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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정홍근)
▲ 배려 디카시 (정홍근)
ⓒ 정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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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받고 싶은 사람은 없다. 동정은 대개 상대방과 나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상대방을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대상으로 다운그레이드 시킬 때 발생하는 감정이 동정이다. "대상"이란 말은 상대방을 나와 똑같은 한 사람의 인격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동정은 상대방을 나와 같은 상태로 끌어올릴 생각이 없다. 계속 불쌍한 상태 그대로 지속되어도 본인은 타격이 없는 감정이다. 그래서 값싼 동정은 함부로 불쌍히 여긴다.

동정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잘 살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상대의 불행이나 아픔을 확인하는 저열한 인간도 있다. 심지어 동정할 대상이 없으면 동정할 대상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급이 높은 사람이 급이 낮은 자에게 베푸는 것이 동정이라 믿는다. 도움을 베풀기도 하지만 상대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포장하기 위한 선행일 때가 많다. 동정이란 감정은 지극히 일시적이며 오래 유효하지 않다. 겉으로는 선한 일로 보이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동정은 같은 것을 느끼는 공감의 상태이면서도 같은 처지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긍휼은 상대와 나를 같은 인간으로 인식한다. 살면서 누리기 원하는 인생의 아름다운 일을 상대도 같이 누리기 바란다. 긍휼의 기조는 공감이며 긍휼한 마음은 결코 상대의 시련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타인의 인생에 대해 가늠할 수 있는 점이 있고 결코 가늠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음을 잘 알기에 함부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상대방을 향한 믿음 안에서 정직한 이야기를 한다.  

긍휼은 오래도록 유효하고 지속적으로 힘이 된다. 한 번의 긍휼이 가지는 영향력은 파급력이 대단하다. 긍휼 그 자체가 선한 영향력이기 때문이다. 긍휼은 상대가 위기를 넘기고 좋은 곳에 안착할 수 있을 때까지 응원하는 태도다. 상대가 마침내 편안함에 거하게 되기까지 기꺼이 디딤돌이 된다. 긍휼한 사람은 현재의 어려움 속에 파묻힌 사람을 정확하게 보면서도 극복하고 빛나게 될 미래의 삶을 향해 떠민다.

배려와 존중, 기본적인 매너와 예의가 부족한 사람 중에 긍휼함을 갖춘 사람은 없다. 함부로 넘겨짚거나 자신의 잣대로 성급히 결론짓는 사람은 두루 살피지 못한다. 더 넓은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사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지 않은가. 특히 타인의 일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는 것이 많다. 값싼 동정이란 이름으로 함부로 상대가 원치 않는 선행을 베풀기보다 차라리 겸손해야 한다. 굽이도는 길 위에서도 바르게 걷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고 있을지를 생각하며 오히려 존경해야 한다. 깨닫지 못하고 함부로 동정했던 순간들, 혹은 알면서도 성급하게 조언했던 순간들이 참으로 부끄럽다. 

시인도 어쩌면 나와 마찬가지로 성급하게 했던 배려들을 후회한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좋은 마음으로 행한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거나, 상대의 좋은 의도를 알면서도 받아들이기 싫었던 순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과정들을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존중하지 못한 것, 혹은 우리가 존중받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우리 모두는 그런 과정들을 지나 진짜 배려가 무엇인지, 진짜 긍휼이 무엇인지 배워간다. 두루두루 살피고자 하면, 둥글게 굽이치는 연못 위의 데크에 서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게 된다. 어쩌면 새롭게 보고자 하는 그 연습 자체가 긍휼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claire1209) 에도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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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화예술 교육 활동가/ 『오늘이라는 계절』 저자 - 5년차 엄마사람/ 10년차 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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