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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표지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표지
ⓒ 길벗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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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 계발서 같은 부류의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일 년에 한두 권이나 될까. 동기부여가 안 된다거나, 저자의 말이 오만하게 느껴져서 그런 건 아니다. 가까운 지인의 추천을 받은 자기 계발서는 대개 읽고 나면 고양감을 주었다.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갔고. 다만, 어차피 인생은 1인칭 단수처럼 개개의 것이라 생각하기에 하나의 보편적 성공 법칙이 성립될 수 없다고 믿는 편이다. 그런 관점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자기 계발'의 목적을 추구하고자 하는 책은 내 취향과 부합하지 않았다. 

자기 계발서를 거르는 요령은 간단하다. 우선 자기 계발 도서로 분류된 것들을 제외하고, 긴가민가한 책은 제목에서 판별할 수 있다. 솔루션, 법칙, 키... 대충 이런 류의 단어를 품고 있으면 고개를 갸웃한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2차 검증에 들어간다. 서문을 찬찬히 읽고, 무작위로 가운데를 펼쳐서 한 챕터를 절반쯤 정독하면 어지간한 책은 판별할 수 있다.

내가 자기 계발서 감별에 이렇게 유난을 떠는 것은 '비' 자기 계발서에서 나 자신을 더욱 계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이란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이다.

나의 경우 좋은 책을 읽으면 나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됐다는 자극을 받는다. 머리가 상쾌해지고, 가슴 언저리가 뜨끈해지는 실감을 할 수 있다. 이 느낌을 자기 계발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자기 계발서의 범주는 상당히 넓어진다. 나는 보통 이런 느낌을 자기 계발서가 아닌 책들에서 받았다. 그래서 이토록 열심히 자기 계발서 구분에 민감한 것이다. 

이 책은 결단코 내가 생각하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최근 책 한 권이 나왔다. 부드러운 푸른빛 하늘에 뜬 무지개가 인상적인 표지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이라는 제목이 단정한 서체로 적혀있다. 흠, 평소의 나 같으면 '예쁜 자기 계발서이겠군' 하고 넘겨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 책은 결단코 내가 생각하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제목이 다소 자극적으로(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나왔지만, <인중힘>(제목이 길어서 줄여 부르겠다)은 소탈하고 진솔한 삶의 이야기이다. 혹시나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 편견으로 이 책을 펼쳐보지도 않고 덮게 될까 봐 미리 밝혀두는 것이다. 

<인중힘>은 세속적 성공이나 출세에 관한 책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안정과 경제적 여유, 심리적 만족감을 누리게 되는 방법(혹은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후적으로 독자가 그렇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지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 등의 강압은 없다.

나는 이것이 좋은 책이 가져야 할 기본 덕목 중 하나라고 본다. 글을 읽는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밑줄을 긋다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잠시 사고를 멈추고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단정하고 양심적인 글이다. 

다소 오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양심적인'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부연해보고자 한다. 나는 윤리적인 글이라고 쓰려다 양심적인 글이라고 썼다. '윤리적인'은 긍정적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때로는 고루한, 잔소리하는 듯한 뉘앙스도 있다. 하지만 <인중힘>은 일상의 기록을 기반으로 담백하게 쓴 책이다. 기름기가 없고, 잔잔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최적의 옳음'을 탐구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양심적인 사람의 목소리다. 

최다혜 작가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의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다. 성실한 태도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강력하게 실천하는 사람이다. 옳은 것은 옳은 방식으로 실천돼야 한다, 와 같은 건강한 정신세계와 생활 패턴이 그녀 안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초등교사라는 작가의 본업과 이 책이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중에 언뜻 '선생님'이었구나 라는 것을 발견하고 나면 절로 끄덕끄덕 인정하게 된다. 그래, 이런 사람이 선생님을 할 수도 있지. 하고 수긍하게 된다.

