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31 07:34최종 업데이트 21.08.3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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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백신 접종소에서 한 소년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2021.7.5 ⓒ 연합뉴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가며 높은 전염력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사활을 걸고 접종 캠페인을 벌여 전 국민의 60퍼센트 이상, 성인의 80퍼센트 이상이 2회 접종을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에서도 6월 말부터 확산세가 꾸준히 높아지더니 최근 들어서는 하루 확진자 1만 명대를 기록한 올해 1월 중순과 비슷한 상황이 됐다. 월드오미터(Worldometers) 기준으로 8월 24일 이스라엘의 하루 신규 확진자수는 이번 유행 최고치인 1만 87명을 기록했다. 이스라엘의 인구가 9백만 명가량이니 한국 인구로 환산하면 하루 신규 확진자가 4만 6000명 정도인 셈이다.

백신 접종률 높은 이스라엘의 코로나 재확산, 왜?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이스라엘에서 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고 호주는 거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Why is Covid surging in highly vaccinated Israel and what can Australia learn from it?)'라는 제목의 <가디언>(The Guardian) 호주판 8월 24일자 기사는 이스라엘이 당면한 문제의 몇 가지 원인을 짚었다.


첫째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것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텍,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2회 접종을 마친 뒤에 보호 효과를 갖는 백신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효과가 점차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백신 효과에 대한 수치들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이스라엘 정부 자료에 따르면, 6월과 7월 사이 백신 접종자들의 보호 효과는 평균 64퍼센트로 94퍼센트였던 이전 수치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제지 <시엔비시>(CNBC) 8월 25일자로 보도된 영국의 조이(Zoe)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화이자-바이오엔텍 2회 접종을 마친 4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두 번째 접종 후 한 달 뒤엔 보호 효과가 88%였지만 5-6개월 후에는 74%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2회 접종을 한 70만 명에 대한 조사결과도 비슷했다. 보호효과가 77퍼센트에서 67퍼센트로 낮아진 것.

다만 전문가들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보호 효과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은 모든 백신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같은 기사에서 킹스 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 알렉산더 해머스(Alexander Hammers) 교수는 "백신이 처음 개발되던 당시에 백신 효과가 60-70퍼센트에 이르기를 소망했었는데, 효과가 80퍼센트 이상, 경우에 따라서는 90퍼센트 이상인 것으로 드러나자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놀랐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보호 효과는 여전히 높은 편이며, 특히 감염 후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매우 높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자료를 보면 중증 환자들의 경우 60세 미만에서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한 사람에 비해 2배 더 많고, 60세 이상에서는 9배 더 많다.

기사에서 말하는 두 번째 원인은 최근 유행 중인 델타 변이에 대한 백신의 보호 효과가 이전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효과에 비해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델타 변이는 감염 재생산지수가 2~3 사이이던 이전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두세 배 높은 6.4 전후로, 감염자 한 사람당 전염력이 훨씬 높다. 감염자 중 무증상자가 70퍼센트 이상으로 통제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백신을 접종한 사람의 경우, 백신의 보호 효과가 아무리 높더라도 100퍼센트가 아닌 만큼 감염의 확률이 늘 존재한다. 공동체 내에 감염자의 수가 높아지고 그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하면 당연히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의 감염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이전 코로나19 바이러스들에 대해 집단 면역에 이르기 위한 백신 접종률이 인구의 60~70퍼센트라고 예측했다면, 델타 변이에 대해서는 그 기준이 인구 전체의 80퍼센트 이상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 번째 원인은 이스라엘의 방역지침 완화다. 6월 초에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침을 완화했는데, 이것이 너무 성급했다는 것이다. 당시까지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을 모두 완료한 사람들은 '그린 패스'라고 부르는 디지털 증명을 제시하고 음식점과 운동 경기, 문화 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숫자는 10~20명 사이였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린 패스를 두고 차별적인 정책이라고 맞서고 자영업자와 경제인들도 규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는 방역 지침을 대폭 완화했다. 그린패스나 코로나19 테스트 음성 확인을 제시하지 않고도 모든 시설을 이용하고 얼마든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은 6월 말 하루 확진자 수백 명이라는 결과를 마주하게 됐다.

종합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았던 이스라엘에서 최근 확산세가 높은 이유는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된 상황에서 인구의 60퍼센트 백신 접종만으로는 집단 면역에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델타 변이의 강한 전파력도 그 원인이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더라도 추가 방역 지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이스라엘은 다시 그린 패스를 도입했다. 완전히 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증거를 제시하거나 코로나19 음성이라는 테스트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음식점에 가거나 문화 활동을 하는 것에 제한이 있다. 7월부터는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3차 부스터 샷 접종도 시작했다. 8월 20일자 <가디언> 기사는 이스라엘이 3차 접종을 40대 이상으로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경제 타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방침이라고 이스라엘 정부는 설명했다.

"백신 부스터라는 착각"... 부스터 샷은 지금 꼭 필요한가
 

나프탈리 베네트(왼쪽) 이스라엘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중부 크파르 사바의 메이어 메디컬 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백신(부스터샷)을 맞고 있다.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이번 주말부터 접종대상 연령대를 40대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2021.8.20 ⓒ 연합뉴스

 
8월 25일자 <뉴욕타임스>(NewYork Times) 기사는 부스터 샷이 항체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존슨앤존슨-얀센과 화이자-바이오엔텍의 자체 연구에서 부스터 샷 접종 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크게 높아진다고 나와, 미국 식약청이 이를 평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존슨앤존슨-얀센의 경우 17명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 차이를 두고 추가 접종을 했을 때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의 양이 9배 증가했다는 내용인 데다, 아직 정식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화이자-바이오엔텍은 306명을 대상으로 2차 접종 이후 5~8개월가량 뒤에 3차 추가 접종을 했을 때 항체량이 3배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역시, 회사 자체 발표 내용이다.

단순 항체량의 증가 외에도 부스터 샷 접종의 실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보호 효과와 감염 시 중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효과는 앞으로 더 검토될 필요가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부스터 샷 접종을 실행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여러 나라들도 이를 검토중이다.

이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선진국들에게 부스터 샷 접종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백신 보급이 잘 되지 않고 의료 환경이 열악해 코로나19 통제가 잘 되지 않는 나라들과 그곳의 취약 계층에게 백신 접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것은 윤리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못지않게 팬데믹의 향후 전망을 좌지우지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백신 부스터라는 착각(The Vaccine-Booster Mistake)"이라는 제목의 8월 26일자 <애틀랜틱>(The Atlantic) 기사는 부스터 샷이 아니라 백신의 공정한 분배만이 팬데믹을 끝내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위기를 겪으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세계 어디에서든 통제 불능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나면 그것이 즉각 세계 전체에 대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기사는 백신을 널리, 균등하게 보급해 백신 면역력을 세계 모든 곳에서 팬데믹 통제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야만 전 세계의 팬데믹 통제가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외에도 감염자들과 잠재적 감염자들을 분리하고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를 지속하면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상황을 보더라도, 코로나19 접종을 완전히 마친 한국의 인구는 28퍼센트 수준으로 이스라엘에 크게 뒤지지만, 이번 유행에서 하루 확진자 숫자 최고 기록은 2000명 안팎이다. 한국의 인구가 이스라엘의 4.6배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스라엘의 최고 기록인 1만 명과 크게 대비된다. 이는 백신 접종 외의 방역 정책과 이를 준수하는 힘이 팬데믹 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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