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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연못. 가을이 깊어지면 이런 풍경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거울연못. 가을이 깊어지면 이런 풍경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 국립백두대간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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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가족과 함께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아래 수목원)을 다녀왔다. '산림 생물 자원 보전에 특화된 수목원'(수목원 누리집)이라는 이 수목원은 2018년 상반기에 정식 개관하였지만, 우리는 초행이었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오르내리는 시기에 언감생심인 여름휴가 대신 우리는 이 수목원을 다녀오기로 한 것이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 수목원의 시드 볼트

애당초 별렀던 여행은 아니었다. 당일, 우리는 점심때까지 늑장을 부리다가 오후 2시가 다 돼서 출발했다. 가는 데 2시간, 수목원을 둘러보는 데 2시간쯤 걸리는 거로 잡고 떠났으나, 오후 4시에 도착해 수목원을 들어서면서 우리는 우리 계획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이었나를 깨우쳐야 했다. 

수목원 방문자센터는 지하 1층·지상 2층, 연 면적 1600평의 우람한 건물이었다. 수목원으로 들어서는 관문인 방문자센터에서 표를 사면서 우리는 '국립수목원'의 무게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수목원은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SGSV)에 이어 종자 영구 저장 시설인 '시드 볼트(Seed Vault, 종자 금고)'를 갖추고 있어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린다.

시드 볼트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전쟁 및 핵폭발과 같은 지구 대재앙으로부터 식물 유전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세계 유일의 지하 터널형 야생 식물 종자 영구 저장 시설'인 것이다(시드 볼트는 국가보안시설로 개방하지 않는다).
 
 트램 출발역과 수목원 내부를 순환하는 전기버스 트램.
 트램 출발역과 수목원 내부를 순환하는 전기버스 트램.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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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목원 안내도. 누리집의 안내를 참고하여 미리 도상여행을 한번 해 보고 떠나는 걸 추천한다.
 수목원 안내도. 누리집의 안내를 참고하여 미리 도상여행을 한번 해 보고 떠나는 걸 추천한다.
ⓒ 국립백두대간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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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인 옥석산과 문수산 일대에 자리 잡은 수목원은 전체 규모 약 5179ha(1500만 평)로 아시아에서는 최대, 전 세계에서도 남아공 국립한탐식물원(6229ha)에 이은 두 번째 규모다. 

62만 평 집중 전시지구의 전시원

4973㏊는 산림보전 지역으로 관리되고, 206㏊(약 62만 평)의 집중 전시지구에 어린이정원과 암석원, 만병초원, 단풍식물원 등 27개의 전시원이 조성됐다. 총 3.8ha로 축구장 6개 크기와 맞먹는 '백두산 호랑이 숲'에는 방사된 멸종위기종 백두산 호랑이를 볼 수 있다. 

역시 호랑이가 관람객들의 관심사였는지 방문자센터의 매표소에선 5시까지 올라가야 호랑이를 볼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신분증을 제시하여 난생처음으로 65세 이상 무료 입장의 혜택을 받았고, 아내와 딸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사실을 증명하고 50% 할인을 받았다. 아직 접종하지 않은 아들만이 이용요금 5000원을 냈다. 

나무다리 '춘양목교'를 건너면서 눈 앞에 펼쳐지는 수목원의 풍경을 훑어보면서 우리는 이 수목원이 두어 시간으로 들러볼 수 있는 볼거리가 절대 아니라는 걸 거듭 깨달았다. 우리가 설렁설렁 짠 2시간 관람 계획으론 수목원의 10분의 1도 둘러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호랑이 숲을 주저 없이 포기했다. 대신, 진입광장의 트램 출발역에서 수목원 내부를 순환하는 '트램'을 타고 단풍식물원 역까지 가서 걸어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트램은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10여 분, 1.3km를 달려 백두대간 야생초화원 아래에 있는 단풍식물원 역까지 운행하는 전기버스였다.
 
 사계절 특성을 고려한 봄, 여름, 가을 및 겨울 전시원을 조성한 사계원. 근처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사계절 특성을 고려한 봄, 여름, 가을 및 겨울 전시원을 조성한 사계원. 근처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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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원 언덕 위에 핀 마타리. 마타리는 전국의 산야 양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사계원 언덕 위에 핀 마타리. 마타리는 전국의 산야 양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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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식물원 역에서 내려오는 길. 시멘트 포장 외에는 다른 인공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담백한 길이다.
 단풍식물원 역에서 내려오는 길. 시멘트 포장 외에는 다른 인공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담백한 길이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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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원에 2천본을 식재했다는 버들마편초 꽃덤불 속 딸애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매화원에 2천본을 식재했다는 버들마편초 꽃덤불 속 딸애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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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펼쳐지는 풍경을 해설해 주는 녹음된 차내 방송을 들으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버스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음에도 돌아와 확인해 보니 사진은 마치 거친 유화 터치 같은 질감을 보여주었다. 버스는 장미정원, 약용식물원, 수변생태원, 돌담정원, 매화원, 사계원 등의 전시원을 거쳐 단풍식물원 역에 닿았다. 