'사지 않는 삶'의 의미

그럼 작가가 생각하는 인생의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우선순위가 분명해지는 최적의 삶은 무엇일까. 큰돈 없이도 오늘이 즐겁고, 미래가 불안하지 않은 삶이다. 그렇기 하기 위해서는 돈에 좌우되지 않고 소박한 일상을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한다. 작가는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꿈꾸지만 일상을 해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답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절약과 절제된 소비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사지 않는 삶'을 자랑한다니, 다소 생소하다. 최근 서점가를 점령한 다수의 베스트셀러는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외친다. 최선의 투자법으로 부자가 되라고 진지하게 조언한다. 주식, 땅, 가상화폐, 아파트 등 무엇이든 괜찮으니 어떻게든 돈을 잘 굴려서 한몫 잡으라는 것이다.

기존에 살던 방식으로는 부자가 되는데 한계가 있으니 지금 당장 증권 계좌를 개설하세요! 경제적 자유라는 달콤한 목표가 상정되고 독자들은 솔깃한다. 그러나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과감한 투자를 통한 부자 되기는 상당한 리스크를 동반하며 성공할 확률도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꾸준히 거두는 개인 투자자는 소수다. 부동산 부자에는 목돈이 필요하며, 가상 화폐 시장은 변동성이 극심하다. 그리고 만일 운이 좋아 투자에 성공했다고 해도, 소비 성향을 조절하지 못하면 번 만큼 쓰게 된다. 많이 벌어서 많이 쓰는 삶, 애초 소수의 사람만 가능할뿐더러 많이 벌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부와 노력, 운이 따라주어야 한다. 

 
오마이뉴스에 '최소한의 소비'로 연재한 기사가 책이 되었다.
 오마이뉴스에 "최소한의 소비"로 연재한 기사가 책이 되었다.
ⓒ 오마이뉴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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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중힘>에서 추구하는 건 욕망의 최대치를 충족시키는 대박의 희망 회로가 아니다. 단순하고 수수한 일상을 지키자는 것이다. 언뜻 보면 그렇고 그런 이야기 같지만 단순하고 수수한 일상을 지키는 건 쉽지 않다. 예컨대 돈이 있어도 돈을 적게 쓰는 것 같은 일이다.

저자는 어느 날 냉장고에 묵혀둔 식재료가 엄청나게 많다는 걸 발견한다. 음식이 충분히 있는대도 습관적으로 쇼핑을 반복한 결과였다. 그래서 식품을 소진할 때까지 요리 계획을 작성하고 4인 가구의 하루 식비를 만 오천 원으로 제한한다. 

이벤트처럼 시작한 하루 식비 관리는 성공적이었다. 식비가 줄고,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식료품 관리에서 시작했지만, 식비 조절은 생활비 조절로도 이어져 삶 전반에서 과도한 지출을 제어하는 역할을 했다. 저자는 몇 년에 걸친 '절약 경험담'을 기록으로 남겼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본인이 겪은 놀라운 변화를 소개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불안이 줄어들고, 현재를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는 노하우 같은 것을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소수의 사람들은 열광적인 공감과 지지를 보내주었지만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궁상스럽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절약이라는 행위만 보고, 저자가 왜 이런 일들을 하고자 하는지, 그로 인한 값진 소득은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나와 아내의 요즘이 퍽 좋다

물론 이 같은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저자는 꿋꿋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2019 '브런치북 대상' 후보작에 오르고,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을 비롯한 여러 방송에 출연해 '어떻게 살 것인지'에 관한 생각을 말할 수 있었다. 

끈질기다면 끈질기고, 진지하다면 진지한 시도다. 이 책은 순도 높은 이론서라기보다는 심상치 않은 실천기에 가깝기에 독자가 조금씩 행동을 같이 하면서 변화를 느끼면 좋을 것 같다.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나는 저자와 15년을 함께 한 사람이다. 연애와 결혼 기간을 합친 그 긴 시간 동안 저자를 지켜봐 왔고, 살림을 함께했다. 그래서 아내가 어떤 심정으로 글을 쓰고, 우리 생활이 어떤 방식으로 바뀌어져 왔는지 생생히 겪었다.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 남편이기에, 이 책이 억울한 대접을 받지 않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서평을 쓴다. 나와 아내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은 것 같은 요즘이 퍽 좋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 나의 우선순위가 분명해지는 최적의 삶

최다혜 (지은이), 길벗(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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