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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기는 생후 300일을 넘어 이제 10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부부는 평소 눈여겨보았던, 비누꽃으로 만들어진 꼬마곰을 선물했다.

훗날 아기에게 300일 동안 건강하고 잘 커주어서 고맙고, 코로나 이 시기의 초보 엄마 아빠라 더 잘해 주지 못했던 미안함으로 너에게 선물한 것이라 말해줄 생각이었다.

아이에게 찾아온 성장통 
 
아기에게 300일 기념으로 선물한 귀여운 비누꽃 꼬마곰, 찬란하고 아름다운 분홍색이다.
▲ 아기 선물 아기에게 300일 기념으로 선물한 귀여운 비누꽃 꼬마곰, 찬란하고 아름다운 분홍색이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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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을 기점으로 아기는 또 다른 성장통을 겪고 있다. 윗니가 나려고 아픈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하루에 많은 시간을 울기도 했다. 두 달 전 아랫니가 날 때에도 아파하는 아기를 보면서 마음을 졸였는데 또 아기에게 성장통이 찾아온 것이다.

아랫니가 날 때보다 아기는 더 힘들어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비해 둔 약품들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악을 쓰며 자다가도 일어나서 우는 시간이 늘어나자 아기 엄마와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약품들을 아기에게 발라주고 먹여주었다.

아기의 진통제와 잇몸에 통증을 줄여준다던 허브 성분의 캔디와 연고였다. 하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고 아파하는 아기와 그를 바라보며 속이 타들어 가는 부부의 인고와 고통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기가 10개월이 되면서 시작된 변화는 부쩍 소리를 내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간단한 외마디 외침 같은 단어였는데 '아' 하고 길고 짧게 소리를 지르는 것과는 무언가가 달랐다. 이 소리를 내는 이유가 혹 이가 아파서일까 하고 부부는 마음을 졸이고 아기의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제의 일이다. '음~~~ 마' 갑자기 아기가 소리를 냈다. 부부는 잠시 놀라 눈을 마주쳤다. 내가 먼저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

"방금 아기가 엄마라고 한 거 아니에요?"
"글쎄... 설마... 우연이겠지요.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엄마라고 한 적 없잖아요?" 

 
▲ 엄마라고 부르는 아기 처음으로 엄마라고 입을 뗀 아기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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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마, 음마... 엄~~~ 마"

그때였다. 아기가 엄마라는 단어를 갑자기 핀 꽃송이처럼 딱 한번 터뜨리고는 엄마라는 단어를 계속 연습하려는지 엄마, 엄마 소리를 내었다.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아내는 아기에게 '엄마'라고 해야지 하면서 아기의 눈앞에 입모양을 보여주며 친절히 발음을 다시 알려 주었다.

미안하고 너무도 감사했다. 밖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아기의 성향을 발견하고도 쉽게 외출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아기는 타인의 말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고작 엄마와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전부였고 아빠는 자주라고 해도 항상 같이 있어 주지 못했다.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말이 늦어지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다. 

아기가 엄마를 부르는 모습. 아빠로서 그 광경을 경험한다는 것은 한 단어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복잡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아기는 엄마라고 외마디를 뱉어낸 오늘을 위해 여태까지 여러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느 책에서 본 글귀가 문득 떠올랐다. 아기가 적어도 엄마라는 단어를 한번 하기까지 삼천 번에서 오천 번을 들어야만 하고, 아기가 그것을 발음하기까지는 이만 번의 실패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던 내용이었다. 

"여보. 축하해. 진짜 엄마가 됐네요."
"그러게요. 기분이 이상하네요. 그토록 기다렸던 단어인데..."


엄마라는 단어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개월의 시간들을 소환해 냈다. 아기는 집에서 매일 시기에 맞는 행동을 하며 크고 작은 기적들을 엄마와 함께 만들어 가고 있었다. 

아기는 때에 따라 스스로 기고 잡고 서고 이제는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아기가 자주 먹었던 제철 과일이 자연 속에서 영글어가듯, 아기는 집에서 이렇게 하나하나, 자기 발전을 꾸준히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기의 아랫니가 났을 때 아기의 엄마가 심은 해바라기
▲ 해바라기 아기의 아랫니가 났을 때 아기의 엄마가 심은 해바라기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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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았던 해바라기가 생각났다. 아기의 첫니가 난 것을 기념해서 아내가 심은 해바라기였다. 꽃을 피우려는지 꽃망울을 만들어 내었는데 그 꽃망울에서 꽃을 피우듯 아기가 이제 말이란 걸 시작한 것이다. 이후에도 아기는 시간이 나면 '엄마'를 외쳐 댔다. 마치 이제까지 못다 한 말의 분풀이(?)라도 하는 듯 말이다.
  
엄마라고 단어를 뱉고 '씨익' 하고 미소를 짓는 아기의 표정이 지금의 감정을 말하는 것만 같았다. 아기가 계속 엄마를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던 아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10개월, 많은 것들이 제약이 된 상황에서 누구보다 꿋꿋하게 육아를 하던 엄마라서, 가끔 힘들어도 아기를 보면서 애써 웃어내던 아내라서 그 모습이 매우 낯설었다. 아기의 출산 후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던 아내였다. 비로소 아기의 말문이 트이고 아기가 자신을 부르자 비로소 아내가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했다.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혼자서 육아하며 외롭다고 느끼게 하지 않았을까? 복잡한 감정들이 주는 생각들이 밀려왔다. '집콕 육아', '독박 육아' 등 힘든 이 시기의 육아에도 굳건하던 아내였다. 진심으로 아내를 토닥였다. 아기의 말문이 트이는 것이, 강하디강한 엄마의 눈물샘도 터트릴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아기가 처음 엄마를 불렀던 날을 그래서 꼭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아기의 노력에 꾸준하게 헌신하던 엄마의 모습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기를 잘 이겨낼 겁니다, 우리 아이처럼 

아기가 처음 엄마라고 불렀을 때, 다른 엄마들은 어떤 마음이었는지가 새삼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는지도 궁금해졌다. 아기와 함께 또 다른 어떤 새로운 발전을 기다리고 계실지 그 마음들이 궁금해졌다. 

우리 가정뿐만이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활동의 제약으로 아기의 발달이 늦어지지나 않을까를 걱정하고 계실 엄마 아빠들이 계실 테다. 하지만 그 부모님들의 진정 어린 사랑으로 아기들은 이 시기를 꼭 잘 이겨낼 것이다. 진심으로 응원을 드리는 바다.
 
▲ 엄마라고 부르고 웃는 아기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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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집에서 하나하나의 작은 기적을 이뤄가고 있을 아기와 부모님들께 수없는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시도하던 아기의 모습처럼 꾸준한 위로와 격려를 드린다. 그 아기들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라며, 아기가 엄마를 부른 후 세리머니 삼아 지었던 밝은 미소를 닮은 존경과 감사도 함께 보낸다. 

오수향 작가의 <말의 힘으로 키우는 대화 육아> 속 일부분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아이가 말이 많아지는 것에 발맞춰서 부모님도 수다쟁이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는 스스로 이야기를 할 수 있기 훨씬 이전부터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아이의 한마디는 완전한 문장과 같은 것이며 어른이 상황에 맞게 잘 설명해 주면 아기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적절한 시기와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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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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