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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하는 중, 마스크가 큰 의지가 되었다
 강의하는 중, 마스크가 큰 의지가 되었다
ⓒ 김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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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예술가단체 미술공감채움 대표인 보연 언니가 내게 글쓰기 강의를 요청했을 때, 습작생인 내가 강의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청소년 대상의 예술 프로그램(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에게 하는 강의야. 교육과 글쓰기를 강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준정만한 적임자가 있을까?"  
 
꿈다락 선생님들은 영화배우이자 독립영화감독, 작곡가, 미술작가들이라고 했다. 보연 언니의 펌프질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도 아닌 예술가들에게 하는 강의라니 나는 더욱 자신이 없었다.

강의는 석 달 후였고 망하더라도 강의 자료는 남겠지, 하고 일단 하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강의할 내용을 메모장에 모으기 시작했다.     

강의를 듣는 분들은 나보다 오랜 시간 생계와 작업 사이를 오가는 생활을 해온 분들이다. 이분들한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뭘까. 그러다 2년 7개월 전까지 학원인이었던 내가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가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내가 글을 쓰게 된 배경에는 5년 전 책소풍이라는 학부모 대상 독서교육이 있었다. 그것이 독서모임으로 이어졌고 배지영 작가에게 에세이 쓰기 수업까지 오게 되었다. 어쩌면 청중인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아이들이 나와 같은 입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주제를 '응원'과 '글쓰기 팁'으로 정했다. 시민 문화 사업이 내게 끼친 영향에 대해 말하고, 글쓰기 팁은 내가 매일 하는 걸 ppt에 담았다. 나보다 오래 작업과 생계에 대해 고민해온 분들에게 하는 이야기. 나는 아직 3년도 되지 않아도 이렇게 힘이 빠지고 순간순간 그만두고 싶은데 이분들은 얼마나 이런 힘겨운 마음을 견뎌왔을까.

존경의 마음을 담아 선배님들에게 위로와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나에게서 처음의 열정을 발견해주길 바랬다. 강의를 준비를 할수록 나도 모르게 그런 감정에 빠져들었다.

드디어 강의 당일, 나의 소개로 시작했다.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20년 가까이 해왔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시간을 글을 읽고 쓰는 데 보내고 있어요. 전에는 밖에 있는 답을 찾았다면, 글 쓰는 일은 내 안의 답을 찾는 여정이라 만족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전업 작가를 꿈꾸며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사실 일 년 전에 쓴 이 자기소개서를 이번에 발견하고 실소가 나왔더랬다. 일 년 만에 전업작가는 소수의 선택받은 작가들만 가능하다는 걸 알았지만, 선배님들이 보기에 귀여우라고(가소로우라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과외로 생계를 꾸리면서 어떻게든 글을 계속 써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다. 

"프로그램 하나로 진로가 결정되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돌이켜보면 과거의 어떤 경험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제 경우는 그랬어요. 선생님들이 만나는 학생들도 그럴 것 같아요."  

대상이 청소년이냐, 성인이냐만 다를 뿐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과 선생님들이 기획하는 것이 다르지 않았다. 나한테는 생각을 키우는 기회가 되었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어쩌면 선생님들은 그런 피드백을 들을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이들은 시험 기간에 맞춰 성장하는 게 아니에요. 어떤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내버려 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이기도 했어요. 내 딸이라면 방해하지 않았을 테지만 수강료를 받은 나는 그럴 수 없었죠. 내가 하는 일이 한 사람의 권리를 빼앗고 그의 영역에 들어가서 마구 짓밟는 일 같았어요. 책을 읽고 인문학 강의를 들을수록 고민은 깊어졌고 더 이상 전처럼 일을 할 수 없었어요. 

학원은 폐업했지만 저는 얻은 게 있어요. 나만 잘 사는 길에서 함께 잘 사는 길로 방향 전환을 한 것 같아요. 이전에는 만성적인 불안과 단절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혼자 글을 쓰면서도 사람들과 연결감을 느껴요. 가족, 친구, 그리고 나 자신과도 이제야 화해를 한 기분이에요. 

객관적인 행복이란 있을 수 없고 그걸 쫓을수록 불행하다는 걸 알았어요. 사람들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다는 걸, 그 길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야말로 현명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지금 나는 용기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는 것도요."


끝으로 글쓰기 팁으로 키워드별로 메모를 하는 것과 내가 매일 하고 있는 필사, 감사노트, 자기 분석에 대해 말했다. 전에 글에도 쓴 적이 있는 "시간과의 싸움"에 대해서도 말했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유명 브랜드 의자를 주워온 걸 사진으로 보여주며 주책을 떨었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 뭣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강의가 끝나고도 질의응답 시간이 30분간 이어졌다. 적어도 이전에 했던, 서점과 작은 도서관에서 한 것보다는 잘했다. 그 다섯 번의 강의가 밑거름이 되었지만 무엇보다 이번에 청강자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게 큰 소득이었다.      

뿌듯함과 기분 좋은 피로함을 느끼다가 문득 한길문고에서 나에게 처음으로 강의할 기회를 준 배지영 작가가 생각났다. 이건 뭐, 감동적인 순간에 엄마 생각나는 것과 비슷했다. 배지영 작가는 평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특별한 사람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내 옆에 있는 모두가 빛나는 사람이라고, 책을 낼 수 있고, 강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니 내가 군산문화대통령이라고 안 할 수가 있나.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미숙함보다 발돋움하려는 용기에 박수를 쳐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았다. 배지영 작가, 고보연 작가처럼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쩌면 그것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잊지 말자고 이 마음을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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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봐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학원밥 18년에 폐업한 뒤로 매일 나물을 무치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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