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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영 "박형준, 성과내려 무리한 사업 추진... 코로나 대비 전무해 인터뷰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4.7재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에 뼈 아픈 선거로 남았다. 서울시장·부산시장 자리를 압도적인 격차로 넘겨줬다. 내년 대통령선거·지방선거 역시 여론을 살펴보면 녹록지 않다.

민주당 앞에 수많은 고민이 놓인 지금. 지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45)이 떠올랐다. 현 상황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지난 10일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0일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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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영 전 의장은 '민주당 적통'이다. 2004년 열린우리당 부산시당 대변인으로 26세에 본격적으로 정치입문, 2년 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부산 금정구 의원으로 당선됐으며 내리 3선을 했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선 시의원으로 당선, 전국 최연소 광역의회 의장까지 역임했다.

보수색채가 강한 부산에서 "한나라당 싹쓸이를 막아달라"며 민주당이 삼보일배해야 했던 시절부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 2017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도왔다. 지난 부산시장 보궐선거 땐 당내 경선에 뛰어들어, "닳아빠진" 환심성 공약이 아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에 집중하자는 기조를 내걸었다.

지난 10일 부산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박인영 시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박인영 전 의장이 '청년 정치인' 출신인 만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능력주의로 대표되는 청년담론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더불어 그의 정치 비전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아예 목소리를 낸 적 없는 청년들의 목소리 발굴부터 시작해야 한다"

- 최근 정치권에서는 '청년'이라는 화두가 뜨겁다. 정치권에서 청년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떻게 가져야 하나.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 공개 경선에 나간 바 있다. 그때 한 말이 '여의도에 들러리를 세우려 하지 마라' '모양 좋은 거 하지 마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도 정치권에 이러한 시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그림 예쁘게 만든다'고 하는데,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자리만 메워주는 정도 아니면 행사할 때 청년들이 있어야 (모양이) 좋으니까 동원하는 대상이라고 인식하는 시각이 여전하다.

사회 전체로 봤을 때, '정치권과 언론에서 말하는 청년'들이 과잉대표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예컨대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이남자(20대 남자) 현상'은 과연 전체 20대 남성들의 의식을 대변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가 있는 것 같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청년, 전문대를 졸업하고 취업한 청년 또는 흔히 말해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4년제 대학을 나와 취직을 준비하는 청년. 이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인서울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청년들에게만 마이크가 집중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그래서 이 청년들이 겪고 있는 취업 문제 또는 추진되고 있는 여성 정책에 관한 반감. 이런 사안들에 너무 과대대표되는 느낌이 들어서, 이 담론에서 아예 소외되고 있는 청년들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그 청년들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으로 지금 정책연구 중이다.

부산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에 뛰어든 청년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뭔지. 사실 이들은 노동이나 주거 문제를 겪고 있을 것이고, 이직을 위한 직업 훈련, 고용 훈련 요구가 있을 것으로 가설을 세웠다.

정말, 이 가설이 맞는지 통계 자료를 본 다음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러 갈 것이다. (정치인들이) 청년을 만난다고 하면, 조직된 일부 청년이거나 대학 재학생에 그친다. 이들이 아닌 한 번도 정책 혹은 정치에 관심을 가져본 적 없는 친구들을 만나보고 (정치권에) 어떤 요구가 있는가를 들을 예정이다."
 
- 앞서 말했듯 청년 담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두 사회적 불평등에 기인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능력주의에 의한 '공정'을 주장한다. 

"공정이 청년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라고 하는 데에는 100% 공감한다. 예를 들어 지방의원 선거를 시험으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을 본다면, 그럼 과연 시험이 공정한 최선의 방법인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다른 요소들이 들어올 수 없어 시험이라는 방식이 그나마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마지노선인 것은 알겠다. 그렇다면 시험으로 가기까지의 단계는 과연 공정했는지 의문이다. 산동네 사는 아이와 재벌가 자녀하고 똑같이 시험을 치라고 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인가. 잘 모르겠다. 능력주의를 향해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 부산 청년인구 유출 문제 또한 심각하다. 부산시 1년 청년 예산이 300억 원가량 든다. 예산을 사용한 만큼 청년 정책이 효과를 봤다고 생각하는가.

