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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생명을 가득 담고 있는 제철 식재료를 먹는다는 것은 자연의 기쁨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 계절도 생명도 드러나지 않는 무감한 매일의 밥에서 벗어나 가끔은 혼자서도 계절의 맛을 느껴보자. 철마다 나는 제철 채소를 맛있게 즐기는 법을 익혀 자연스레 채소 소비는 늘리고 육류 소비는 줄여 지구에는 도움을, 나에게는 기쁨을 주는 식탁으로 나아간다.[기자말]
호박꽃
 호박꽃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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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생각할수록 고맙고 신통한 채소다.

요즘 저렴한 애호박은 어느 양념, 재료와도 잘 어우러지는 순한 성격으로 언제나 냉장고 한쪽을 지켜준다. 모양이 제멋대로인 조선호박은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그 모습이 질박한 도자기처럼 꽤나 멋스러운데다가 애호박과는 또 다른 구수한 단맛을 낸다.

아무렇게나 키워도 쑥쑥 자라는 덕에 시골집 담장마다 덩굴져있는 늙은 호박은 열매가 맛있는 건 물론, 열매가 다 맺히기 전 어린잎을 따다가 살짝 쪄 쌈으로 먹으면 여름의 별미다.

호박속 식물의 또 한 가지 묘미가 있으니, 바로 커다랗게 피어나는 노란 별 모양의 꽃이다. 애호박이나 늙은 호박 등 호박류는 열매와 함께 샛노란 꽃을 큼지막하게 피워내는데 그 모양뿐 아니라 맛도 좋다.

호박꽃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신기해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탈리아에서는 호박꽃을 튀겨 먹는 요리가 흔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호박꽃에 소를 채워 호박꽃만두를 빚기도 하고 호박꽃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언젠가 이탈리아식 호박꽃 튀김을 맛본 뒤로 그 맛에 푹 빠져 여름이 되면 한 번은 호박꽃을 공수해 요리해 먹는 게 계절의 기쁨이 되었다.

잘 튀긴 호박꽃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호박꽃 요리를 할 때 가장 곤란한 점이라면 역시 호박꽃을 어디서 공수하느냐이다. 시골에 살거나 작게 텃밭 농사라도 짓는다면 호박꽃이 흔하지만, 그게 아닌 대다수 사람에게는 호박꽃을 구하는 게 일이다.

나 같은 경우는 농부가 직접 채소를 판매하는 작은 파머스 마켓에서 농부님께 예약해 호박꽃을 구입하고 있다. 이렇게 호박 생산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면 호박꽃도 판매할 수 있는지 살짝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한 번은 평소 호박꽃과 채소 등을 구입하는 농부님의 농장을 직접 방문했다. 넓은 밭 한 편에 호박꽃이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것을 보고 반가워 바로 따 구입할 수 있는지 물었는데 "꽃이 너무 피어버려서" 요리해 먹기 힘들겠다는 답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꽃 안에 소를 채워 튀겨먹는 호박꽃 요리는 꽃이 피기 전 봉오리 상태인 것을 쓰고 이제까지 구입했던 호박꽃도 모두 봉오리였다. 그래서 호박꽃을 판매하는 일은 조금 번거롭다고 한다. 아침이 되면 호박꽃 봉오리가 모두 활짝 피어버려서, 보기에는 참 예쁘지만 봉오리를 따야 판매할 수 있으니 난감해진다. 이 때문에 해가 뜨기 전 일찍 새벽이슬을 맞으며 호박꽃을 딴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농부님께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호박꽃 요리는 역시 속을 넣고 튀긴 이탈리아식 요리다. 이탈리아어로 호박꽃은 피오리 디 주키니(Fiori di zucchini), 호박꽃 튀김은 피오리 디 주키니 프리티(Fiori di zucchini fritti), 속을 채운 호박꽃 튀김은 피오리 디 주키니 리피에니 에 프리티(Fiori di zucchini ripieni e fritti)다. 훗날 이탈리아로 여행 갔을 때 식당 메뉴판에서 'Fiori di zucchini'가 보이면 주저 말고 시켜보기를,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호박꽃에 튀김옷만 입혀 튀기기도, 안에 모차렐라나 리코타 등 치즈류의 속을 넣어 튀기기도 하는데 내 입맛에는 치즈로 속을 채워 튀긴 게 제일이다.

호박꽃은 열매가 달린 것은 암꽃, 열매가 달려있지 않은 것은 수꽃으로, 자연스레 열매가 달리지 않은 수꽃을 따먹게 되는데 이를 요리할 때는 수술을 모두 제거해야 쓴맛이 나지 않는다.

봉오리가 닫힌 상태다 보니 안에 작은 벌레들이 들어가 있는 일도 많아 베이킹파우더나 식초 물에 잠깐 담가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 것이 좋다.

속은 모차렐라 혹은 리코타 치즈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안초비를 다져 넣는 것이 기본으로 여기에 취향에 따라 다진 허브나 마늘 등을 더한다. 호박꽃 안에 속을 넣은 뒤에는 다시 봉오리가 꼭 닫혀있듯 꽃잎을 잘 여며야 튀기면서 속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속을 많이 넣고 싶다는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것을 명심하자.

튀김옷은 튀김가루나 밀가루에 더 가볍고 바삭한 질감을 위해 탄산수를 더해 만드는데 이탈리아에서는 튀김반죽에 달걀을 넣는 경우도 있으니 반죽은 취향에 따라 정해도 좋다.

잘 튀긴 호박꽃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 안 가득 채워지는 치즈의 부드러움과 은은한 허브의 향, 바삭하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한데 어우러진 호박꽃 튀김에 가벼운 술 한잔을 곁들여 끝나가는 여름과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달래본다.
 
호박꽃튀김
 호박꽃튀김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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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타로 속을 채운 호박꽃 튀김

- 재료

호박꽃 6개, 튀김용 식용유

소: 리코타 치즈 100g, 안초비 3마리, 다진 마늘 1/2작은술 (이탈리안 파슬리 등의 허브 취향껏)

튀김옷: 중력분 150mL, 탄산수 180mL, 소금 약간

- 만들기

1. 호박꽃은 핀셋 등을 이용해 수술을 제거하고 속까지 깨끗하게 씻어 말린다.
2. 안초비를 잘게 다져 리코타 치즈에 다진 마늘과 함께 넣고 섞어 소를 만든다. 다양한 허브나 치즈 등을 취향껏 더해도 좋다.
3. 호박꽃 안에 속을 넣고 치즈가 삐져나오지 않도록 꽃잎을 잘 여민다.
4. 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차가운 탄산수를 조금씩 섞어가며 잘 개어 약간 묽은 튀김옷을 만든다.
5. 속을 채운 호박꽃에 튀김옷을 입히고 190도의 기름에 노릇, 바삭하게 튀긴다.
6. 접시에 담고 레몬이나 후추 등을 곁들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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