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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에서 만난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

춘천 청평사 곳곳에는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당나라 태종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는데 평민 청년과 사랑에 빠져있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태종은 화가 나서 청년을 사형에 처했습니다. 그러자 청년이 커다란 뱀으로 다시 태어나 공주의 몸을 칭칭 감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도 뱀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공주는 점점 야위어갔습니다. 

신라의 이름 높은 절에 가서 기도를 드려보라는 어떤 한 스님의 말을 들은 공주는 여러 절을 다니다 청평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청평사 앞 구성폭포 아래 동굴에서 하룻밤을 보낸 공주는 아침을 여는 범종소리를 듣게 됩니다. 절에 가서 밥을 얻어오겠다며 뱀에게 잠시 내려와 달라고 하자 웬일인지 뱀이 순순히 몸을 풀어주었습니다.

뱀을 내려놓은 공주는 오래만의 자유를 느끼며 계곡에서 목욕을 하고 청평사에 들어가 법회에 참석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공주가 오지 않자 공주를 찾아 나선 뱀은 청평사의 정문인 회전문을 들어서는 순간 벼락을 맞아 죽습니다. 공주는 청평사에 오랫동안 머물며 뱀이 다음 세상에서는 좋은 곳에 태어나기를 빌었으며, 부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삼층석탑을 세우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청평사삼층석탑
 청평사삼층석탑
ⓒ 조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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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세웠다는 삼층석탑은 절 안에 세워져 있지 않고 청평사에 올라가는 길에서 계곡을 건너 환희령이라는 언덕 위에 홀로 서 있습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면 '원나라 순제의 공주가 이 절에 와서 불공을 드린 뒤 뱀을 떨쳐버리게 되자 이 소식을 들은 순제가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탑을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와 공주탑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공주의 아버지인 황제가 당나라 태종이냐 원나라 순제냐가 여기저기 설명에서 섞여있는데 단지 설화일 뿐 역사적 근거는 없어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닙니다. 단지 보통 대웅전 앞에 세워져 있어야 할 탑이 멀리 언덕 위에 혼자 세워져 있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회전문(回轉門)과 회전문(廻轉門)의 차이

뱀이 들어가는 순간 벼락을 맞아 죽었다는 문은 회전문(廻轉門)으로 회( 廻)는 '돌다, 방향을 바꾸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건물의 입구에 축을 중심으로 빙빙 돌려서 들어가고 나오게 만든 회전문(回轉門)의 회(回)는 '돌다, 돌아오다'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廻와 回는 둘 다 '돌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서로 바꾸어 쓰기도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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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 회전문/보물 제 164호
 청평사 회전문/보물 제 164호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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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청평사의 회전문은 빙글빙글 도는 문이 아닌데 왜 회전문이라고 했을까요? 회전문의 회전은 윤회전생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윤회전생은 불교용어로 수레바퀴가 구르는 것과 같이 모든 생명은 죽어서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회전문은 큰 진리를 깨달아 윤회전생의 고통을 끊고 극락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廻와 回가 구분이 됩니다. 회전문(回轉門)의 回은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도는 객체의 의미가 있습니다. 즉 회전문은 사람이 문을 통과할 때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수단이며, 그 문을 들어오거나 나가는 사람의 다음 행동에 대한 그 어떤 의미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에 반해 회전문(廻轉門)으로 회(廻)는 사람이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남을 수레바퀴가 돌듯 끊임없이 반복하지만 수레바퀴가 굴러서 앞으로 나아가듯이 이전의 생보다 앞으로의 생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주체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전문은 진리를 깨달아 윤회전생의 고통을 없애는 데 그 목적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廻에는 있지만 回에는 없는 것, 즉 廴는  '길게 걸을 인'입니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삶의 반복이 있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 결국 진리를 깨닫겠다는 주체로서의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예천 용문사 윤장대 / 국보 제 328호
 예천 용문사 윤장대 / 국보 제 328호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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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문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윤장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윤장대는 부처님의 말씀을 담은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물건입니다. 이 윤장대는 빙글빙글 돌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을 돌리면 불교 경전을 한번 읽은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글자를 모르거나 불경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돌리기만 해도 불교 경전을 읽는 효과를 주는 물건입니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지만 돌리는 주체인 사람들을 진리의 길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윤장대입니다.

삶의 정답은 희망과 과정

공주를 사랑했던 청년이 뱀이 되어 공주를 계속 감고 있었던 것은 사랑이었을까요? 그것은 자신을 죽게 만든 것에 대한 미움이었으며, 죽어서도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사랑했던 공주를 힘들게 만드는 집착이었습니다. 그 집착은 윤회를 통해 대상이 바뀔 뿐 회전문(回轉門)처럼  끊임없이 이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청평사의 회전문은 그 회전(回轉)을 끊고 회전(廻轉)을 할 수 있는 기회, 즉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윤회라는 불교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마주하게 됩니다.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인간관계의 고민이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선택의 상황 앞에서 우리는 고민을 합니다. 이전처럼 살 것이냐? 변화할 것이냐?

끊임없이 고민하며 꾸준히 회전(廻轉)하세요. 청평사 앞 계곡에는 무수히 많은 돌탑이 쌓여있습니다. 조그마한 돌 하나하나가 모여 탑을 이룹니다. 어떤 사람이 잘못 돌을 올리거나 비나 바람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쌓아놓은 탑이 우르르 무너지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올린 소망은 탑이라는 희망으로 남아 우리로 하여금 하나의 돌을 더 올리도록 만듭니다. 삶의 정답은 언제나 결과보다는 과정에 있습니다.
 
청평사 돌탑
 청평사 돌탑
ⓒ 조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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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삶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초등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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