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대체왜하니?'는 초4에서 중3까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시민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편집자말]
지난 토요일 아침. 초등학교 고학년 딸 아이가 남편과 나에게 통보한다.

"오늘 2시에 애들 춤추러 올 거야."

거실 소파에서 뒹굴거리던 남편과 내 눈이 동그래졌다.

"주말에 친구들이랑 우리 집에서 춤 연습한다고 했잖아."

아이는 일주일 전에 지나가듯 말했다. 그 뒤 별 얘기가 없어서 안 모이나보다,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말하다니. 게다가 5인 이상 집합 금지니 엄마, 아빠는 다른 곳에 가 있으라고 한다. 이런. 남편과 졸지에 계획에도 없는 데이트를 하게 생겼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매트 위에서 춤을 출 것을 당부하며 딸의 친구들이 오기 전에 나갔다. 아이들이 춤을 추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나중에 듣고 보니, 겨우 정한 곡은 트와이스의 'CRY FOR ME'라고 한다. 댄스학원에 다니는 친구가 먼저 시범을 보이고, 다른 아이들이 따라 췄단다. 리더 격인 아이가 숙제도 내줬다고 한다. 

"오늘 배운 춤, 영상으로 찍어서 나에게 보내 줘. 알겠지?"

"엄마, 나 춤추는 거 한번 볼래?"
 
딸이 춤에 빠졌다.
 딸이 춤에 빠졌다.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다음, 딸에게 언제부터 춤에 관심이 있었는지 물었다.

"요즘 여자애들 대부분 춤 좋아해. 내 친구들도 다 춤추는 걸 좋아해서 같이 놀려면 춤을 춰야 해."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댄스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꽤 되는 모양이다. 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다. 학교 방과 후 활동에 방송댄스가 있는 건 물론이고 무용학원이나 실용음악학원에서도 춤을 배울 수 있다. 검색해보니 초등학생 댄스복(힙합 패션)도 온라인에서 많이 판매하고 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브레이크 댄스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난 춤은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운동회나 수학여행 때 반 아이들이 모두 참여해서 상을 타야 할 때, 그럴 때만 예외적으로 춤을 추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을 보면 목적이 있어서 춤을 추는 게 아니라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잘 추고 못 추고를 떠나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

친구랑 놀기 위해 춤을 춘다는 말과는 달리 아이는 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유튜브에 있는 가수들의 안무 영상을 보며 열심히 연습한다.

"엄마, 나 춤추는 거 한번 볼래?"

이젠 나에게 연습한 춤도 보여준다. 처음에 쑥스러워하던 딸이 아니다.

"난 가수를 따라 추는 것보다 프리스타일로 추는 게 좋아."

아이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랜덤 플레이 댄스' 음악을 틀고 마음대로 춤을 춘다. 난 아이의 단 한 명뿐인 관객이 되어 열심히 박수를 친다. 다행히 아이는 몸치인 날 닮지 않아 몸놀림이 자연스럽다. 객관적이 아닌 주관적인 엄마의 입장으로 칭찬한다.

"머리를 이렇게 돌릴 때 엄청 멋있었어! 넌 어쩜 손가락 끝 모양도 이렇게 자연스럽니!"

아이돌이 되지 않아도, 꼭 춤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춤을 잘 추지 않아도 좋다.
 아이가 춤을 잘 추지 않아도 좋다.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며칠 뒤. 아이는 내 옆으로 오더니 아무도 없는데 작은 소리로 귓속말을 한다.

"나 방금 유명한 기획사에 카톡으로 내 노래랑 춤 영상 보냈어."

앗. 이게 무슨 말이지. 난 깜짝 놀랐지만 친절한 미소를 띠며 아이에게 물었다.

"무슨 기획사? 그리고 카톡으로? 자세히 좀 얘기해 줘."

아이 말에 의하면 한 블로그에 가면 여러 기획사의 오디션 일정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했다. A엔터테인먼트에서 오픈 카톡으로 노래, 랩, 춤 영상을 올리는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자신의 영상을 올린 거다. 설명하는 아이의 눈이 반짝거린다. 설마,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건가. 아이가 올린 동영상을 보았다. 흠. 난 솔직해지기로 했다.

"너 춤춘 지 얼마 안 됐잖아. 춤은 좀 아닌 거 같아."
"그지?"


아이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리고 끝. 인줄 알았으나, 아이는 며칠 뒤 또 나에게 와서 귓속말을 한다.

"내가 비밀 말해줄까?"
"아니. 괜찮은데."
"싫어, 말할래. 왜냐하면 엄마가 가입 승인을 해 줘야 하거든. 난 아직 만 14세가 안 돼서 홈페이지 가입이 안 돼. B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오디션을 하거든.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거기에 내 노래 영상을 올릴 거야. 아직 춤은 아니니까."


이런. 요즘 기획사들은 코로나 시국이라 그런지 아니면 지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대면하기 전에 1차로 온라인 오디션을 많이 진행하는 것 같다.

반짝반짝 아이의 눈빛을 거절하지 못하고 난 가입 승인을 해 주었고 아이는 영상을 올렸다. 예상대로 아무런 소식이 없다. 아이와 친구들은 그 뒤 한번 더 모였고 남편과 나는 또 데이트를 했다. 아이가 춤을 잘 추지 않아도 좋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린 뒤 느끼는 개운함과 못하던 동작을 하게 됐을 때의 쾌감과 성취감을 알면 좋겠다.

아이보다 조금 더 산 입장에서 보면 즐거움을 느끼는 자신의 도구가 많을수록 풍성한 삶을 살 가능성이 크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나만의 도구. 그것이 노래든 춤이든 운동이든 악기든, 뭐든 상관없다. 꼭 춤으로 성공하지 않더라도 춤이 아이에게 그런 도구가 되면 좋겠다.

group대체왜하니 http://omn.kr/group/teen_why
초4에서 중3까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시민기자들의 콘텐츠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이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며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