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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에세이 만드는 법>
 책 <에세이 만드는 법>
ⓒ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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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쇄를 찍자!>는 흔히 말하는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웰메이드 일본 드라마다. 주연과 조연의 묵직한 인생 철학은 책상 앞에 붙여두고 싶은 그런 드라마. 편집자와 작가가 함께 중쇄를 찍기 위해 매 순간 진심을 다하는 에피소드로 유명하다. 책 <에세이 만드는 법>을 쓴 저자인 이연실 편집자도 회차마다 10회 이상 봤단다. 

출판에서 인쇄를 거듭한다는 의미인 중쇄는 초판이 다 팔리고 재판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말로 작가나 출판사 모두가 바라는 꿈이자 목표이다. 멋진 소설을 편집하겠다는 꿈을 갖고 입사한 신입 편집자가 어쩌다 '문학이면서도 문단의 경계선에서 살짝 비껴난 장르'인 에세이를 편집하게 됐다. 그러다 '진짜' 책을 만드는 자신만의 철학을 갖게 되고 그걸 말로 하고 싶어 직접 작가가 되었다.

책 <에세이 만드는 법>은 '기획을 위한 기획'으로 '기획안'을 올리는 편집자가 아닌, 교정본을 몇 년 동안 쥐고 있어야 하는 얄궂은 운명이 될지라도 꼭 책으로 만들어 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오늘도 자기의 마음을 쏟을 교정본을 뒤지는 '덕후' 편집자이자 '잡종' 편집자의 이야기이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다가 나도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에이, 뭐야. 자기가 편집한 책 광고하는 거야? 왜 이렇게 만든 책마다 다 읽고 싶게 만드는 거야.'

아마도 그래서 <김이나의 작사법> '작가의 말'에도 이런 구절이 들어가 있나 보다. '좋은 편집자를 만났고, 한 권의 책을 채울 수 있을 만큼 할 이야기도 많아졌음에 감사한다'라고.

사람과 사람은 마음이 딱 만나는 순간, 그동안은 각자의 우주를 유영하다가 드디어 하나의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도 같이 통과할 수 있게 된다. 편집자로서, 직장인으로서 일로만 사람을 만나지 않는 이 작가는 편집할 때 교정지에 편지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영초언니>를 쓴 서명숙 선생님과 통화할 때면 자꾸 울음이 복받쳤다. 그토록 열렬히 책을 쓰셨던 서명숙 선생님은 오히려 막상 책이 나오니 판매에 관련된 숫자보다는, 여러 경로로 전해오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독후감에 가슴 벅차하셨다. 많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정도까지 못 팔아도 그건 이 책의 운명이라고, 그러니 고요히 받아들이자고."
 
최대한 마음을 담아 작가와 소통하니 우는 편집자를 오히려 작가가 달래준다.

시민기자로 기사를 쓰고 난 뒤 제목을 붙이는 일이 어려워 고민하는 새내기에게 도움이 될만한 꿀팁도 알려 준다. 말끔한 교정지(기사 원문)와 널찍하면서 줄도 칸도 없는 백지를 준비하라고. 그런 뒤 손에 연필을 쥐고 단어 또는 어구 단위로 문장을 쪼개가며 읽다가 뭔가 나오겠다 싶은 부분은 '낙서하듯이, 그림 그리듯이 백지 여기저기에 마구 흩어 놓으면 매직아이처럼 좋은 제목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고.

오, 이 방법 꽤 유용했다! 실제로 그렇게 만든 제목이 (조금 손질되어) 기사가 되었으니까.
 
"글을 유려하게 잘 써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책에 대한 책임감과 기대와 무게감을 가지고 충분한 시간을 투여해 원고 작업을 할 준비와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을 찾고 기다린다는 말이다."
 
에세이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던 중 이 부분을 읽으니 다시 수능시험장에 들어선 듯 초조했다. 엉덩이의 힘으로 준비한다는 '수험생의 시간'이 짧은 탓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출구로 나가려고만 발버둥쳤던 그 시절 습관이 혹시 또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곳이어서 직무유기를 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 질리지 않는 일(정세랑, <시선으로부터,>에 나온 것 같이)을 하면서 목표만 이뤘다고 쉽게 돌아서지 않는, 하면서 '과정의 핵심'을 찾아내고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일, 세상 어떤 부분에 닿아 생기를 돋게 할 수 있을지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일을 하려는 내게 이 책은 말한다.

아무리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도 자신이 만든 책이 결국엔 종이만 낭비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면 과감히 그만 둘 줄도 알아야 한다고. 그게 이 책에서 말하는 '책임감과 기대와 무게감을 가지고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각오'가 아닐까?

톡톡 튀는 제목(<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등이 있다)을 기가 막히게 만들어 내는 편집자지만 자신의 책 제목은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담아낸 이 책, 중쇄를 찍을 수 있길 바라며!

에세이 만드는 법 - 더 많은 독자를 상상하는 편집자의 모험

이연실 (지은이), 유유(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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