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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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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추진중인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통과되면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 고가 아파트들이 세금 감면 등에 큰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제액 상승으로 전체적인 세금 부과 기준이 크게 낮아지면서 집값이 높을수록 세금 감면액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부자감세라는 비판도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은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선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높인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 6억원에 더해 추가공제 3억원이 적용되는데, 추가공제액을 5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식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9억~11억 미만이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회는 이에 따라 종부세 대상자가 기존 18만여명에서 9만여명으로 절반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부세 대상자가 줄어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공제액이 높아지고, 세금 부과기준인 과세표준액이 줄어들면서, 고가주택 소유주일수록 더 많은 세금 감면이 예상된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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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13억 아파트, 올해보다 세금 60% 감면

예를들어 공시가격 13억원인 아파트가 대표적인 수혜 대상이다.  공시가격 13억원의 경우 시세로 따지면 20억원 정도 수준(공시가격 현실화율 67% 적용)이며, 서울 마포구 한강밤섬자이(49평)를 비롯해 강남구 래미안강남힐즈(39평), 개포 래미안포레스트(26평) 등이 해당한다.

이들 아파트에 올해 적용되는 종합부동산세율은 0.8%다. 공시가 13억원에서 기본 공제액 9억원을 차감한 뒤, 공정시장가액비율(95%)을 곱해서 산출되는 종부세 과표는 3억8000만원이다. 이에 따라 과표 6억원 이하 구간에 해당돼, 세율 0.8%가 적용된다. 각종 공제가 없다고 가정하면 올해 공시가격 13억원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는 304만원이다.

그런데 기본 공제액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높아진 내년부터 세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공시가 13억원에서 공제액 11억원을 제외하면(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22년 예정된 100%를 적용) 과표는 2억원이 된다. 과표 2억원에 대한 종부세율은 0.6%로 종전보다 0.2% 포인트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13억 주택에 대한 내년 종부세는 120만원이 된다. 올해보다 무려 176만원(60.52%)이나 낮아진다.
  
공시가격 16억원 짜리 주택은 세금 감면액이 더욱 커진다. 공시가격 16억원은 시세가 25억원대인 잠실주공 5단지나 여의도 자이(56평) 등이 대상군이다. 올해 공시가격 16억원 주택에 적용되는 종부세율은 1.2%(과표 6억6500만원)였다. 하지만 공제금액이 11억원으로 올라가면 과표는 5억원으로 낮아지면서, 적용 세율도 0.8%(과표 3억~6억)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담은 올해 798만원에서 내년 400만원으로 398만원(49%) 하락한다. 공시가격 13억 주택(176만원 감면)보다 세금 감면액이 2배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대한민국 최고가 더펜트하우스 청담 등 초고가 주택 감면액 가장 커

100억이 넘는 초고가 주택들도 감면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이들 주택에 대한 세율은 큰 변화가 없지만 공제액이 올라가면서 세금 부과 기준액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남더힐을 제치고 아파트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더펜트하우스 청담의 예를 들어보자. 더펜트하우스 청담은 장동건, 고소영 부부가 입주해 화제를 모은 아파트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이 아파트의 273.96㎡형의 실거래가격은 115억원이었다. 종부세 공제액이 9억원일 경우, 이 아파트의 종부세는 1억4960만원이다. 그런데 공제액이 11억원으로 올라가면 종부세는 기존보다 440만원 낮은 1억4520만원이 된다. 공시가격 13억~16억원짜리 주택보다 감면액이 더 높다.

종부세 법안은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심해서 추진하는 만큼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등 원내 소수 정당의 반발에도 국회 본회의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난해 7월 10일 종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한 정부의 집값 안정화 대책도 사실상 무력화될 처지에 놓였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YTN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종부세 과세 기준 완화에 대한 설문을 한 결과, '부자 감세로 집값 안정에 역행하는 잘못된 조치'라는 응답은 43.9%로 집계됐다. '집값 급등에 따른 세 부담을 덜어주는 잘된 조치'라는 응답(34.6%)보다 높은 수치다.

"부자감세, 주택 가격 상승 자극하고 과세 원칙 무력화"

참여연대는 지난 19일 논평에서 종부세 개정안을 두고 "명백히 부자감세"라며 "종부세 대상을 축소하는 것은 주택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자산 크기에 따른 과세조차 하지 않겠다는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왔던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과세입장을 무너뜨린 것으로 여전히 불안정한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며 "부동산 보유세제 강화의 방향을 그나마 유지해 왔는데 그 중 하나의 축을 흔들어 버리는 이번 세제개편은 부동산세제에 대해 지금껏 쌓아왔던 방향성을 잃어버리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공제액을 늘리게 되면 현행 누진세율 체계에선 초고가 주택에서 더 많은 세금 감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강화라는 기본 방향에서 후퇴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게 되면서, 또 다시 시장 불안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세금 부담이 급작스럽게 늘어난다면, 세부담 상한이나 납부 유예 등을 통해 급격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공제 기준 자체를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차라리 손 대지 않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강조했다.

태그:#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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