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높이의 우위를 앞세워 조별리그 연승을 달렸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4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조별리그 B조 경기에서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세트스코어 3-1(16-25,25-19,29-27,25-20)로 꺾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감독이 새로 부임한 팀끼리의 맞대결에서 여자부 사령탑에 처음 부임한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은 여자부를 오래 이끌어온 서남원 감독의 기업은행에게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현대건설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전에 결장했던 양효진이 블로킹 10개를 포함해 16득점으로 높이를 장악했고 황민경이 15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양효진의 10블로킹은 양효진의 컵대회 개인 최다 블로킹 기록이었다. 하지만 정작 강성형 감독을 기쁘게 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11득점을 올리며 오랜만에 이름값을 해낸 현대건설의 맏언니 '꽃사슴' 황연주가 그 주인공이다.
 
 황연주는 V리그에서 남녀부 통산 5000득점을 달성한 최초의 선수다.

황연주는 V리그에서 남녀부 통산 5000득점을 달성한 최초의 선수다. ⓒ 한국배구연맹

 
여자부 기록의 여왕, 무릎부상으로 후보 전락

프로배구 원년 시즌 신인왕에 빛나는 황연주는 흥국생명 시절 많은 우승을 차지하면서도 한일전산여고(현 수원전산여고) 1년 후배인 '배구여제'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에 가린 2인자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 황연주는 흥국생명 시절 매 시즌 서브와 백어택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리그 최고의 오른쪽 공격수로 군림했지만 김연경의 존재 때문에 언제나 '2옵션'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2009년 황연주와 함께 3번의 챔프전 우승을 합작한 김연경이 해외로 떠나고 흥국생명의 외로운 에이스가 된 황연주는 2009-2010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다. 흥국생명 잔류와 이적을 두고 고민하던 황연주는 자신을 처음 발탁해준 고 황현주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현대건설 이적을 선택했다. 이적 당시 연봉은 1억7500만원으로 당시 여자부 역대 최고 연봉이었다.

현대건설의 황연주 영입은 대성공이었다. 이적 첫 시즌부터 케니 모레노, 양효진과 함께 강력한 삼각편대를 형성한 황연주는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올스타전 MVP를 모두 휩쓸며 여자부 사상 최초로 'MVP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남자부에서는 2009-2010 시즌의 가빈 슈미트가 MVP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한 바 있다). 그 시절 현대건설은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서브리시브가 가능한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을 정도로 황연주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하지만 최고의 공격수로 명성을 떨치던 황연주도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점점 악화되면서 더 이상 전성기 시절의 위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여기에 2013-2014 시즌이 끝난 후 자신을 처음 발탁해준 황현주 감독이 팀을 떠나고 그 해 겨울 과로에 의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 멘탈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황연주는 남녀최초 5000득점을 달성한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주전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대건설은 2019-2020 시즌부터 오른쪽 공격수를 담당한 외국인 선수 밀라그로스 콜라(등록명 마야)와 황민경, 고예림이 주전 자리를 차지했고 황연주는 완전히 웜업존으로 밀려났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작년 5월 농구선수 박경상(원주DB 프로미)과 결혼하는 경사도 있었지만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는 황민경, 고예림에 젊은 공격수 정지윤까지 가세하면서 코트에서는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말았다.

36세 나이에도 여전히 날카로운 공격력

황연주는 지난 시즌 19경기에 출전해 37세트에서 18득점에 그치는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황연주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팬들도 황연주의 은퇴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연주는 지난 6월 은퇴가 아닌 새로운 소식을 배구팬들에게 전해왔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MBC의 배구 해설을 맡게 된 것이다(MBC는 V리그를 중계하는 방송사가 아니라 KBS나 SBS처럼 전속 배구해설위원이 없었다).

양궁의 기보배, 장혜진이나 골프의 최나연, 이보미처럼 현역 선수가 해설을 맡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황연주는 평소에도 말을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해설에 대해서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하지만 황연주는 침착하면서도 솔직한 해설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특히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 도중 눈물을 흘리는 영상은 4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크게 화제가 됐다.

올림픽이 끝난 후 곧바로 팀에 합류한 황연주는 23일 개막한 컵대회에 출전했다. 컵대회에서는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뛸 수 없어 황연주는 오랜만에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했다. 하지만 황연주는 23일 흥국생명전에서 첫 두 세트만 선발 출전한 후 3세트부터는 정지윤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7득점을 올렸지만 에이스 양효진이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황연주의 공격점유율은 14.62%에 그쳤다.

강성형 감독은 24일 기업은행전에서도 황연주를 주전으로 투입시켰지만 전날의 피로 때문인지 1세트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2세트에서는 아예 코트 밖으로 나가 있었다. 하지만 황연주는 3세트 중반 교체 투입돼 3득점을 올렸고 4세트에서는 홀로 8득점을 폭발시키며 현대건설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호쾌한 후위공격을 선보이며 '꽃사슴'의 건재를 알렸다.

황연주는 프로 원년부터 2019-2020 시즌까지 단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올스타전에 출전한 유일한 선수다(2020-2021 시즌은 올스타전 취소). 흥국생명에서 3개, 현대건설에서 2개의 우승반지를 차지한 황연주는 V리그 역대 최다우승을 차지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V리그 역사상 최고의 오른쪽 공격수 황연주는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한 기량으로 현대건설에서 다시금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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