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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지 않은데, 뜨거운 뙤약볕으로 태양은 자신의 존재를 맘껏 여한 없이 드러내며 뽐내는 것처럼 보이는 한여름 날들 아래의 식물들을 본다. 마치 힘자랑하는 태양을 비웃기라도 하듯, 초록빛 식물들은 무성하게 풀숲을 이루고 있는 게 대단해 보이기까지 하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텃밭은 아무도 돌봐주지 않아도 스스로 든든히 성장해 있었다. 행여라도 강렬한 태양빛 아래 시들어 죽지는 않았을까 내심 걱정도 되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주렁주렁 색색이 열린 텃밭
 주렁주렁 색색이 열린 텃밭
ⓒ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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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익은 참외와 아직은 초록빛인 아기 참외가 심지어 대롱대롱 매달려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커다란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는 탐스러운 빨간색으로 짙어졌다. 오이는 노랗게 익어 늙은 노각이 되어 버렸고, 쌈장에 찍어 먹던 여린 풋고추는 붉은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연두색 애호박과 벌써 늙은 호박이 된 둥그런 노란 호박이 함께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보라색 가지들도 길쭉하게 자신들의 몸매를 뽐내고 있는 듯하고, 키다리 옥수수도 수염을 늘어뜨리며 어서 따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살아 있었구나! 죽지 않고 살아서 열매까지 맺고 있었고, 이제 익은 열매 속에 씨앗까지 품고 있었구나! 장하다. 
 
알록달록 참외와 방울토마토
 알록달록 참외와 방울토마토
ⓒ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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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다는 것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을 말하는 것일 테다. 키가 자라고, 몸집을 키우며 열매를 맺고, 다음에 이어질 새 생명을 위한 씨앗을 품을 때까지 계속 성장한다. 그것이 진정한 성장일 것이다.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서 속이 타고 목까지 타는데, 그 와중에 풀들은 어찌 그리도 잘 자라는지 그 성장하는 속도가 놀라워 감탄이 절로 나온다. 풀숲을 이루고, 온통 초록 세상으로 만들어버리는 한여름 잡초들의 성장 능력을 닮고 싶을 지경이었다. 덥다고 힘이 빠져서 기운을 못 차리고 있는 자신과 비교하면 괜히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옆집 어머니께서 심은 호박이 단호박을 맺었다. 울타리를 넘어 우리 집 마당까지 내려오는 호박 덩쿨을 보며 내게 말을 건네셨다.

"아니, 왜 단호박이 열리는지 몰라."
"단호박 맛있잖아요."
"난 안 좋아해. 다 따다 먹어요."
"정말요? 전 너무 좋아요. 감사해요. "

 
단호박과 텃밭 열매들
 단호박과 텃밭 열매들
ⓒ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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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이 넝쿨째 굴러왔다. 그렇게 그동안 먹고 싶었고 다이어트로 챙겨 먹으려 했던 단호박까지 옆집 어머니 덕분에 맛있게 쪄먹게 되었으니 이 여름날의 풍성함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성장하고 싶다. 텃밭에서 성숙하게 익어가는 채소들처럼 열매를 맺고 싶다. 견디어야 할 고난과 아픔을 이기고 초록, 노랑, 빨강의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면 참 좋겠다. 

뙤약볕에서 기죽지 않고 보란 듯이 열매를 지키고 있는 식물들처럼 용기를 내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올린 글입니다.


태그:#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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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인도에서 거주하다가 작년에 한국 시골에 들어와 가족과 자연 속에서 생각하고, 사랑하며, 희망을 담아 힐링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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