매화원의 매실나무 아래에 빽빽이 들어찬 버들마편초의 자줏빛 꽃물결이 인상적이었지만, 길가 풍경이 주는 감흥은 야단스럽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거나 특이하지 않아도 덤덤하게 마음에 감겨오는 풍경이었다. 그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마음이 절로 넉넉해져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수목원을 오가고 있었다.

우리는 버스로 오른 길을 되짚어 주변 경관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내려왔다. 방문자센터에서 가져온 수목원 안내 팸플릿을 좀 꼼꼼하게 들여다보았으면 좋았을 걸, 우리는 거울 연못을 지나쳐 버렸고, 야생화 언덕도 먼빛으로 바라보고 말았다. 돌아와서야 우리가 밟았던 데가 수목원의 한 귀퉁이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호랑이 숲이야 애당초 포기한 곳이지만, 우리는 만병초원과 에코로드 전망대는 물론이고, 자작나무원과 고산 습원, 숲 정원을 저만큼 멀리 두고 무지개 정원도 나비 정원도 그냥 스쳐 지나왔다. 그나마 진입광장의 돌배나무와 빨간 열매를 다닥다닥 단 마가목 가로수를 지나서 만난 수련정원이 반가웠다. 그러나 아쉽게도 두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돌아와서야 깨달은 '수목원' 탐방법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훌륭한 여행지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미리 계획을 잘 짜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누리집에는 수목원의 이모저모가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꼼꼼하게 찾아보고 반드시 들러볼 곳과 스쳐 지나도 좋은 데를 미리 챙기면 좋다.

수목원은 모든 구역이 금연·금주고 도시락은 탁자가 마련되어 있는 사계원 근처나 어린이정원의 전망대 휴게 광장을 이용해 먹을 수 있다. 방문자센터에는 푸드 코트가 있지만,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연다. (누리집 편의시설 참조)

수목원에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고, 쓰레기를 많이 발생시키는 음식류(수박, 참외 등의 과일류 및 라면 등 국 종류 음식)도 들일 수 없다. 수목원에서는 위험한 동·식물(뱀과 벌, 독버섯 등)을 조심해야 하는 건 더 이를 필요도 없다. 
 
 진입광장에서 산 위로 오르는 돌배나무 가로수길.
 진입광장에서 산 위로 오르는 돌배나무 가로수길.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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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생처음 만나는 수련정원의 연보랏빛 연꽃. 호주 수련 에이트란스(Nymphaea atrans).
 난생처음 만나는 수련정원의 연보랏빛 연꽃. 호주 수련 에이트란스(Nymphaea atrans).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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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입광장 근처에 있는 수련정원. 크지 않은 연못인데, 외래종 연꽃이 피어 있었다.
 진입광장 근처에 있는 수련정원. 크지 않은 연못인데, 외래종 연꽃이 피어 있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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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은 명절 당일과 매주 월요일에 쉰다. 수목원이 여는 자생식물을 활용한 우리 꽃 축제인 '봉자(봉화 자생식물) 페스티벌'은 올해는 여름에 이어, 가을(9월~11월)에도 한 차례 더 열린다고 한다. 구절초와 쑥부쟁이 풍경과 함께 자생국화를 실컷 만나볼 수 있는 기회, 나는 이를 마음에 새겨두었다.  

여행지에서 돌아올 때마다 으레 해 보는 말이 아니라 나는 가을이 깊어지면 다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다시 찾을 생각이다. 미리 꼼꼼히 동선을 짜고 도시락을 준비하여 오전 일찍 도착하여 수목원 여기저기를 원 없이 둘러보고, 호랑이도 한번 만나도 좋은 시간으로 꾸려볼 작정이다. 

수목원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여유롭고 안전한 비대면(언택트) 관광지 100선 중 한 군데다. 수목원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울창한 숲에서 만나는 광대한 자연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래라고 권하고 있다. 수목원이 궁금한 이들은 수목원의 유튜브 영상 '하늘에서 본 수목원'으로 백두대간 상공을 날아보시라.

우리는 봉화군 봉성면 소재 봉성 숯불단지에서 솔잎 향으로 고기의 잡내를 없앤, 유명한 돼지숯불구이로 저녁을 먹었다. 안동을 떠난 지 10년이 가까워지니 숯불구이도 거의 10년 만이었다. 수목원을 찾는다면 봉성에서 숯불구이를 맛보고 가는 것도 여정의 일부로 거둘 수 있겠다. 

덧붙이는 글 | 수목원 가는 길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누리집에 자세히 안내되어 있습니다.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https://qq9447.tistory.com/)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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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기사 포함, 모두 1천여 편의 글을 썼다. 2019년 5월,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에 연재한 '친일문학 이야기'를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으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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