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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적절하다. 군대 발 부조리, 성폭력 등 불쾌한 소식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한민국 군대의 민낯을 과감히 드러내는 작품이 탄생했다. 김보통 작가의 <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는 한준희 감독의 'D.P'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개봉했다.

치킨집 알바를 하다 거짓말쟁이로 찍힌 준호(정해인 분)는 군에 입대한다. 헌병대로 발령받은 그는 우연한 기회로 군무 이탈 체포 전담조 (D.P)에 배치돼 탈영병들을 체포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준호는 선임 호열(구교환 분)과 함께 탈영병들을 체포하면서 여러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마주한다.

'D.P'의 배경은 멀지 않다. 2014년의 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14년은 대한민국 국군에게 끔찍한 사건이 발행한 해이다. 그 해 일명 윤일병 사건으로 알려진 경기도 연천 의무병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들로 하여금 군대 내 부조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D.P'에서 다루는 내용 또한 군대 내 부조리다. 선임 및 상급자에 의한 폭행과 폭언, 그리고 가혹행위를 실제적으로 드러낸다. 작품 속 수많은 탈영병들의 탈영 원인 대다수는 상급자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서이다. 

준호는 부조리에 대항한다. 폭력에 맞서고, 굴하지 않는다. 자신 또한 폭행을 당하며 군생활 했지만, 자신의 후임들에겐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주먹 대신 말과 조언으로 후임을 관리한다. 그와는 다르게 주위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나중에 잘해주자"라며 준호를 격려하던 석봉은 선임들의 모습을 따라간다. 가혹행위의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다.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곳, 'D.P'는 한국 군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D.P' 시즌1의 마지막은 석봉의 이야기로 끝난다. 근무를 서던 석봉은 가혹행위를 시키는 선임의 괴롭힘을 참지 못해 선임을 구타하고, 탈영한다. 그리고 이미 전역한 병장을 찾아간다. 한 차례 체포된 석봉은 외친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이 외침을 통해 석봉으로 대표되는 군대 내 가혹행위의 피해자, 그리고 단순히 선임 한 사람이 아닌 군대 문화라는 큰 가해자의 존재를 자각하게 된다. 

군대 문화는 철저한 위계 질서를 토대로 한 상명하복으로 정의된다. 계급 앞에 나이와 능력, 그리고 모든 조건과 배경은 무시된다. 폭력과 폭언, 부조리는 계급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향한다. 사회와 격리된 군의 폐쇄성은 위계 질서에 의한 부당한 폭력을 묵인하고 방조하며, 모두를 방관자 및 가해자로 만든다. 작품 속 드문드문 등장하는 대대장과 보좌관 진섭의 대화는 진급으로 상징되는 위계 질서 수호에 수단으로 사용되는 군 조직의 폐쇄성을 드러낸다.

최근 상급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중사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분노했다. 공군 참모총장이 사퇴했고, 국방부 장관이 사죄했으며, 대통령이 나서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석달도 채 되지 않아 해군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비슷한 형태의 범죄 행위가 유독 군 조직 내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과주의, 진급 우선주의의 군 문화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빼앗고, 군대 조직의 폐쇄성이 가해자를 보호한다.

군대는 과연 변할 수 있을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국방부는 나름의 해결책을 내놓는다. 장관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다. '클린 병영', '선진 병영' 등의 구호가 각 부대에 전달된다. 부대의 담당관들이 병사들을 교육한다. 수시로 외친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변하는 것은 없음을.

드라마 속 호열은 "군대가 바뀐다면 어떨까?"라며 탈영병을 회유한다. 작품 속 호열은 2014년도의 군대를 말하는데, 2021년의 군대를 봐도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다. 썩은 속을 그대로 놔둔 채, 이름을 바꾸고 페인트칠을 새로 하는 것만 반복한다. 조직의 썩은내가 익숙해진다. 그 악취는 모두를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로 만든다.

군은 바뀌어야 한다. 끊임없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양산하는 썩은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단순히 장병의 월급을 인상하고, 군생활 내 자기 계발과 진로 개발을 도와주는 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위계 질서와 성과 주의 문화를 건강한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위계 질서의 확립과 성과를 인정하되 모든 것이 성과로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위계가 치졸한 군림으로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 군의 폐쇄성을 용인할 수는 있지만 폐쇄성 뒤에 모든 것을 감춰서는 안 된다. 적절한 선에서 개방과 투명성이 필요하다.

"뭐라도 해야지", 'D.P'의 마지막 대사다. 대한민국 군대가 주장하는 자랑스런 국군, 용맹한 국군이 진정으로 자랑스럽고 용맹스럽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뭐'는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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