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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광역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철도를 유치하려고 혈안이 되었다. 수도권광역철도는 이미 시작한지 오래되어 'GTX(Great Train eXpress)'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고 비수도권 지자체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GTX를 유치하려고 경쟁하고 있다. GTX는 현재, A, B, C, D 노선으로 나뉘어 일부는 공사착공 등 사업이 본격화되었고 일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등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 동안 수도권은 도시철도 외에도 다수의 광역철도 노선이 건설·운영되어 수도권 확산·발전에 큰 영향을 미쳐온 반면, 비수도권은 지방 대도시권 내 이동을 지원하는 광역철도가 부족하여 지방 광역경제권 발전을 더디게 하는 한 요인이 되어왔다.

이에 각 지자체들의 요구가 빗발칠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도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이를 반영하여 비수도권에 광역철도를 대폭 확대하여 지방 대도시권 조성 및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조성할 계획이다. 부산·울산·경남을 하나로 묶는 '부울경 광역철도'를 시작으로 하여, 광주전남권, 대구경북권, 대전세종충청권, 강원권 등 전국의 주요 지자체들의 요구에 호응하여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7월)에 반영된 비수도권신규 광역철도 11개 사업 중 5개 광역철도 선도사업을 선정했다.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 중 비수도권 광역철도 선도사업 노선도
▲ 비수도권 광역철도 선도사업 노선도(자료: 국토교통부)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 중 비수도권 광역철도 선도사업 노선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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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먼저 부산·울산·경남을 동남권 메가시티로 묶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이의 핵심사업이 '부울경 광역철도'이다. 부울경 광역철도는 부산~양산~울산을 연결하는 광역철도로서, 부산 노포~경남 양산~울산역을 잇는 노선으로 50㎞ 길이에 사업비는 1조600억원 규모다. 비수도권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부·울·경을 1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동남권 메가시티' 조성을 위한 핵심사업이라는 평가가 있다.

대구·경북권에서는 서대구역과 대구경북신공항, 의성을 잇는 대구~경북 광역철도가 선도사업으로 선정되었다. 연장은 61.3㎞에 총 사업비는 2조 400억원으로, 주요 지역에서 통합신공항까지 30분대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주·전남권은 상무역과 광주전남혁신도시·나주역을 연결하는 광주~나주광역철도가 선정되어 총연장 28.1㎞, 총사업비 1조5200억원으로 하여 추진된다. 강원권에서는 용문(경기)과 홍천(강원)을 잇는 광역철도(연장 34.1㎞, 사업비 8537억원)가 각각 선정됐다.

대전세종충청권에선 대전 반석과 세종시, 조치원역, 오송역, 청주공항을 잇는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가 뽑혔다. 이 광역철도의 총연장은 49.4㎞이며 사업비는 2조1022억원이다.

이와 같이 전국의 광역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광역철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유독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바로 제주특별자치도이다. 이상하리만치 제주도는 무관심 내지는 반대를 하고 있다.

