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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유네스코 1인 1저 책 쓰기 과정에 참여하고 있고, 이제 과정의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일도 있었고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단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최고의 비결인 것 같다. 한 달 전부터 차례로 초고 발표가 시작됐고 처음도 끝도 아닌 애매한 지점에 발표 날짜를 정했다.

지난 시간 동안 틈틈이 쓰고 엮은 글의 초고 발표를 진행했다. 어설픈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글쓰기 진행 과정과 현재의 결과물, 앞으로 해야 할 과제와 여전히 어려운 점까지 짚어나갔다. 학교에 다니며 아이들과 글쓰기나 문집 만들기 활동을 매년 해왔기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 정도를 체크하는 것은 익숙했지만 심사를 받는 느낌은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런 어려운 일을 애들은 했었구나, 생각했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동학들이 모인 단톡방에 먼저 글과 발표 자료를 올려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늘 꼼꼼히 보아주는 한 동학은 가족의 사연을 독특하게 풀어내서 깊이도 있고 글이 쉽게 읽힌다고 너그럽게 평했다. 자신의 가족이 떠올랐다는 말로 감동을 표현하기도 했다. 다른 이들의 피드백도 대체적으로 좋은 반응이었고 따뜻한 시선으로 읽어 준다는 마음에 본격적인 발표의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드디어 중간발표 날,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거나 머릿글만 읽었다는 솔직한 말을 시작으로 글이 무거워서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글을 통해 작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해야 하는데, 초반에 개인적인 글이 흥미를 잃게 한다고도 했다. 구성과 배치의 문제도 지적했다. 감정으로 분류하는 것은 어떨지도 조언했다. 냉정하고 날카로운 평가였다.

발표는 끝났다. 피드백을 꼼꼼히 메모했다. 모두의 조언을 잘 절충해서 최종 글을 잘 완성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예상 독자를 정했지만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중간 평가에서도 다양한 연령층이 있었지만 꼭 연령대에 따라 반응이 일관된 것은 아니었다.

문득, 책을 쓰는 사람들은 몇 명의 독자를 예상할까 궁금했다. 모두의 입맛에 맞출 수 없다면 어떤 대상을 잡아야 하는 것일까. 특정 독자를 한정하고 글을 쓰는 것이 맞는 것일까. 모두에게 다가가는 글은 불가능한 것일까. 코로나로 어려웠던 2020년 출판시장에서도 단행본은 선전했고 웹소설 분야는 비약적 성장을 했다는데(대한출판문화협회 2020 출판시장 통계), 매일 쏟아져 나오는 책들 중에서 내 글을 읽어줄 독자가 과연 있기는 할까?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의 따끈따끈한 신간을 지인에게 건넸을 때, 지인은 시작이 뻔하다며 세 장을 넘기지 않고 읽기를 멈췄었다. 이렇게 냉정한 세계라니, 내가 저지르려는 일이 무게를 새삼 깨달았다.

마음을 풀자고 시작한 글쓰기였다. 처음 나의 글쓰기에 영향을 주었던 은유 작가의 말대로 "내가 나를 설명할 말들을 찾고 싶었다. 나를 이해할 언어를 갖고 싶었다(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중)". 내 안에 품고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내 언어로 정리하자고 욕심을 부렸다. 쓰다 보니 깊이 잠겨 있던 기억이 올라왔고, 글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무엇보다 글은 슬픔도 아픔도 괴롭던 사연도 다독이는 힘이 있었다. 감정을 가라앉히니 기억은 아름답게 남았다.

코로나가 다가오기 이전까지 쉴 새 없이 딸려 나오는 온갖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했고 다양한 책들을 함께 읽었다. 닥치는 대로 읽고 그것들도 정리했으니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장 왕성하게 읽고 쓰며 나를 돌아보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와 함께 읽기도 쓰기도 주춤거렸고 이제 책쓰기 과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동안 썼던 글의 정리와 분석을 해야 했다. 꼭 필요한 내용인지, 얼마만큼 감정에 충실했는지, 그 감정은 솔직한지, 넘치거나 모자란 부분은 없는지 독자가 되어 냉정하게 돌아보는 등의 작업들이 필요했다.
 
그는 영화 속 생생한 캐릭터 표현의 비결로 자신이 맡은 역할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취재를 한다고 했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황정민 편 화면 캡쳐 그는 영화 속 생생한 캐릭터 표현의 비결로 자신이 맡은 역할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취재를 한다고 했다.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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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배우 황정민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영화 속 생생한 캐릭터 표현의 비결로 자신이 맡은 역할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취재를 한다고 했다. 기자가 취재하듯 생생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노트 한 권 분량으로 정리하고, 다시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연기로 표현한다고 했다.

예로, 영화 <국제시장> 때도 파고다 공원에서 노인들을 취재했고, 영화 <로드무비> 때는 노숙 인물의 분석을 위해 서울역에서 일주일을 노숙생활을 경험했다고 했다. "이리저리 쫓기고 발로 차이고 밥도 같이 타다 먹고" 했다는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적인 경험담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누적 관객 1억 명이라는 국가대표 배우 타이틀이 괜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던 것 같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위한 노트 한 권 분량의 디테일한 분석. 황정민 배우의 이런 노력을 마주하며, 나는 나의 글을 세상에 펼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우선 생각했던 것 같다. 쉽게 쓰고, 되는 대로 자판을 두드리고, 때로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도 두루뭉술 적당한 표현을 선택하며 넘기고...

잠시 반성하며 나를 돌아보는 데 황정민 배우가 묵직한 한 방을 또 던졌다.

"남의 인생을 쉽게 살 수 있겠어요? 그리고 관객분들이 돈을 내고 보잖아요. 그만큼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책을 낸다면? 내 글이 공공의 영역에 던져진다면? 사람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입장이라면? 나의 책임감은 무엇일까. 과연 내놓을 만한 글인지, 그들이 돈을 내고 사 볼 만한 책인지. 독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적어도 노트 한 권 보다는 깊이 생각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연기로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배우의 말처럼 글로 거짓말하지 않아야 한다. 연기는 원래 괴로운 거라는 말처럼, 글을 쓰는 것도, 상대의 마음에 다가가는 글을 완성하는 것도 어찌 보면 괴로운 작업이다. 내 삶을 얘기하지만 다른 이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들이 기꺼이 지불하는 값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삶은 '타자에게 빚진 삶의 줄임말'이니까. 
 
삶이란 '타자에게 빚진 삶'의 줄임말이고 나의 경험이란 '나를 아는 모든 나와 나를 모르는 모든 나의 합작품'인 것이다. 누구도 삶의 사적 소유를 주장할 수 없다는 사실과 경험의 코뮌적 구성 원리를 인식한다면, '경험의 고갈'이라는 난감한 사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중)

조지 오웰은 글을 쓰는 동기로 첫째, 개인의 이기심, 둘째, 미학적 열정, 셋째, 역사적 충동, 넷째, 정치적 목적을 언급했다(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중). 내가 글을 쓰는 동기는 무엇일까. 책을 완성하고 싶다는 개인의 이기심이 가장 앞선 때문이겠지만 그것만으로 점철된 글은 아니기를 빌어 본다.

무거운 마음으로 일어나는 아침, 알람이 도착했다. 내가 쓴 글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람이다. 글을 읽고 눈물이 났다고 적혀 있었다. 공감, 그 감사한 마음의 댓글을 읽고 조금 더 용기를 내 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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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씁니다. 50대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은 생도 이전처럼 힘 있게 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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