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현직 카피라이터가 요즘 뜨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탐방하며 기업들의 참신한 브랜딩 전략을 살펴봅니다.[편집자말]
'피치스'(PEACHES)는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는 자동차 바퀴 같다. 2018년 미국 LA에서 탄생한, 스트리트 자동차 문화 기반의 의류 스타트업이지만 이 브랜드를 주도한 건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이다.

피치스는 라이프 스타일 의류 브랜드를 표방하지만, 패션부터 음악까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면서도, 수많은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진행 중이다. 나이키를 비롯해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기도 하다.

피치스를 처음 알게 된 건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현대자동차의 벨로스터 N 영상 때문이었다. 자동차의 배기음과 음악을 절묘하게 연결시키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속도감을 강조하고, 뒤이어 독특한 그래픽 효과를 활용해 키치한 매력까지 자아내다니. 보통 솜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영상의 감독은 피치스의 대표 중 한 명이자 아이돌 그룹 '엑소', '에프엑스'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다윗골드'였다.
 

이들은 자동차 문화를 베이스로 다양한 영상을 생산한다. 브랜드의 구성원도 영상 감독, 프로듀서, 비주얼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으로 다양하다. 자동차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영상부터 래퍼들과의 콜라보까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콘텐츠를 쉴 새 없이 만든다.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몰고 피치스 굿즈를 배송하는 영상은 화제를 끌었고,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협업한 '레어카인드 FAKE 근절 캠페인'에선 자동차를 과감하게 건물에서 떨어트렸다. 이들의 행보는 정해진 길을 벗어나 마음껏 질주하는 슈퍼카처럼 느껴진다. 

피치스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공간, 도원
 
'도원'에 입장하는 순간, 커다란 핑크빛 웨어하우스가 눈길을 끈다
 "도원"에 입장하는 순간, 커다란 핑크빛 웨어하우스가 눈길을 끈다
ⓒ 이승용

관련사진보기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복합 문화공간 '도원'은 피치스가 최근 론칭한 오프라인 스토어다(인스타그램 계정).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커다란 핑크빛 웨어하우스가 눈 앞에 펼쳐진다. 독특한 튜닝카들이 매장 앞에 놓여있고, 한편에는 자동차 스타일링을 진행하는 개러지가 보인다. 단순한 문화 공간이라기보다는 전문 튜닝카 전시장에 가까운 인상이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도넛으로 유명한 '카페 노티드'가 좌측에 보인다. 우측에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는데 자동차 관련 영상이 플레이된다. 매장 한가운데 놓인 자동차는 특유의 존재감을 뽐낸다. 브랜드의 중심이 되는 자동차의 요소를 매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식이다. 피치스에서 전개하는 일부 의류 라인들도 찾아볼 수 있으며, 햄버거 가게인 '다운타우너'와 주류를 파는 '스모킹 타이거 바'도 함께 위치하고 있다.

'도원'은 '스트리트 카 컬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이곳에 입점한 다른 브랜드들은 단지 먹고 마시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햄버거를 먹고, 커피나 술을 마시다 보면, 곳곳에 위치한 피치스의 튜닝카를 바라보게 된다. 자동차 스타일링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신기함을, 마니아에겐 뿌듯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매장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자동차
 매장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자동차
ⓒ 이승용

관련사진보기

 
동시에 이곳은 튜닝카를 기반으로 한 무대이자 스튜디오이기도 하다. 피치스가 만드는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도원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튜닝카를 배경으로 뮤지션이 랩을 하는 등 다양한 촬영을 이곳에서 진행한다. 피치스에선 패션은 물론이고 음악적인 지점까지, 모두 자동차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브랜드의 근본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에 발을 뻗고 있는 것이다.

섹시한 자동차의 뒤태를 의미하는 브랜드명처럼, 피치스는 자동차 스타일링이라는 콘셉트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팬층을 탄탄하게 구축해놓고, 이를 기반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브랜드의 매력을 확대시키는 전략이다.

이런 접근은 스트리트 카 컬처에 관심 없는 사람까지도 매료시키는 마케팅이 될 수 있다. 모두에게 친근한 문화는 익숙함을 주지만, 생소한 문화는 낯섦과 놀람을 선사한다. 새로움을 보여준다. 심지어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튜닝카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들에게 

코어 근육이 튼튼하면 어떤 운동이든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브랜드에게도 흔들리지 않는 코어가 필요하다. 코어가 확실하면 콘셉트는 심플해진다. 사람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기도 쉽다. 피치스가 추구하는 길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멋진 자동차에 대한 모든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들이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하면서도 본인만의 색을 잃지 않는 건, 브랜드의 핵심 가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확신 덕분이다.

피치스가 이렇게까지 자동차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누구보다 차를 좋아하는 두 사람이 만나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생소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려보고 싶어서, 자동차 스타일링은 무조건 비싼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이들은 튜닝카에 관한 자신들의 철학을 기반으로 영상을 찍고, 의류 라인을 론칭하며 다양한 도전을 이어왔다. 
 
피치스의 의류 및 굿즈 라인업
 피치스의 의류 및 굿즈 라인업
ⓒ 이승용

관련사진보기

 
마틴 스콜세지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피치스는 가장 개인적인 취향을 통해 가장 창의적인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튜닝카는 한국에서 대중적인 개념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다소 마이너 한 취미의 영역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만큼은 가장 멋진 문화니까, 수많은 장점과 매력이 존재하는 코드니까, 그 강렬한 신념이 사람들을 설득한다. 설레게 하고, 궁금하게 만든다.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것에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잘 아는 게 때론 더 중요할 것이다

'도원'의 이름은 '도원결의'에서 따왔다고 한다. 복숭아나무에서 뜻을 맺었다는 본래 의미처럼, 어느새 수많은 브랜드들이 피치스에 모여 결의를 다지고 있다. 멋있지 않으면, 재밌지 않으면,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브랜드 철학이 그들만의 독특한 감성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피치스는 향후 주유소 사업까지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과연 어디까지 자라날지 궁금하다. 카 튜닝이라는 단단한 브랜드 코어가 뿌리 내린 덕분에 피치스의 도전은 쉽게 시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seung88)에도 함께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카피라이터. 술 마시며 시 읽는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시알콜>을 진행하며 동명의 책을 썼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