"아주 소수의 목소리만 반영되며 소수의 계층만 수혜 받고, 하기 쉬운 일만 한다.

부산지역 청년 인구가 얼마다, 이 가운데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어느 계층이 있다, 그렇담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여기에 효과적인 정책은 무엇인가. 이렇게 접근하는 방법이 정책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를테면 부산시에서 펼치고 있는 게 면접 보러 갈 때 정장 빌려주기 사업이나 대출 사업, 이는 (정책을 수립하기에) 너무 쉬운 사업 아닌가.

인구 비율에 따라 돈이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부산에 전문대 졸업자가 많다. 그럼 이들을 중심으로 정책이 짜져야 하는 거고. 자영업 또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청년이 대다수라면 이들이 이직하거나 그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원칙이 세워지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책연구를 하는 것이다."

- 민선 7시 부산시의회가 1여 년 남았다. 의원께서 생각하기에 의회에서 가장 잘했다는 점은. 

"이번 8대 부산시의회가 들어서고, 내가 전반기 의장을 맡으면서, '무상 교육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고등학교 수학 여행비 이어 교복비, 그다음에 급식비를 무상으로 바꾼 것이다. 이게 가장 큰 성과다. 정치라는 것은 우리가 가진 자원, 그러니까 예산이나 공직 사회 인력 또는 건물이나 이런 것들을 어디에 우선 가치를 두고 사용할 것인가 결정하는 부분이다. 쉽게 말해 정치는 결정하고, 행정은 그걸 집행하는 것.

아이들이 적어도 돈 때문에 수학여행을 못 가거나, 급식을 먹지 못하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러한 가치를 결정하는 게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고 국가가 가진 역할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껏 시에서는 무상급식을 하지 못했던 이유가 예산 여력이 안 된다고 줄곧 말했다. 사실 돈은 있다. 다만 거기에 쓸 돈이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거기에 먼저 돈을 쓰자고, 가치를 결정했다. 정치의 본령을 바로 세우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침례병원의 공공병원전환 추진 경과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인영 당시 시의회 의장
 침례병원의 공공병원전환 추진 경과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인영 당시 시의회 의장
ⓒ 부산광역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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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회 복지안전위원회 소속이자, 지역구가 금정이므로 2017년 폐업한 금정구 침례병원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의회에서 침례병원 보험자병원 설립 촉구 결의안을 제안하고, 예비후보 당시 공약으로 제시할 만큼 끊임 없이 침례병원 공공병원화에 앞장 서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가 공공 의료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단 걸 많이 느꼈다. 수익성이 없는 영역에 투자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민간에선 할 수 없으니, 당연히 공공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서부산권에는 서부산의료원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돼 잘 추진되고 있다. 현재 동부산권을 전담할 공공병원이 필요한 것이다.

부산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지방의료원이냐, 보험자병원이냐. 사실 부산시가 의지를 갖추면 지방의료원으로 갈 수 있다. 그런데 초기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 운영 비용이 같이 소요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의 부담을 덜고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예산을 지원받는 보험자병원이 새로운 모델로 제시한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투트랙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어느 쪽도 힘을 받지 못한 건 아닌가 생각한다. 이 문제가 발목을 잡지 않도록 잘 헤쳐나가야 한다."

- 마지막으로 '정치인 박인영'의 자질은.

"정치인에게 제일 중요한 건 공감 능력이다. 타인의 아픔을 상상하고, 같이 아파하는 능력. 다음으로 균형 감각이다.

아까 말했듯 정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자원을 어떻게 우선 배분할 것인가 결정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만약 '어떠한 사람이 힘들다, 그렇다면 같이 마음 아파해서 100원 다 줘' 이렇게 판단하면 안 된다.

우리 사회 갈등과 요구는 다양하기에 우선순위를 조절해야 한다. 이어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다. 나는 공감 능력과 균형 감각은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불굴의 의지는 정치인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나를 받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태그:#박인영, #능력주의, #청년,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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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알리 부국장, 동아대학보 선임기자, 前 동아대학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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