그 동안의 제주도 상황을 살펴보면, 일찍이 2007년에 맨처음 제주-전남을 연결하는 해저터널 고속철도가 제안되었다. 2007년 당시 박준영 전남지사가 해당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했고 이에 제주도 측이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해저터널을 국책사업에 포함해 달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난 2012년 해당 건설계획의 타당성 용역을 실시했고 그 결과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당시 국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용대비 편익 비율이 0.7대를 기록해 경제적 타당성의 기준이 되는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2016년 1월 폭설로 인해 제주국제공항 고립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제주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고속철도사업이 재조명받았고 전라남도 등이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번번히 무산되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무엇보다도 제주도가 이 사업을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제주도가 이 사업을 반대하는 논리는 무엇보다도 제주도라는 섬으로서의 고유문화가 사라자고 제주의 정체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현재 제주에서는 제2공항 건설 논란이 계속되고 있을 뿐 해저터널 건설 관련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는 일견 타당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제주어를 비롯한 제주도의 고유한 문화는 분명히 우리가 보존해야 할 대상임에 틀림없다. 특히, 제주어에는 아래아( ㆍ), 반치음(ㅿ), 순경음비읍(ㅸ) 등 우리나라 고어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제주어는 제주도 정체성의 일부로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제주도민이 공유하는 역사와 시대, 삶 자체이다. 제주어가 사라지면 제주 정신도 함께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은 언어만이 아니라 제주지역의 시각과 풍부한 문화 관습, 세계관도 포함된다. 제주 문화는 제주어를 통해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우리 국어도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제주어를 비롯한 제주도의 고유한 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려는 노력이다. 해저터널을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제2공항을 건설할 것인가 하는 논란이 아니다. 어쩌면, 제주도는 그동안 항공교통 등 교통통신의 발달과 방송, TV 등 대중매체의 발달로 오랫동안 제주도만의 고유언어로 자리잡았던 제주어와 고유문화가 야금야금 사라져왔던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제주도 고유문화와 제주어를 되살리기 위한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유치원부터 초·중·고·대학 등 정규 교과과정에 제주어 교육을 넣어야 제주방언뿐 아니라 우리 국어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제주의 고유언어와 고유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면서 널리 전파시키려는 그만큼 값지고 보람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제주어를 비롯한 제주도의 고유한 문화를 지키는 것과 첨단 교통수단을 어느 것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논란이 되는 교통수단과 관련해서는 속도 뿐만 아니라 친환경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철도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오늘날의 철도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환경친화적 교통수단으로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 있어서 교통부문은 약 16%를 차지하는데, 그중 도로교통이 72%인데 비하여, 철도는 약 0.6%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철도는 대량수송이 가능하고 에너지 효율이 도로보다 월등히 높아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Class I 화물열차는 트럭에 비해 연료효율이 2~5.5배이며, 고속철도는 민간 항공기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8배 높으며, 도로차량에 비해서도 4배 효율적임). 특히, 최근에는 국가적으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여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하는 단계에 있는만큼, 친환경 교통수단인 철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에 비하여 항공교통은 교통수단 중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환경청(EEA, European Environmental Agency)의 자료에 따르면 항공기와 기차, 자동차 등 교통수단 중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은 항공기였다. 항공기를 탄 승객 1명이 1㎞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85g으로, 104g인 자동차의 2배, 14g인 철도보다는 20배 정도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수치와 여러 통계치 등을 종합한 결과 현재 항공기의 운항 등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3% 정도를 차지한다. 최근의 항공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2050년에는 항공기의 탄소 배출량이 5%까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의 미래 교통수단 선택과 관련하여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제주도가 해저터널 고속철도로 육지와 연결되면, 이는 제주도가 유라시아철도의 기점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은 아시아대륙과 철도로 연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중에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도 이러한 계획을 검토해온 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김대중 대통령 이래 역대 정권이 남북철도 연결 및 유라시아철도 연결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정권의 임기가 끝나면 없었던 일로 되곤 했다. 이제는 이와 같이 정권의 일회성 공약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남북철도 연결 및 유라시아철도 연결을 법제화 해야 할 것이다. 제주도가 해저터널로 육지와 연결되면 이러한 남북철도 연결 및 유라시아철도 연결의 기점으로서 역할을 하여 동아시아 공동번영의 핵심기지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제주에서 시작하여 해저터널로 고속철도를 통해 북한을 거쳐 만주-시베리아를 넘어 유럽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철도는 상상만 해도 감격스러운 일이다. 해저터널로 고속철도를 통해 유라시아 철도로 이어지는 사업이면, 사업 타당성조사에서 비용대비 편익 비율도 1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은 몇년 전 일이긴 하지만, 2011년 제주연구원이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제주해저터널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70.2%가 제주해저너털을 통한 고속철도건설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우기 해저터널과 관련해서는 1200km/h까지 가능한 하이퍼튜브로 건설하는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거의 진공상태의 튜브를 고안해 공기저항의 문제점을 해결한 것으로 진공에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인 튜브트레인과 유사한 개념이다. 거대한 진공 튜브에서 기압으로 열차를 밀어서 공기 저항이 없고, 자기 부상원리로 차체를 띄우므로 마찰력이 없어 음속보다 빠르게 운행할 수 있다. 하이퍼루프는 현재 개발단계이므로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이 있지만, 빠른 속도와 낮은 운송비용 및 건설비용, 지리적 활용의 용이성을 바탕으로 운송혁명의 현실화는 먼 미래가 아닌 것이다.

그동안 제주도는 제2공항 건설 찬반논란에 묻혀서 해저터널이나 고속철도 건설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덤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환경부가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를 반려함에 따라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은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환경부의 반려 결정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사업을 추진하려면 반려 사유를 해소하여 전략환경영향평가서(본안)를 재작성한 후 환경부에 다시 협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사실상 물건너 갔거나 내년(2022년) 대통령선거 이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추진여부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제는 제주도도 '철도'를 가질 때가 되었다. 그동안 논의되었던 제2공항 논쟁에만 함몰되지 말고, 이제는 보다 큰 안목으로 제주 해저터널을 통한 고속철도를 건설해 유라시아철도의 기점으로서 제주도의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같은 내용으로 제주인뉴스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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