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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마흔앓이'가 찾아왔다.
 내게도 "마흔앓이"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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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느 여름, 감기에 걸렸다. 한여름에 감기라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평소에는 가볍게 목감기 정도만 앓다가 금세 낫는 건강체질인 내가,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심하게 아파왔다.

몸살감기에 된통 걸렸구나, 하고 누워서 그만 사흘을 내리 끙끙 앓았다. 태어나서 그런 감기는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입맛을 완전히 잃고 땀을 어찌나 흘렸는지... 사흘이 지난 뒤에 보니 몸무게가 저절로 3킬로나 빠져있었다. "아, 내가 감기로 그렇게 끙끙대는 체질이 아닌데 심하게 아팠어"라는 나의 말에 친구가 답을 주었다.

"'마흔앓이' 했나보네. 마흔으로 넘어갈 때 다들 한 번쯤은 호되게 아파."

나의 지인 A는 저녁 약속이 있어 옷을 갈아입다가 허리를 삐끗, 했다고 한다.

"살짝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셔츠를 딱 집는데 허리에서 '쩡' 하는 소리가 나더니 삐끗하더라. 당연히 약속은 다 취소했고 1주일 동안 기어서 화장실에 가야 했어."

A의 이야기에 한자리에 있던 친구들의 증언이 쏟아진다. "어 너도? 나도 얼마 전 허리를 다쳐서 한의원에 다녀왔잖아." "우리 남편도 엊그제 삐끗했다고 병원에 가던데... 엄살이라고 놀렸는데 많이 아픈가?"

찐중년의 성장통

40대의 초입, 무언가 한고비가 꺾이는 기분이 들 만큼 아프거나 몸 어딘가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을 경험하곤 한다. 감기몸살이나 허리가 다치는 정도는 약한 편이고, 건강검진에서 의외의 결과를 확인하고 수술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 상황을 '마흔앓이'라고 하나보다. 찐중년, 40대로 넘어가는 성장통 같은 것일까. 나의 경우는 그 지독함 감기몸살을 앓고 나서 흰 머리카락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바쁘고 치열하게 살면서 나 자신을 챙기지 않아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던 체력은 40대로 넘어오면서 현저하게 달라진다. 건강검진을 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고,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 하며 체력을 키우고 건강관리에 힘을 써야 한다.

꾸준하게 무엇인가를 해내는 집중력과 지구력은 중년이 되면서부터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재력보다 중요한 것이 근력'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건강을 챙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흔앓이'는 신체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9년,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황장애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가 40대라고 한다. 상담 현장에서 실제로 우울이나 불안감을 호소하며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성인 중 상당수가 40대이다.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의 변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예전에는 가정불화나 자녀 문제를 호소하는 주부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중년 직장 남성의 상담 의뢰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로 성인 상담의 비중이 부쩍 늘었음을 실감하기도 했다.

40대가 겪는 마음의 병은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트라우마부터 장담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복합적인 문제인 경우가 많고, 의욕 상실이나 무기력, 허무감이 주된 호소 문제이기도 하다. 신체적인 근육 못지않게 마음의 근육도 돌봐주어야 한다. 장기간 지속되어온 스트레스나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 문제가 있다면 해소하고 풀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마음속의 문제는 덮어둔다고 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그럭저럭 잘 버티고 살아온 사람일지라도 마음의 문제가 장기간 지속되어져 왔다면 무언가 나를 붙잡고 있던 끈 하나가 툭, 끊어지는 느낌처럼 후두둑 무너지는 순간이 올 수가 있다.

그 한계를 체감하는 40대가 유난히 많다는 것은, 중년으로 진입하며 마음의 에너지가 소진되어서일 수도 있고 인생의 한가운데 지점 즈음에서 나를 돌아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마음의 문제는 무엇보다 깨닫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에 보이거나 또렷한 통증이 없기 때문에 간과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마음의 병이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된다면 인간관계, 업무 수행 능력, 자기관리 등 삶의 여러분야에서 삐그덕대고 좌절감으로 이어지기가 쉽다.

장기간 이어지는 불면증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찾아오는 과도한 불안감이나 긴장, 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신체적 증상이 느껴진다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으로 버티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나를 위한 '쉼표'를 찾아서
 
누구나 잠시 멈추어서서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누구나 잠시 멈추어서서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 MabelAmber,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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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흔앓이'는, 잘 겪어내기만 하면 자연스레 진짜 중년이 되는 성장통같은 것일까? 사실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각자가 경험하는 '마흔앓이'는, 신체적 건강이든 정신적 건강이든 마음을 기울이고 더 지치거나 다치지 않도록 신경을 쓰라는 신호와 같은 것이다.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가정과 자녀교육, 인간관계와 사회적 위치 모두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기이기에 정작 나 자신을 챙길 수 있는 여유는 없는 것 같아 하루하루 숨 가쁘게 달리고 있을 때, 잠시 멈추라는 교통신호처럼 '마흔앓이'가 찾아온다. 그 때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추어 서서 나를 점검하고, 따로 시간을 내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40대부터는 그냥 내버려 둔다고 저절로 모든 것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나의 약한 부분을 스스로 점검하고 기름칠을 해주거나 영양을 공급해주어야 다시 힘을 내어 달릴 수 있다. 내 어깨에 얹힌 많은 무거운 책임과 의무감, 그리고 관계에서 해결해야 하는 많은 문제들을 균형 있게 싣고 헤쳐나가려면, 몸과 마음의 근육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40대에 찾아오는 신체적, 심리적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이 약해지고 있는 부분이나 관리가 되지 않고 방치된 부분이 어디인지를 잘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생활 패턴을 규칙적이고 스스로 통제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성인이 된 이후로 일이나 의무감, 책임감 등에 이끌려 자신을 돌아보고 관리할 여유가 없이 쫓기듯 살아가는 패턴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내 삶에 수동적으로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조절 가능한 영역을 만들어 자기관리를 하는 것은 소소한 성취감과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을 경험하게 해준다.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실천하는 것, 적당한 야외활동, 내 관심 분야와 관련된 취미생활과 자기개발 등을 찾아서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루틴을 만드는 것도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마흔앓이'를 하며 한두 번 아프고 나면 쑥 자라는 일도 없고, 갑작스럽게 중년답고 어른스러워지는 것도 아니다. '마흔앓이'는 우리가 삶의 전환점에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고속도로 위의 휴게소와 비슷하다. 잠시 차를 세우고 멈추어 서서 밖으로 나와 시원한 바람을 쐬고, 차 상태를 점검하고, 시원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기분전환을 하는 지점인 것이다.

멈추어 서지 않고 그대로 지나친다면 도착 지점까지 편안하고 기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중간에 차가 고장 나버리면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 '마흔앓이'의 지점에 왔을 때 내가 나 자신을 스스로 돌보고 챙기는 것, 스스로의 약함을 인정하고 그 부분을 보완해가는 과정을 찾아가는 것, 그 여정을 혼자서 차근차근 진행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비로소 어른의 삶을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40대가 된 X세대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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