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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청이 공개하는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 '전체', '계약명'을 설정하고 '용궐산'을 검색하면 17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총 119건이 검색된다. 이 중 '용궐산 자연휴양림 조성사업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 용역'은 계약일 2017년 5월 30일, 지급액 6800여만 원, 도급업체명 등 계약 내용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계약정보공개시스템 119건을 일일이 확인했으나, '용궐산 자연휴양림조성사업'에 대한 '감리' 항목은 찾을 수 없었다. '용궐산 하늘길'로 올라가는 입구에 22억 3957만 원을 들여서 세운 '용궐산 자연휴양림 산림휴양관' 건물과 관련해 소방·전기·건축 관련 감리용역이 각각 이뤄진 것과 비교된다.

산악인 맞이할 채비 돼 있나
 
용궐산 하늘길에 오르면 섬진강의 장관이 펼쳐진다. 주민들은 멋진 장관은 좋지만, 무엇보다 관광객들의 안전과 환경훼손을 염려하고 있다.
 용궐산 하늘길에 오르면 섬진강의 장관이 펼쳐진다. 주민들은 멋진 장관은 좋지만, 무엇보다 관광객들의 안전과 환경훼손을 염려하고 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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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궐산 자연휴양림조성사업은 가파른 암벽에 데크길(목재로 만든 길과 난간)을 놓아 만든, 일명 '용궐산 하늘길'을 포함해 자연풍광이 아름다운 용궐산을 시민의 품에 안겨주기 위한 사업이다.

용궐산 하늘길에 오르면 아스라이 섬진강이 굽이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지난 4월 무렵 개장한 용궐산 하늘길은 입구부터 정상까지 1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 있어 산악인들에게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문제는 밀려드는 산악인들을 맞이할 채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용궐산 하늘길이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 주민들은 "암벽을 가로지르는 데크길 공사가 부실해 보여서 안전문제가 있고, 하늘길을 찾아가는 진입로가 협소해서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불편함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오전 순창군청에서 만난 박현수 산림공원과장은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서 '용궐산 자연휴양림조성사업' 감리 계약은 한 건도 검색되지 않는다는 질문에 "'용궐산 하늘길(자연휴양림조성사업)'에 대한 감리는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박 과장은 이어 "<열린순창>이 용궐산 안전 문제를 지적한 기사도 봤고,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2년 정도 주기로 안전점검을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궐산 자연 암반에 한자 새겨
 
용궐산 곳곳 자연 암벽에 '한자'를 새겨 넣었다.
 용궐산 곳곳 자연 암벽에 "한자"를 새겨 넣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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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순창>은 지난 6월 21일 '용궐산 하늘길, 사고위험 노출' 기사에서 용궐산에서 이뤄지는 공사의 문제점을 보도하고 나서도 <열린순창>은 수차례 용궐산 공사 현장을 둘러봤다.

7월 17일에는 용궐산 하늘길에서 바위에 한자를 새기는 현장을 목격했다. 용궐산 정상 부근의 암벽에 새기고 있는 한자는 당시엔 알아보기 힘들었으나 지난 9일 확인할 수 있었다. 

추사 김정희 서체로 된 '계산무진(溪山無盡)'이었다. '계곡과 산은 끝이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용비봉무(龍飛鳳舞)', '지자요수 인자요산(智者樂水 仁者樂山)' 등을 곳곳에 새겼거나 새기고 있었다.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으로 유명한 '제일강산(第一江山)'도 새길 예정이다.

"용궐산의 자연 암반을 파헤치며 한자를 새기는 행위는 환경 훼손이라는 주민들 항의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박현수 산림공원과장은 "제가 예전에 '(용궐산) 치유의 숲'을 (조성)하면서 '고사성어 탐방로'를 기획했는데, 용궐산에 볼거리가 없어서 기존에 있던 고사성어에 몇 점을 더해 '고사성어 탐방로'를 조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이어 "용궐산 하늘길에 (순창 출신) '여암 신경준' 선생과 (순창관 관련이 깊은) '하서 김인후' 선생의 글귀 2점을 추가로 새길 계획으로, 올해는 총 8점 정도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개발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고 협소한 진입로 문제나 하늘길 난간과 데크길 안전사고에 대해 철저히 대처하라고 항의하는 것"이라고 재차 확인하자, 박 과장은 "저희도 주민들의 요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의견을 수용해서 현재는 대형글씨는 새기지 않는 걸로 정하고, 글씨도 최소한으로 축소시켜서 공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용궐산에서 만난 한 주민은 "가파른 암벽을 가로지르는 하늘길은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데, 순창군청에서 순창군산림조합에 공사를 발주하고 공사 감리조차 안 한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바위에 한자를 새기는 것이 우리 순창과 무슨 관계가 있고 용궐산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8월 18일에 보도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태그:#용궐산, #용궐산 하늘길, #전북 순창, #순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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