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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반려인의 세계'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반려인들이 경험한 '반려동물과의 이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띠리링. 잠들면서 세 시간 뒤로 맞춰놓은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오전 3시. 평소 같으면 뒤척이지도 않고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일어나려니 눈꺼풀이 한없이 무거웠다. 남편은 벌써 일어나 부스럭거리며 자잘한 짐을 챙기고 있었다. 대형견 여름이와 제주도에 가는 날. 차를 타고 전남 완도에 가서 오전 10시에 배를 타려면 서울에서 새벽 4시에는 출발해야 했다.

비행기 대신 배를 선택하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레스토랑에서 여름이를 위한 강아지 메뉴를 주문했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레스토랑에서 여름이를 위한 강아지 메뉴를 주문했다.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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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면 한 시간 만에 갈 수 있는 제주도지만, 우리는 처음으로 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이번엔 여름이와 함께 가는 휴가였기 때문이다. 대형견도 비행기를 탈 수 있지만, 7kg 이상의 중대형견은 수화물칸에만 탑승이 가능하다. 길지 않은 시간이라지만 보호자로서는 소음 정도나 환경 등을 알 수 없는 수화물칸에 혼자 두는 게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게다가 제주도에 도착한 뒤에도 문제였다.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렌터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켄넬 사용이 원칙이고, 30kg의 대형견을 태울 수 있는지의 옵션까지 고려하면 찾기가 쉽지 않을 듯했다. 차내에 폴폴 날릴 여름이의 털 빠짐도 신경 쓰였다. 여러모로 여름이 전용 카시트가 설치된 익숙한 우리 차를 이용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완도에서 제주까지, 또 제주에서 완도까지의 배편으로 고속페리를 이용했는데,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도 포함돼 있었다. 대신 선박의 종류에 따라서 이용 방법에 차이가 있다. 처음 탔던 블루나래는 15kg 이상 대형견의 경우 '이동장에 넣어 갑판에 두거나 차량에 태운 채로 두어야' 탑승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대형견은 사실상 이동장째로 옮기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갑판에 갈 수 없었고 차량에 넣어둔 채로 탑승했다.

여름이는 차에 잘 있는 편이고, 이동 시간도 1시간 20분 정도로 짧은 편이라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다. 다만 당시는 여름이 아니었지만 더운 날에는 차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 위험할 텐데, 시동 꺼진 차에 개를 혼자 두는 것이 괜찮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용한 배는 반려견과 함께 이용하기에 사정이 더 좋았다. 2시간 20분 정도로 이동 시간이 더 길기는 하지만, 실외와 실내에 총 3군데의 펫존이 따로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때 펫존 이용은 선택적 사항이기 때문에, 이용하려면 현장에서 따로 신청서를 쓰고 3천 원을 내야 한다. 물론 여름이는 소형견과 달리 이동장에 넣은 채 좌석에 갈 수가 없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펫존을 이용해야 했다.

펫존까지 이동하는 동안 반드시 이동장을 지참하고 입마개를 해야 했다. 대신 펫존 안에서는 보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목줄과 입마개를 풀고 자유롭게 있을 수 있었다. 물론 펫존에 여러 마리가 있다면 상황에 따라 보호자가 조율해야 할 것이다.

대형견이 있다고 하니 직원분들이 다른 승객들과 마주치지 않는 짧은 동선을 따로 안내해주셨다. 덕분에 거의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고 펫존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예약한 좌석은 구경도 해보지 못했지만, 이용 금액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펫존이 잘 구비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외 펫존에는 인조잔디가 깔려 있고, 실내로 들어가면 대형견과 중소형견 방이 아예 나뉜 채로 입구에도 따로 이중문이 설치되어 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배변패드도 준비되어 있었다.

배를 타는 게 낯설었을 여름이도 우리와 함께 있으니 더 편안해했고, 안타깝게도 멀미를 한 건 남편뿐이었다.
 
제주도에서 완도로 가는 배. 펫존을 이용했다.
 제주도에서 완도로 가는 배. 펫존을 이용했다.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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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대형견 펫존에는 여름이 한 마리뿐이었다.
 이날의 대형견 펫존에는 여름이 한 마리뿐이었다.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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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대형견과 함께 여행하는 이유

사람끼리 여행하는 것보다 번거롭기는 했지만, 제주도는 서울보다 대형견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이 많은 듯했다. 특히 야외 테라스가 있는 식당이나 카페가 많다 보니 그런 곳들은 대부분 대형견 동반을 허락해주셨다. 물론 목줄을 반드시 착용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보호자가 주의 깊게 돌봐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다행히 여름이는 한 자리에 얌전히 잘 있어 주는 편이고, 오히려 여름이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예뻐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만났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한라산에 함께 갈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제주도에는 여러 번 갔지만 한 번도 한라산에 간 적이 없어서, 이참에 여름이와 함께 가보고 싶었는데 반려견 동반은 안 된다는 말에 입구에서 차를 돌려 내려와야 했다. 배변을 치우지 않는 등 기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보호자들이 자연을 어지럽히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내심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제주도에 있는 동안 서울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여름이와 붙어 다녔지만, 앞뒤로 이동하는 것이 워낙 고생스러웠던 탓에 우리는 제주도에 다시는 못 갈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배를 타는 것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자차로 서울과 완도를 왕복하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배 시간을 맞추느라 두 번 모두 새벽 운전을 했고, 중간에 한 번씩 휴게소에 내려서 여름이가 소변을 볼 수 있게 해주느라 이동 시간이 더 길어지기도 했다.

사실 장거리 이동이 개에게도, 사람에게도 고생스러운 일이긴 할 것이다. 이동 수단이라는 게 애초에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늘 다니는 산책로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걷고, 여름이의 생애 처음으로 바다를 구경하고, 무엇보다 3박 4일 내내 우리와 함께 먹고 자는 시간이 여름이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되어주었으리라 믿고 싶다.
 
제주의 한 반려동물 동반 카페에서 강아지용 아이스크림을 먹는 여름이.
 제주의 한 반려동물 동반 카페에서 강아지용 아이스크림을 먹는 여름이.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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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대형견과 개 물림 사건이 자연스레 연결되어 떠오르는 탓인지, 대형견의 존재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보호자가 그만큼 충분히 주의해야 하고, 돌발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심하지 않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화 훈련을 병행하면서, 펫 친화적인 장소를 찾아 여행 전에 꼼꼼히 동선을 짜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대형견이 목줄을 잘 착용하고 보호자가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데도 그 존재 자체만으로 공격받을까 두렵고 불편하다면, 속도 규범을 맞춰 달리는 자동차를 불러세워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고 경고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굳이 대형견을 동반해서 여행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위험을 안기고 싶은 마음은 물론 아니다. 다만 이미 인간의 필요에 의해 우리와 함께 살아가게 된 반려동물과의 공생은 우리 사회가 필연적으로 고민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뿐 아니라 우리 인간이 끌어들인 반려동물의 삶을 위해서도, 많은 경험과 시간을 할애하여 공존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게 궁극적으로 개에게 사람과 살아갈 수 있는 규칙을 가르쳐주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믿는다. 또한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제주도를 무려 편도 7~8시간에 걸쳐 가족 휴가로 다녀온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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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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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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