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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할 때 가장 큰 허들은 현관문이다. 나는 현관문을 나서기까지 많은 번민에 휩싸인다.

'비가 오니까 오늘은 쉴까?'
'생리하니까 오늘은 쉴까?'
'피곤하니까 오늘은 쉴까?'


현관문을 넘지 못할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하고 싶지 않은 수십 가지의 이유를 생각하다 해야만 하는 단 한 가지의 이유로 간신히 집을 나선다. 현관문을 나서며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덤벨은 마음 아닐까.

나는 올해 3월, 20년간 다니던 직장을 퇴사했다. 이후, 남편이 운영하던 스타트업으로 옮겨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코로나로 재택근무 중이다. 프리랜서로 글쓰기 관련 일도 하는데, 이 일도 집에서 한다.

집 밖으로 나갈 일이 많지 않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체중계의 눈금이 둘째 만삭 때 몸무게가 되었을 때, 더는 방치할 수 없어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내가 운동을 시작했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생존 운동 하는구나"라는 말을 했다.
 
둘째 만삭의 몸무게를 다시 보게 될 줄 몰랐다.
 둘째 만삭의 몸무게를 다시 보게 될 줄 몰랐다.
ⓒ yunmai,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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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운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굳이 의미를 물어보지 않아도 그 뜻이 확 와 닿았다. 몸무게가 늘자 무릎이 아파왔고, 집안 내력인 당뇨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건강검진의 수치는 여기저기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체력 저하도 심해 외출하고 돌아오는 날은 떡실신하듯 잠을 자야 했다. 나이 탓만 하기에는 내 몸을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 생존하기 위해 운동해야 할 나이였다.
  
나도 한때는

20대 시절, 나의 별명은 '24시간 풀가동'이었다. 대학원에서 남자들 못지않은 체력을 자랑하며 밤샘 연구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때 붙여진 별명이었다. 동기들은 나보고 이력서 특기란에 반드시 '24시간 풀가동'이라고 쓰라며, 그러면 바로 취직될 거라는 농을 던지곤 했다.

거기에 조금 더해진 별명은 '신이 내린 몸매'였다. 아쉽게도 몸매가 예뻐서 붙여진 별명은 아니었다.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쪄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학생 식당에서 주는 밥을 남김없이 먹었고, 빨리 먹었다. 여학생이라고 조금 덜 줄라치면 "더 주세요!"를 외쳤다. 그렇게 먹어도 살 안 찌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런 내가 20년간의 직장생활, 출산, 육아를 거치며 필연적으로 체중이 불었다. 불어난 체중의 선물은 뱃살이었다. 매년 바지를 새로 사야했고, 언젠가부터 고무밴딩 처리된 바지가 아니면 불편했다. 체중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하다 말다를 반복했다.

체력이 좋다 보니 운동에 대한 간절함이 부족했던 것도 있었지만,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출근만큼이나 귀찮은 것이었다. 귀차니즘을 넘어설 동기가 부족했다. 출근은 한 달만 일해도 월급을 주지만, 한두 달 운동만으로 몸의 변화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몸은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추구했다. 야근과 밤샘, 주말근무, 육아와 집안일에 지치면 몸은 잠을 원했다.

막다른 곳에 몰려 겨우 운동을 하게 된 나는, 가장 가까운 프랜차이즈 지점에 등록했다. 가까워야 그나마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운동하는 분들의 나이대는 중년 이상인 것 같았다.

나이는 그들의 대화로 유추할 수 있었는데, 종종 관절염과 당뇨와 고혈압에 관한 고충을 토로했고, 좋은 병원과 의사에 대한 정보를 나누었다. 그들은 등산을 약속하기도 하고, 텃밭에서 키운 호박이나 상추를 나누기도 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나이대는 더욱 확실해졌는데, 60대의 어느 분이 이야기했다.

"나는 아프지 않고 죽기 위해서 운동하는 거야. 자식들한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 크게 두 번 아팠거든. 내가 이렇게 아플 줄 몰랐지. 나도 한때는 체력 좋았지."

듣고 있던 주변인들이 '맞아, 맞아' 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나도 한때는'이라는 말에 나의 20대가 생각나면서, '아프지 않기 위해 하는 운동'이라는 말이 내 마음에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어쩐지 조금 슬퍼졌다. 생존 운동 다음은 노후준비 운동인가?

운동과 재테크의 공통점
 
운동과 재테크의 공통점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운동과 재테크의 공통점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firmbee,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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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노후보다 근육 없는 노후가 더 위험하다.'

운동하는 곳에 붙어있는 표어다. 그날따라 그 표어가 아주머니의 말과 함께 크게 다가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돈도 있고 싶고 근육도 있고 싶다. 그러나 근육은 돈처럼 쉽게 불어나지 않았다. 열심히 아낀다고 해도 매달 가계부 정리하다보면 저축액이 늘지 않듯,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주 4회 이상 운동을 해도 근육은 올라갈 줄 몰랐다.

피나는 노력으로 근육을 아주 눈곱만큼 늘려도, 잠시 느슨해지면 근육은 쉽게 빠지고 체지방은 훅 올랐다. 몸은 정직하다고 하던데, 정직한 것이 아니라 야박했다. 40대가 되니 관리하지 않으면 잃는 것 천지였다. 시간, 돈, 인간관계 등. 거기에 근육도 포함해야 할 것 같았다.

운동과 재테크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한번 잃으면 기회 비용이 많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조금만 운동해도 조절되던 체중은 근육량이 현저히 줄어든 탓에 이전의 운동량과 식단만으로는 조절되지 않았다.

비용과 힘들다는 후문 때문에 머뭇거렸던 PT를 신청했다. 트레이너는 내 몸을 보더니, 승모근과 엉덩이, 등근육이 거의 없고, 어깨도 안으로 많이 굽었다고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50세 되기 전에 복근을 만들고 싶어요. 될까요?"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

"그야 회원님 하기 나름이지요."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트레이너는 40대 중후반의 회원님들이 PT를 가장 많이 신청하며, 가장 열심히 한다고 했다. 여자의 경우는 폐경기를 기점으로 근육 손실이 많은데, 그 전에 근육을 많이 늘려놓으면 근육 감소율이 좀 작다고 했다.

나이 들수록 근력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득, 노후에 쓰려고 모으고 있는 연금저축이 생각났다. 근육을 저축해놓는 통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젊은 시절부터 열심히 저축하는 건데... 조금 후회가 됐다.

내 몸을 위한 강제 저축
 
나의 근육 만들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나의 근육 만들기는 현재진행형이다.
ⓒ Ichigo121212,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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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에서 종잣돈을 만드는 제일 큰 원칙은 수입에서 저축액을 무조건 떼어놓는 것이다. 얼마가 되었든 매달 강제 저축을 먼저하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운동도 그래야 하는 것을 몰랐다. 야근과 밤샘 작업, 주말 근무, 육아. 나이 들수록 해야만 하는 많은 일들 중 우선 순위에 운동을 놓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근육 종잣돈 모으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매일 체중계에 올라서며 변하지 않는 근육량과 체지방량에 실망하지만, 언젠간 이 종잣돈이 불어나리라 생각한다. 50대에는 근육 부자가 되고 싶다. '24시간 풀가동'이란 별명은 추억 속에 고이 모셔두고, 나는 오늘도 육중한 마음의 무게를 견디며 현관문을 나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 및 브런치(https://brunch.co.kr/@longmami)에도 실립니다.


group낀40대 http://omn.kr/group/forty
40대가 된 X세대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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