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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반려인의 세계'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반려인들이 경험한 '반려동물과의 이동'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소프트 케이지, 하드 케이지, 기내용 이동 가방, 슬링, 배낭형 가방, 유모차, 카시트.

위에 적은 것들의 공통점이 뭘까? 모두 반려동물용 이동용품들이다. 반려문화가 정착되면서 갖가지 반려동물 케어용품들이 판매되고 있지만, 이동과 관련된 것만큼 다양하고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품목도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위의 것들 중 한두 개가 아니라 전부 다 구비하고도 모두 골고루 사용하게 된다(나도 하드 케이지와 배낭형 가방을 제외한 다른 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만큼 인간중심의 도시에서 반려견과 이동하는 일은 '도구'도 '노력'도 많이 드는 일이라는 의미일 테다.

반려견 은이와 함께 한 지난 6년 동안 나는 은이와 정말 많은 곳을 다녔다. 홀로 남겨지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은이를 위해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하거나 여행을 갈 때도 가급적 은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정한다. 반려견과 함께 이동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집에 홀로 있거나 낯선 곳에 맡겨져 불안해 할 은이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옆에 두고 내가 불편한 쪽이 훨씬 나았다.

그 중 은이와 가장 멀리 다녀왔던 곳은 캐나다 밴쿠버였다. 2017년 7월, 우리 가족은 남편의 해외연수 차 밴쿠버로 이사를 했었다. 그리고 2019년 밴쿠버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구의 거의 정반대편에 다녀왔으니 은이와 나는 함께 지구 한 바퀴를 돈 셈이다. 그런데 가는 길과 오는 길. 공항과 기내에서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마치 한국과 캐나다의 반려문화의 간격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밴쿠버의 공항에서는 반려견이 탑승전까지 목줄을 하고 걸어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인천공항에서는 가방 밖으로 절대로 나오면 안됐다. 사진은 자료 사진.
 밴쿠버의 공항에서는 반려견이 탑승전까지 목줄을 하고 걸어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인천공항에서는 가방 밖으로 절대로 나오면 안됐다. 사진은 자료 사진.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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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해외로 이동하려면
  
반려동물과 해외로 나가는데 필요한 절차와 서류, 공항계류 여부는 국가마다 다 다르다. 다행히 캐나다는 서류만 잘 갖춰지면 공항계류 없이 곧바로 함께 집으로 갈 수 있는, 반려동물 입국절차가 가장 간단한 나라 중 하나였다. 광견병 접종증명서와 항체의 수치가 포함된 건강증명서, 그리고 국가에서 발행하는 검역증명서 이렇게 세 가지 서류만 있으면 됐다. 하지만, 서류 발급 시점과 기관이 다 달라서 꼼꼼하게 메모해 두고 체크해야 했다.

동시에 반려동물의 비행기 탑승절차도 미리미리 진행해두어야 한다. 사람을 위한 항공권은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반려견 동반 탑승은 반드시 항공사에 전화해 확인해야 한다. 기내에 탑승할 수 있는 동물의 수가 제한되어 있고, 항공사별로 동물 탑승이 불가능한 시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처음엔 익숙한 국적기를 이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2017년 당시 한국 국적기의 경우 기내에 함께 탑승 가능한 반려동물의 무게가 이동 가방 포함 5kg이내 였다. 1kg 남짓한 이동 가방 무게를 생각하면 4.5kg이 넘는 은이는 우리와 함께 '타는 게' 아니라 짐칸에 '부쳐져서' 와야 했다. 다이어트를 시켜야 하나 잠시 망설였지만, '에어 캐나다'가 눈에 들어왔다. 에어 캐나다는 무려 10kg까지 기내 동반 탑승이 가능했다. 우리는 맛있는 기내식과 익숙함을 포기하고 에어 캐나다로 좌석을 예매했다.

항공사의 규정에 맞는 기내용 가방도 일찌감치 마련했다. 비행시간 내내 은이는 가방 안에 머물러야 했기에 은이가 이 작은 공간을 편안하게 느끼는 게 중요했다. 가방에 간식도 넣어주고 좋아하는 이불도 깔아주면서 집에서부터 적응을 시켰다.

인천에서 밴쿠버로 : 존재 자체를 들키지 말아라!

2017년 7월 17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미 2시간 넘게 차를 타고 온지라 나는 공항 입구에서 잠시라도 은이를 산책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차에서 은이와 함께 내린 순간, 보안요원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나는 곧바로 은이를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

공항 안에서 나는 은이를 가방에 넣고 있으면서도 계속 긴장이 됐다. 개가 있다는 걸 사람들이 눈치 챌까봐 조마조마했고, 혹시라도 은이가 소리를 내거나 짖을까 봐 걱정이 됐다. 은이는 불안한 듯 웅크리고 있었고, 나는 안쓰러움에 가방에 손을 넣어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은이는 가방에 탄 채 탑승수속을 했고, 무게를 달았고, 가방 크기를 쟀다. 탑승수속 후의 절차인 보안검색대에서 은이는 가방째로 보안요원에게 맡겨졌다. 나는 은이가 마치 짐처럼 다뤄지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고, 갑작스럽게 다가온 보안요원의 손길에 놀라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은이는 모든 절차를 잘 참아주었다. 마침내 우리는 탑승구 앞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 곳에서도 은이는 내 품에 편히 안기지 못하고 가방 안에 있어야 했다. 나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서 나는 혹여라도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계속 긴장한 상태로 있었다. 

