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첫 선발승과 인연이 없다. 올 시즌 9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 두산 베어스 곽빈이 다시 한번 좌절을 맛봤다.

곽빈은 18일 오후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4이닝 3피안타 5사사구 1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면서 패전 투수로 기록됐다.

6월 2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네 경기에서 모두 5이닝 미만을 소화하는 등 꾸준하게 선발 기회를 받고 있음에도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6월 19일 kt 위즈전을 끝으로 한 달 넘게 1군 경기에 나서지 않은 곽빈은 후반기 기간 재정비 과정을 거쳤으나 최근 두 경기에서 모두 패전을 기록했다.
 
 1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두산 곽빈

1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두산 곽빈 ⓒ 두산 베어스

 
경기 초반 괜찮다가 한방에 와르르

올 시즌 곽빈의 선발 등판 경기를 돌아봤을 때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경기 초반에는 비교적 순조롭게 피칭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닝별 피안타율에 있어서 1회 0.161, 2회 0.235로 상대 타자들과 첫 타석에서의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KIA전도 마찬가지였다. 1회 초 최원준과 김선빈, 김태진을 차례로 범타 처리하면서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고 2회 초에도 최형우, 터커, 류지혁을 루상에 내보내지 않았다. 투구수도 1회와 2회 각각 13구로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타순이 한 바퀴 돌고 나서 상대 타자들이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을 때 기록이 달라진다. 2회 0.235였던 피안타율이 3회만 놓고 보면 0.324까지 크게 치솟고, 4회 피안타율 역시 0.308로 꽤 높았다.

곽빈에게 KIA전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 역시 3회 초였다. 선두타자 김민식을 안타로 출루시킨 곽빈은 후속타자 이창진을 뜬공으로 잡았지만, 박찬호와 최원준의 연속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이 과정에서 폭투까지 더해지면서 선취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김선빈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3-0까지 벌어졌고, 최형우의 1타점으로 순식간에 한 이닝에 4점을 내주고 말았다. 1회와 2회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던 투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때 150km가 넘었던 패스트볼도 3회 이후 위력을 잃었다.
 
 지금의 흐름이 이어질 경우 생존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곽빈

지금의 흐름이 이어질 경우 생존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곽빈 ⓒ 두산 베어스

 
길게 버텨야 하는 곽빈, 3-4회가 고비다

4회 초를 무실점으로 넘기면서 숨을 고른 곽빈은 5회 초 최원준과 김선빈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두 번째 투수 장원준에게 마운드를 넘겨줘야 했고, 곽빈이 남겨둔 두 명의 승계주자마저 홈을 밟으면서 6실점을 기록했다. 이는 올 시즌 곽빈의 한 경기 최다 실점이다.

14일 키움전부터 승리를 거두지 못한 두산은 이날 패배로 3연패에 빠졌고, 8위 롯데 자이언츠에 2경기 차까지 쫓기는 신세가 됐다. 특히 1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이어 또 패전을 기록한 곽빈의 부진이 다소 뼈아프다.

올 시즌 곽빈이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는 총 세 차례로, 아직 6이닝 이상을 넘긴 적은 없었다. 데뷔 첫해였던 2018년 불펜 투수로 경기에 나섰던 곽빈으로선 프로에서 선발 투수로 한 시즌을 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게다가 수술과 재활을 거치고 복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만 매 경기 3회와 4회에 찾아오는 위기에서 무너지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은 곤란하다. 팀 입장에서 대체 선발 투수를 구하는 것도 마땅치 않고, 선수 입장에서 보더라도 누군가 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줄 수도 없다. 결국 곽빈 스스로 극복해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원투펀치와 국내 선발 에이스까지 세 명의 투수만 잘해도 충분히 가을야구에 도전할 수 있지만, 매일같이 이들이 호투 릴레이를 펼친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4~5선발까지도 확실하게 버텨주는 팀이 끝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언젠가는 에이스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팬들의 마음과 달리 1~3선발 뒤에서 제대로 받쳐주기조차 쉽지 않은 곽빈이 지금의 흐름을 유지한다면 후반기 여정도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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