몰두하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문화적으로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경험치가 굉장히 열악했던 시절인 초창기에는 교사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삶이 달라질 정도였다고.

다볕문화 전진석 대표는 "지금은 교사가 학생들의 인성 형성에 20% 정도밖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가 하면 당시에는 시대적으로 선생님들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도도 높고 교사 의존도 또한 높아 70% 정도의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조 교감은 "말을 더듬고 자신감이 없던 아이가 어린이연극에서 주인공 역할로 공연을 하고 난 뒤 많은 것들이 개선되었고 이후에는 어린이 회장에 당선되기까지 했다"며 "지금도 그 변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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