그렇게 은이는 캐나다행 비행기에 탑승했고, 나의 앞 좌석 의자 밑에 놓였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11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밴쿠버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은이는 무려 16시간 가까이 작은 가방 안에 있었다. 물만 몇 모금 먹으면서 소변도 보지 않고 버텼다. 인천공항에서 밴쿠버에 도착할 때까지 은이의 존재는 철저히 숨겨져야 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입구에 있던 승무원의 "강아지가 있는 줄도 몰랐네요"라는 말에 민폐를 끼치지 않은 것 같아 안도감이 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규정대로 출국하면서 왜 눈치를 보았을까 싶지만, 당시 나는 곱지 않은 시선에 꽤 민감해져 있었다.
   
밴쿠버의 학교들은 학생들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반려견의 놀이터로 개방된다. 반려동물을 함께 사는 존재로 염두에 두고 만든 규칙들 덕분에 반려인도 반려견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안전하고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었다.
 밴쿠버의 학교들은 학생들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반려견의 놀이터로 개방된다. 반려동물을 함께 사는 존재로 염두에 두고 만든 규칙들 덕분에 반려인도 반려견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안전하고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었다.
ⓒ 송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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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서 인천으로 : 존재 자체로 배려받다!

캐나다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펫프렌들리' 했다. 보호자와 함께 할 때 안전감을 느끼는 반려견의 본성을 존중해주는 문화 덕에 관공서와 은행 등에도 함께 출입할 수 있었고, 여행을 갈 땐 대부분의 호텔에서 일정금액(대체로 30CAD)만 추가하면 반려견과 동반 숙박이 가능했다. 학교의 운동장은 방과 후면 무료 반려견 놀이터로 개방되었고,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관광지에는 어김없이 반려견용 물과 배변봉투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어딜 가나 '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전제되어 있었다.

2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우리 가족은 귀국준비를 했다. 은이와 동반 입국을 위한 검역서류들을 준비하고, 항공사에 전화해 반려동물 동반 탑승을 확인받았다. 항공편은 역시 에어캐나다를 이용했다. 한 번 해 봤기에 절차를 밟는 건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출국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짠해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2년 전 공항과 기내에서 웅크리고 있던 은이의 불안한 눈빛이 자꾸만 떠올랐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밴쿠버 공항에 갔을 때, 나는 인천공항에서처럼 은이를 가방 안에 넣은 채 공항에 들어섰다. 그런데 개를 안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목줄을 하고 공항을 걸어다니는 개들도 있었다. 나는 슬그머니 은이를 꺼내 보았다. 어떤 불편한 시선도 느껴지지 않았다. 은이를 안고 탑승수속을 위해 항공사 카운터로 갔다. 항공사 직원은 은이를 보더니 예쁘다며 쓰다듬어 주었다. 무게를 달지도, 가방 크기를 재지도 않았다. 이렇게 작은 개인데 당연히 함께 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은이를 안고 보안검색대로 갔고, 그곳에서 은이를 가방에 넣으려 했다. 그 때 한 보안요원이 이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보안요원은 내게 은이를 안은 채로 검색대를 통과하라고 했다. 내게 꼭 안겨 검색대를 통과한 은이에게 몇몇 보안요원이 다가와 굿바이 인사를 건넸다. 은이도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흔들며 답례했다. 그날 은이는 목줄을 하고 산책하듯 살랑살랑 걸어서 탑승구까지 갔다. 탑승구 앞에선 공항직원이 다가와 은이와 잠시 놀아주기도 했다. 그 직원은 아직 탑승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타기 직전에 가방에 넣으라고 했다. 은이는 내 무릎에 앉아 주변을 관찰하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비행을 시작했다. 물론, 기내에서 은이는 가방 안에 있었다. 하지만, 비밀스런 존재가 아니었다. 건너 좌석에 앉은 승객은 강아지 이름이 뭔지 물어왔고, 승무원들은 혹시 은이에게 물이 필요하면 말해 달라고 했다. 편안한 분위기 덕분이었는지 은이도 훨씬 덜 불안해 보였다. 
  
캐나다에서 은이는 웬만한 호텔들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함께 머무를 수 있었다. 휘슬러의 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은이.
 캐나다에서 은이는 웬만한 호텔들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함께 머무를 수 있었다. 휘슬러의 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은이.
ⓒ 송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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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간 후 우리는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새 밴쿠버 공항의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으러 가는 길에 은이를 가방에서 꺼냈다.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이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공항직원이 내게 다가와 다시 넣으라고 했다. 나는 그때 실감했다. 여기는 밴쿠버가 아니라 대한민국 인천이구나!

같은 노선을 이용했지만 인천공항과 밴쿠버 공항에서의 경험은 이토록 달랐다. 아마도 이는 반려동물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전제하고 있는 사회와 최근에서야 '동물은 물건이 아님'을 인정한 사회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물론, 지금은 한국도 많이 달라졌다. 2017년 5kg로 반려동물 동반탑승을 제한했던 한국의 국적기에도 이제는 7kg까지 반려동물과 함께 탈 수 있게 됐고, 단거리노선의 경우 일부 항공사에서 9~10kg까지 동반탑승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2020년부터는 공항의 보안검색대를 반려동물을 안은 채 통과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반려동물을 수용하는 범위도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캐나다에서 은이가 받았던 존중과 배려의 시선을 잊을 수 없다. 어서 빨리 이 간극이 좁혀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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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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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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