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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퇴근을 한 시간 남겨놓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얼마 전에 통화를 했었는데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됐다.

"엄마가 치매에 걸렸어."
"그게 무슨 소리야. 벌써?"
"응, 자꾸 옆집 사람 욕을 하네. 내 말은 안 믿어주고 다른 사람 말만 믿는다고 서운하다면서 화를 막 내더니 전화를 뚝 끊었어. 처음엔 다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했는데 점점 증세가 심해져서 이젠 지치고 힘들다. 누나가 주간보호에 엄마를 보내자고 말하는데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답답해서 전화해 봤어."


친구는 엄마의 증세가 심해지면서 전화를 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심한 말의 정도가 과해지고 있어서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결국 친구 어머님은 주간보호에 가기로 결정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처음에 얘기를 꺼냈을 때는 심하게 거부하며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이런 일은 친구의 엄마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돌봄을 받던 한 어르신은 한겨울에 여름 원피스를 입고 예전에 살았던 동네에 가서 한없이 앉아 있다가 길을 잃어버리기도 해서 돌봄 생활지원사가 찾으러 가는 일이 다수였다. 어르신은 그곳이 당신이 사는 동네라며, 그곳에 가야 예전에 같이 살았던 친구들이 있다고 했단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자녀는 말했다.

다른 어르신은 평소 다니던 병원에 정기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을 찾아가는데 항상 다니던 길을 못 찾아 3시간 넘게 헤매다 겨우 집에 돌아왔다고 했다. 사별로 인한 우울증과 치매가 급격히 심화되면서 식사하는 것을 잊어버려 불규칙한 식생활로 치매는 더 악화되고 있었다.

현대사회의 기술과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생활의 편리함은 삶을 더욱 여유롭고 풍요롭게 해 주었다. 그와 함께 삶이 연장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나이는 높아져만 갔다. 60세 '환갑'을 맞아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살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자식들은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잔치를 벌여 축하했다.

그것도 모자라 61세에 '진갑'이라 하여 진짜로 환갑을 맞이했다며 축하하기도 했다. 60세만 지나서 사망하면 마을 어른들은 '호상'이라며 '오래 사셨다'고 했다. 요즘은 70세, 80세, 90세, 100세까지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기구를 이용한 인지활동으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춰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합니다.
▲ 치매예방 활동사진 기구를 이용한 인지활동으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춰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합니다.
ⓒ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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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이 늘어나고 점점 오래 살게 되면서 예전에는 어쩌다 한 명이 걸려 '노망'이라고만 생각했던 '치매'라는 병에 걸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고령인구가 많아지면 치매 환자도 늘어난다. 치매 조기검진을 받으러 오시는 어르신은 긴장감이 감돌다가 선별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을 때에야 비로소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나 정상이야? 요즘은 내가 좀 깜빡거려서 걱정이 됐어."

치매 검사를 받으면 인지 저하 사실을 알게 하고, 빠르게 조기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또 치료비와 진단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부담감을 덜어준다. 2017년에 치매 국가책임제로 전환되면서 다양한 혜택이 국가에서 지원되고 있다. 

간혹 결과에 당황해하면서 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는 분도 있다.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위로의 말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위로를 해야 하는 건지, 다부지게 걱정 말라며 안심을 시켜드려야 할지 고민이 됐다. 잠시 시간을 드리고자 휴지를 건네고 조용히 기다렸다. 나이가 많다고 생기는 것도 나이가 적다고 안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일을 하면서 눈물을 글썽일 때도 있다.

조기 발견으로 빠르게 치료하고 치매의 진전을 예방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기 검진 결과로 인지 저하가 나와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를 하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무덤덤한 듯 보이는 분들도 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치매'라고 생각하는 순간 동행한 보호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같이 침울할 수 없어 애써 밝은 목소리로 "세밀한 검사를 받아보셔야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으니 진단검사를 받아보시겠어요?"라는 안내를 했다.

치매를 국가 차원에서 바라보고 지원해야 한다는 치매국가책임제를 2017년에 발표했다. 2019년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 중 10%가 치매환자, 80세가 넘으면 4명 중 1명이 치매환자가 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 자료에 의하면 '치매환자와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치매안심사회 구현으로, 치매환자가 살던 지역사회에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게 치료와 돌봄, 복지 등 다양한 서비스 연계와 협력'이 주요 방향으로 설정돼 있다. 

치매는 더 이상 옆집이나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가족과 내가 처할 수 있는 현실이 되었다. 고령화 사회에서 점점 늘어가고 있는 치매 환자.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먼저 다가설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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