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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최초로 기후위기와 축산동물의 권리를 함께 논의한 토론회가 열렸다.
▲ 국회토론회 <기후위기시대 축산동물을 말하다> 공식 포스터 국회에서 최초로 기후위기와 축산동물의 권리를 함께 논의한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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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돼지와 닭 등을 살처분한 것을 후보로서의 강점으로 내걸고 있다. 실제 국회에서는 살처분 비용 국비지원 의무화 정책이 가축 전염병 예방법으로 발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곳에서 '처분'되는 동물의 고통과 그들의 기본적인 권리는 애초에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 굳이 감염병의 확산이라는 상황을 들고 오지 않더라도 민법과 형법상으로 축산 동물들은 오로지 인간의 재물과 재산에 불과하다. 동물의 기본적인 권리를 심각한 수준으로 침해하는 공장식 축산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꾸준히 장려해온 역사가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감염병과 기후위기 문제를 축산동물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와 함께 고민한다는 것은 멀고도 어려운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 10일, 한국 정치 역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축산업의 현실을 직면하고 앞으로의 정치권의 과제를 고민하는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첫 단추가 꿰어진 것이다.

당시 토론회는 기본소득당 신지혜 상임대표와 용혜인 의원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기본소득당 동물권위원회 홍순영 집행위원장,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조길예 대표, 동물법비교연구회 김영환 기획자가 각각 발제를 맡았다. 이어서 동물해방물결 한승희 캠페이너, 직점행동 DxE 섬나리 활동가가 토론을 맡았다.
  
축산동물이 처한 현실 마주하기 - '고기'로 태어나는 동물은 없다
 
홍순영 집행위원장이 토론회 진행과 발제를 하고 있다.
▲ 서울기본소득당 동물권위원회 홍순영 집행위원장 홍순영 집행위원장이 토론회 진행과 발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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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예 대표와 김영환 기획자가 토론회 발제를 하고 있다.
▲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조길예 대표, 동물법비교연구회 김영환 기획자 조길예 대표와 김영환 기획자가 토론회 발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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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동물을 먹고, 입고, 쓴다. 헤아릴 수 없는 숫자의 동물들이 우리에게 '고기'또는 '가죽'이 되어 오는 과정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무엇보다 그 과정이 지구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더더욱 알지 못한다. 모든 것에 앞서 우리는 축산동물이 처한 구체적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그들이 '고기'로 태어나 죽어가는 과정을 드러냄으로써 공장식 축산업의 민낯을 내비추어야만 하는 것이다.

닭의 자연수명은 약 7년, 돼지는 12년 정도다. 그러나 그들은 각각 7주, 16주의 짧은 생을 살고 잔인한 방식으로 도축당한다. 평균 수명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을 '살아간다'라는 표현보다도 '죽어간다'는 표현이 타당할 정도로, 사육시설은 열악하다. 그들은 폭 70cm, 높이 120cm, 길이 190cm의 스톨 안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만을 반복한다. 짧은 시간 안에 몸집이 비대해질 수 있도록 호르몬제가 투여되는 것은 물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진통제 없이 부리와 이빨, 그리고 꼬리를 잘라낸다. 도살과정에서도 기절(전살)과 방혈 등의 과정이 여전히 수반된다. 이들이 겪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은 법적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젖소의 경우 '우유' 생산을 위해 4~8년 동안 강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 연이은 임신을 위해 약물이 투입되고, 송아지가 태어나면 송아지가 우유를 먹지 못하도록 몇 시간 만에 어미 소와 분리된다. 생산 능력이 없는 수송아지들은 '잡내'를 제거한다는 이유로 마취 없이 거세 당하고, 임신 능력이 저하되거나 산유량이 감소하여 생산성이 떨어지면 바로 도축 당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되는 '우유'는 본래 평균 산유량의 열배에 달한다.

우리가 먹고, 입고, 쓰는 동물들은 이렇게 우리에게 도달한다. 이는 단연코 불필요한 고통이며 '산업'으로 포장된 학살이다. 동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과 행복을 느끼고, 각자의 삶의 지향을 가진 개별적 존재들이다. 인간이 구축한 정치 공동체 내에서 동물이 어떤 입지에 놓여있고, 따라서 어떤 대우를 받아야 타당한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새로운 합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모든 동물들의 본연의 삶의 가치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고기 한 점을 먹는 것은 아마존에 불씨하나를 던지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기본소득당 동물권위원회와 국회의원 용혜인이 주최했다.
▲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이날 토론회는 서울기본소득당 동물권위원회와 국회의원 용혜인이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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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은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만큼이나 지구 생태계를 심각한 수준의 위험에 빠뜨렸다. 전 세계는 매년 420억 톤의 탄소를 배출한다. 축산업은 이중 20%가량을 차지한다. 아마존 파괴의 91%는 축산업이 그 원인인데, 전 세계 곡식의 50%가 가축의 사료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 외에도 축산업이 세계 물 소비량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땅 표면의 45%가 축산업에 쓰인다.

가속화되는 지구 온난화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1인당 평균 탄소 배출량이 한 해 2.1톤이 되어야 한다는 UN의 보고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한 해 탄소배출량은 12.5톤으로, 신속하고 확실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4이 식량시스템과 관련되어 있고, 그 중 80%가 축산업과 연관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해결방안은 이미 정해져있다. 바로 식생활의 대전환이다. 개인적 차원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말 그대로 '대전환'이 절실한 시점에서 국가의 정책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국가 정책의 차원에서 육류대체식의 보급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 학교나 병원 등의 공공조달의 영역에서 육류대체품의 보급을 대폭 확대하고, 그 외 공공급식소에서의 채식선택 옵션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일상에서도 모두가 저렴하고 손쉽게 육류대체 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접근성 향상에도 힘써야 한다.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상품들이 조달될 수 있도록 육류대체식품 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경제적 지원도 필요로 할 것이다. 또한 축산업계 지원을 멈추고, 육류소비를 지나치게 장려하는 미디어에 대한 규제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후위기시대, 모든 생명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지구는 셀 수 없이 많은 종의 생명체들로 구성되고, 그들은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하나의 종이 다른 모든 종을 지배하고 물건으로 여기는 관계 방식으로 지구는 더 이상 지탱될 수 없다. 인간의 정치가 비인간 동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인간 사회의 영향을 받은 이들의 행위가 다시 부메랑이 되어 인류에게 돌아온다. 따라서 인간의 '정치'와 동물은 분리되지 않는다.

이제는 축산 동물과 인간이 맺어온 그간의 관계 방식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비건을 지향하는 등 개인적 차원의 실천은 중요하다. 하지만 당면한 기후위기 시대에 그보다 시급한 것은 국가 차원의 제도적 실천이다. 가장 먼저, 공장식축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온 그간의 국가 정책들은 모두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가축분뇨 처리, 살처분 비용 지원 등이 대표적인데, 2021년 정부예산에서 가축분노 처리비용으로 할당된 것은 1103억 원에 달한다. 또한 가축방역 및 축산물안전관리에 2600억의 예산이 배분되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대량 살처분에 투입된 비용은 2010년부터 10년 동안 약 4조 원이다. 정부는 이러한 지원을 멈추고, 육류소비량 감축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정책적 지원을 감행해야 한다.

이제는 모든 비인간 존재들을 정치적 고려대상으로 삼는 '모든 생명의 정치'가 도래할 때다. 한국에서는 2021년 8월, 그 첫 걸음이 시작되었다. 그간의 패러다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앞으로 이어갈 전례 없는 전환의 정치를 함께 고민하고 제안하는 용기 있는 첫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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