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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8월에 공급하기로 예정된 코로나19 백신 850만회 분의 절반 이하밖에 줄 수 없다던 모더나 측이, 지난 주말 정부에 9월 첫째주까지 701만회 분을 공급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 13일 정부 대표단이 미국 모더나 본사에 찾아가 유감을 표명하고 모더나 측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 효과를 거둔 셈이다. 정부가 '모더나 리스크'를 어느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백신 수급에 관한 불안 심리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백신 스와프를 통해 루마니아로부터 모더나 백신 45만 회분을 받는 것 역시 어려운 백신 수급 상황에 희소식이다. 한때 유통기한이 임박한 백신이라는 보도도 나왔으나, 정부는 유통기한이 11월까지라고 밝혔다. 루마니아는 1차 접종률이 20%대지만, 몇 개월째 국민들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백신이 남아돌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해 3월 루마니아 정부에 진단 키트 등 방역 장비를 지원하면서 방역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정부는 4월 300만 명 접종, 6월 1300만 명 접종과 더불어, 9월 3600만 명 접종 목표까지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둘러싼 어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한 백신 수급 불안
 
정부대표단으로 미국 모더나 본사를 최근 항의 방문했던 강도태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 겸 보건복지부 2차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모더나 백신 국내 공급 계획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정부대표단으로 미국 모더나 본사를 최근 항의 방문했던 강도태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 겸 보건복지부 2차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모더나 백신 국내 공급 계획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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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1차 접종을 하지 않은 지자체 자율접종, 50~54세, 18~49세 예약자들은 약 1200만 명가량이다. 23일 현재 1차 접종자가 2586만여 명이므로, 총 3800만여 명의 1차 접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2차 접종 완료자가 1156만 명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이는 두 달 사이 2650만 명에게 2차 접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부는 9월 6일부터 9월 30일까지의 도입 예정 물량을 약 4200만 회분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3분기 공급 예정이었던 노바백스의 미국 FDA 긴급사용승인이 늦어지는만큼, 결국 공급받게 되는 백신은 대부분 화이자와 모더나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백신 인프라로는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독감 백신을 하루 204만 명까지 접종한 적도 있다. 문제는 결국 백신 수급이다. 18~59세 사이의 주요 백신인 mRNA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접종 간격이 벌어지고 백신 접종을 일시 중지하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모더나로부터 7~8월 공급이 예정됐던 물량을 온전히 다 받아낸 것은 아니다. 8월 초에서 9월 5일까지 공급되거나 공급될 예정인 백신은 7일에 받은 130만회 분과 이번에 받게 될 701만회분을 합쳐 831만회분이다. 7월 미공급 분량은 196만회 분이고, 8월 예정된 물량이 850만회였기에, 원래는 이 시기에 1046만회가 공급되어야 했다. 대규모 2차 접종이 예정된만큼 빠른 시일 내에 미공급분 215만회 분을 받을 필요가 있다.

모더나는 화이자만큼 대량 생산 기반을 잘 갖춘 회사가 아니므로 언제든지 또 다른 '모더나 리스크'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국내 모더나 위탁생산 물량의 빠른 한국 공급, 화이자 백신의 대량 확보, 백신 스와프 등을 계속 검토할 수밖에 없다.

당초 목표 70%를 넘어 최대한 끌어올려라
 
만 55∼59세 (1962∼1966년생) 약 304만명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26일 오전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만 55∼59세 (1962∼1966년생) 약 304만명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26일 오전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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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도 델타 변이 유행으로 인해 다시 코로나19 대유행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는 델타 변이의 전파력 자체가 '돌파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강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핵심적인 문제는 소위 '백신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에서조차 백신 접종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22일 기준 2차 접종률이 52%에 불과하다. 한 달 전에 비해 2.6%밖에 오르지 않았다. 과거 '집단면역'의 최소 기준이 70%라는 걸 감안하면 유행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접종률이다. 

영국, EU 주요 국가들, 캐나다 등도 모두 70%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다 두 달 일찍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대부분 접종률이 늘어나지 않는 정체기에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은 60~70대 91.7%, 80세 이상 81.8%가 1차 접종을 했고, 50대 역시 84%가 접종 예약을 했다. 이에 비해 18~49세 예약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물론 지자체 자율접종이나 기타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되어 접종한 것을 감안했을 때,18~49세는 75% 정도가 접종하거나 접종 예약을 한 것으로 방역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작아 항체 보유율이 낮다는 점, 이미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됐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전국민 접종률을 80% 가까이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꾸준히 백신의 효과를 강조하고 인센티브를 명확하게 줘서 최대한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 시작하려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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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9월 말에서 10월 초, 즉 국내 인구 70%가 백신을 접종한 시점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공개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위드 코로나의 전제 조건에 대해 "치명률·위중증률은 낮추되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는 것"이라며 "의료 방역대응을 철저히 해 감당 가능한 수준이 돼야 단계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는 결국 현재의 고강도 거리두기를 끝내고, 치명률이 낮아진 코로나19를 인플루엔자 등 다른 감염병처럼 관리하면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일종의 '출구 전략'을 의미한다.

정 청장은 9월 말 10월초부터 '준비 작업'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위드 코로나'의 정책 전환은 2차 접종을 한 국민들이 2주가 지나 접종완료자가 된 시기인 11월 중순에서야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된 단계에서 1차 접종만으로는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에 의한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위드 코로나'로의 정책 전환을 위해선 빠른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안정적인 백신 수급을 통해 4주에서 6주로 늘어난 백신 접종 간격을 다시 4주로 단축시키는 것만이 고강도의 거리두기를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태그:#백신접종,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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