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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운영하는 광주청년드림은행에서 제작한 일러스트.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운영하는 광주청년드림은행에서 제작한 일러스트.
ⓒ 광주청년드림은행, 일러스트 작가 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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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사는 서영(가명)씨는 지난 2017년 4년제 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경기도에 위치한 전문대에 입학했다.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2020년 대학을 수료한 서영씨는 학교 측에서 연계해준 회사에 취업했다. 월급은 180만 원이었다.

얼마 후 서영씨는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전세보증금 대출을 알아보려 은행에 갔다.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청년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학자금 대출을 제외하고는 대출이 없었기 때문에 무리 없이 대상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은행원은 연체정보 때문에 대출해줄 수 없다고 했고, 서영씨는 빈손으로 은행을 나섰다.

알아보니, 사업을 하는 가족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일이 화근이었다.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국세 1000만 원이 서영씨 명의로 미납되어 있었다. 부채가 있다는 사실도 연체 중이라는 사실도 몰랐기 때문에 당혹스러웠다.

서영씨에게는 가족의 사업 관련 부채 1000만 원을 제외하고도 학자금 대출 1500만 원이 있었다. 이중 900만 원도 아버지가 사업에 사용하겠다며 요구해 받은 생활비 대출이었다. 지난 2019년에 아버지가 서영씨 명의로 집을 구매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해당 집은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해 경매 처분되었고, 서영씨에게는 연체기록이 남겨졌다. 결국 전세보증금을 구하지 못한 서영씨는 월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향인 광주로 돌아왔다.

가족에 의해 부채가 발생할 경우, 가족 내 관계에 따라 문제를 제기하거나 본인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부모에 의해 부채를 떠안은 또 다른 B씨는 "그래도 가족이 한 일이라 힘들지만 조금씩 부채를 갚아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영씨는 올해 3월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다. 6개월 후인 지난 9월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고, 청년내일채움공제도 신청했다. 경력 2년을 채우고 이직을 고민해볼 생각이다. 돈을 모아서 캐나다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한 후 정착하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함께 대학을 다녔던 친구들 중에는 가정 형편이 좋아 해외유학 중인 친구들이 많았다.

얼마 전 서영씨가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 찾아왔다. 광주에는 지역 청년들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아래 광주 청지트)'가 있다. 서영씨는 광주 청지트에서 1:1 내지갑상담을 받았다. 내지갑상담은 청지트가 고안한 청년 맞춤형 재무상담이다.

청지트 상담사는 서영씨에게 채납액 징수 특례제도와 연금 분할 납부 제도를 안내했다. 현재 연체된 부채를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였다. 또 취업 후 상환에 해당하는 학자금 대출은 상환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내해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상담사는 특히 독립과 자립의 측면에서 경제권을 본인이 갖고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안내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한 재정원칙도 수립했다. 가족은 한 사람의 출생과 동시에 삶의 가장 기본적인 지지기반이 된다. 그러나, 이런 가까운 관계 때문에 부채를 지고 삶의 벼랑 끝에 서는 경우도 상당하다.

가족에 의해 부채를 떠안은 사례들

최근 광주 청지트에는 가족에 의한 부채 문제 등으로 인한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청지트를 찾아온 은서(가명)씨는 지난 2014년부터 3년간 소년원에서 생활했다. 그런데 그 사이 은서씨의 어머니와 언니가 은서씨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 현재 생계급여를 통해 생활하는 은서씨는 본인 앞으로 청구되는 과도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광주시가 발표한 '광주지역 청년부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출을 보유한 만 19~24세 광주 청년의 24%가 대출을 받은 사유로 '가족의 요청'을 지목했다. 이 중 23.8%는 본인 외 가구원의 대출 연체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연체 경험이 있는 청년의 40.8%가 본인 외 가구원의 대출 연체를 경험했으며, 본인에게 연체 경험이 있는 청년에서는 59.5%까지 비율이 증가했다.

광주 청년 23.4%는 "돈 문제로 인해 가정 내 갈등이 있다"고 답했으며, 대출 보유자 가운데서는 33.5%, 연체 경험자 가운데서는 45.9%로 비율이 증가했다.

광주 청지트 주세연 센터장은 "가족에 의한 부채는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없어서 혼자서 해결 방법을 찾다 보니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며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막막했는데, 상담 과정에서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니 빚을 다 갚은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내담자들을 보며, 이 문제의 어려움을 실감하게 된다"고 밝혔다.

주 센터장은 또 "우리 사회가 주로 가족 단위로 경제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종합적인 솔루션이 제공되어야 안정적인 구조를 수립할 수 있다"며 "가족 단위 재무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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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 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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