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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는 '뫼山 + 뛰기'에 어원을 두고 있다. 구워 먹는 우리벼메뚜기, 방아 찧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여 방아깨비, 가을날 해가 진 뒤에 울어대는 귀뚜라미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무리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은 충롱(蟲籠, 곤충 채집통) 속에 방울벌레나 베짱이, 귀뚜라미 등을 넣고 그 소리를 즐겼다.

고려시대의 문인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에는, 매년 가을이면 왕의 비첩들이 조그마한 금롱에 귀뚜라미를 넣고 베갯머리에 두었다고 적고 있다. 이 풍속은 서민들에게도 널리 퍼졌으며 천고마비의 계절에 다듬이질 소리와 함께 운치 있는 감상법이었다.

메뚜깃과에 속한 풀무치의 학명(Locusta migratoria)에는 로커스트가 붙었는데, 대량 발생하면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메뚜기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 따로 구분하지 않지만, 영어권 지역에서는 그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메뚜기는 grasshopper다. 성경에도 나오며 식량을 다 갉아먹는 메뚜기는 locust라고 부른다. 
 
풀무치의 옆 얼굴 초접사. 치타 처럼 겹눈에서 주둥이까지 푸른 줄무늬가 이어진다.
▲ 풀무치의 옆 얼굴 초접사. 치타 처럼 겹눈에서 주둥이까지 푸른 줄무늬가 이어진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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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삼국사기 이래로 메뚜기에 의한 피해가 왕왕 기록되어 있다. 풀무치의 뜻은 '풀에 묻은 벌레'라는 뜻인데 순우리말로는 '누리'라고 불렀으며, 한자로는 황충(蝗蟲) 또는 비황(飛蝗) 이라고 했다. 가뭄이 든 해에 메뚜기가 창궐하면 작물을 다 갉아먹었기에 흉년의 굶주림을 가중했다.

풀무치 옆얼굴을 보면 겹눈과 입에 걸쳐서 푸른색 띠가 이어진다. 마치 치타의 눈과 주둥이를 따라 검은 선이 이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다 자란 암컷은 몸길이가 65mm 정도이며 수컷은 이보다 작아 50mm 가까이 큰다.

메뚜기 무리는 직사광선이 내리 쬐는 들판, 주변에 물이 흐르는 풀이 많은 지역에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강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었으나 환경오염과 도심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도서 지역에서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떼로 모이면 집단지성이 생긴다
 

대한민국의 반대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주변에 있는 여러 나라에서는 로커스트가 탐욕과 공포, 기근을 만들어낸다. 대공황 수준으로 창궐한 사막메뚜기 무리가 모든 작물을 먹워 치워 사람들을 기아의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인간과 곤충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이 잘 버무러진 휴 래플스가 쓴 <인섹토피디아>에는 메뚜기의 성장 과정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비가 많이 내려 생육조건이 맞아떨어지면 사막메뚜기의 번식이 왕성해지며 해충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떼로 모이면 달라진다. 급격한 신체 변화가 생겨나는데, 대가리가 커지면서 몸집도 불어나고 날개는 더욱 길어진다.

한살이 주기도 속성으로 바뀌어 일찍 알을 낳고 그렇게 태어난 애벌레는 금방 아성충으로 자라나며 행동마저 과격해진다. 먹이가 부족해지면 수백만에서 수십억 마리의 로커스트가 집단으로 행진을 시작한다. 사막을 가로질러 이동을 하면서 그 수는 점점 불어난다.

여기저기서 로커스트 떼가 몰려들어 합세를 하기 때문이다. 이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수십 킬로미터는 거뜬히 넘으며 이 대열에서 5번 허물을 벗고 마침내 어른벌레로 탈바꿈한다. 이렇게 임계점에 도달하면 마침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창공을 새까맣게 뒤덮어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한 수준에까지 다다른다.

심지어는 집단지성까지 발휘하여 자신들의 갈 곳을 정하며 그들의 앞을 막는 장애물에는 위협을 가하기까지 한다. 살충제를 뿌리는 비행기를 향해 날아가 조정석을 뒤덮고 양 날개 위로 달려들어 자신들의 힘으로 이 비행기를 끌어 내리려고 한다.
 
월드 뱅크의 로커스트 기사. 로커스트가 창궐하여 농작물을 갉아먹는 피해를 주고 있는 장면.
▲ 월드 뱅크의 로커스트 기사. 로커스트가 창궐하여 농작물을 갉아먹는 피해를 주고 있는 장면.
ⓒ world bank from yo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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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하고 경악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일을 겪어보지 못해서 상상이 안 가는 광경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한 기사에 따르면, 어둠이 몰려오는가 싶더니만 로커스트 떼가 도착했다. 농작물은 물론이요 맨땅은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았고, 죽은 동료들까지 남김없이 먹어 치워 씨앗 한 톨조차도 남지 않았다. 

로커스트 한 마리는 매일 자기 몸무게 정도의 식물을 먹어 치운다. 무게로 따지자면 2g 정도인데 여기에 100억 마리를 곱하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온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로커스트 침범 지역은 전 세계 경작지와 목초지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총 65개 나라, 1100만 제곱마일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이 지역 국가에서는 메뚜기의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와 더불어 대량 발생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저개발 국가라서 부족한 부분이 몹시 많다. 그럼에도 한쪽에서는 로커스트를 튀겨서 별미로 먹고는 한다. 메뚜기는 고단백 영양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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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를 펴냈다. 다음 세대를 위한 화보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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