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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앞서 이날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직후 국외로 도피했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앞서 이날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직후 국외로 도피했다.
ⓒ 카불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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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관련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한국 언론은 현지취재 없이 외신만을 인용, 탈레반이 '원피스를 입고 외출한 여성을 총살했다'라느니, '카불 시내가 아비규환이며 대대적인 학살극이 임박했다'라느니 하는, 확인하기 어려운 자극적 보도들을 연일 쏟아낸다.

하지만 필자가 앞선 기사(링크)에서 지적한 대로, 이미 정권을 잡은 탈레반은 당분간 공포정치를 지양하고 초기 국가건설에 전력을 다하면서 각 파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매듭지으려 노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나오는 일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예전처럼 대규모 학살로 번지진 않을 것이다.

탈레반 측은 파키스탄과 더불어 그들의 가장 큰 조력자인 '중국'과는 오랫동안 우호 관계를 유지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대외확장을 완전히 그만두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이좋은 중국보단 과거 이슬람 성향이 강했던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인접국으로 진출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탈레반에 의한 '위구르 해방운동'은 가까운 시일 내에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르카를 탈레반이 강요했다?    

또한 일부 언론은 탈레반이 최근 여성들에게 강제로 '부르카'를 씌우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보도하고 있으나,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다소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영향력이 전무하던 북부의 마자리 샤리프나 마이마나 같은 주요도시들에서도 이미 현지 여성들은 대부분 외출 시 부르카를 착용하고 있었다.

부르카는 아프가니스탄 특유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된 관습이다. 한국 누리꾼들은 한때 근대화를 시도했던 카불의 옛 풍경만을 기준 삼아 아프간 전체를 판단하려 하는데, 얼굴과 몸 전체를 가리는 풍습은 아프간만 아니라 위구르 지역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탈레반 대변인은 영국 스카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부르카를 강제하지 않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탈레반의 기본방침이 현재까지는 여성의 단독외출을 금하고 있다는 점이다. 
 
탈레반 미디어 담당 간부와 여성 앵커가 나란히 출연한 아프가니스탄 <톨로뉴스> 화면갈무리.
 탈레반 미디어 담당 간부와 여성 앵커가 나란히 출연한 아프가니스탄 <톨로뉴스> 화면갈무리.
ⓒ 톨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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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겉으로는 '여성차별' 없애겠다고 하지만...

다시 말해 관건은 '부르카'처럼 표면적인 옷차림새가 아니라 앞으로 탈레반이 여성교육과 여성 일자리를 얼마나 허용하느냐의 문제다. 탈레반은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여성인권에 관해 과거와는 다른 포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또 다른 중동의 후원자 국가들을 본보기로 삼을 확률이 높다.

카타르나 사우디 같은 중동국가들에도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여성차별적인 문화가 사회를 지배하지만 대부분 '이슬람 극단주의'라고 부르지는 않는 점을 상기해 보라. 탈레반의 각 파벌 내 이해관계가 다양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여성에 대한 교육 및 취업이 수뇌부의 지침대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고, 또 외부기준에서는 결코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분명 과거보단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 할 것이다.
 
아프간만 아니라 신장에서도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 부르카나 니캅을 착용한 여성들을 흔히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일부지역에서는 패션트렌드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신장 당국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애니메이션까지 제작해 배포한 적이 있다.
▲ 2000년대 초 중국 공산당이 방송한 니캅 복장 자제 캠페인 애니메이션 (캡쳐) 아프간만 아니라 신장에서도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 부르카나 니캅을 착용한 여성들을 흔히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일부지역에서는 패션트렌드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신장 당국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애니메이션까지 제작해 배포한 적이 있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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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사에서는, 최근 한 달 동안 카불에 체류하면서 필자에게 현지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해준 전직 BBC 프리랜서 기자 H씨의 메시지를 통해 실제로 아프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실상을 독자들과 공유하려 한다. 외신에서 보도되는 것과는 별개로, 현지 주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문제를 가장 고민하고 있는지 말이다.

다음은 해당 기자 H씨와 나눈 메시지의 주요 내용들을 필자가 번역 및 편집한 것이다.
 
▲ 아프가니스탄 현재 상황은? 전직 BBC 프리랜서 기자 H씨가 전하는 현지 상황(음성)
ⓒ 송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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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생계를 잃는 문제가 있어요. 미국, 영국, 유럽이 '탈레반을 돕지 않겠다. 경제제재를 가하겠다'고 하고 있으므로, 탈레반은 중국에 가까워지며 중국과 협상 중입니다. 서방이 이란에 가했던 것처럼 탈레반을 제재하면 아프간도 무너질 걸로 생각하죠."

"그래서 우리는 생계를 걱정하는 겁니다. 현재 아프간 북부 대다수 지역은 우즈벡 탈레반이 점거하고 있어요, 예컨대 파리얍주 마이마나 혹은 자우즈잔주 역시 모든 탈레반 사령관이 우즈벡이기 때문에 그들은 아마도 같은 우즈벡 사람인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일거리는 주지 않을 수 있겠죠. 탈레반이 우리를 직접 죽이진 않을 테지만 굶겨 죽일 수는 있겠지요. 실업과 생계 곤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걱정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해외로 나갈 필요도 없었겠죠."


(*참고: H씨는 아프간 북부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즈벡인으로 아프가니스탄 북부는 전통적으로 '남투르키스탄'이라 불리며 파쉬툰보다 우즈벡, 투르크멘 등 투르크계 주민들이 압도적 다수를 점해 왔다. 북부동맹의 도스툼 장군 역시 우즈벡계이다.)

"아직까진 살육은 없지만, 생계가 문제... 겁 먹고 아프간을 떠난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은행들이 일주일 전부터 영업을 아예 중단한 상태입니다. 공무원들도 돈벌이가 없고 상점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이런 상황이므로 사람들은 겁을 먹고 아프간을 떠나려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점 외에는 일상이 전쟁이었던 과거보다 더 안정되어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전 지금 카불을 떠나 마이마나로 가고 있습니다. 가는 길에 제게 어떤 위험한 상황도 없어요. 전투도 살육도 없고 3~4일 전부터는 아무도 죽거나 붙잡힌 걸 보지 못했습니다. 탈레반은 누구도 적대하지 않고 죽이거나 체포하지 않을 거라 말하고, 감옥도 모두 개방해 사람들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정부군이나 도스툼 장군의 휘하 군대가 아니라면 문제가 없으니 집에 있으라'고 하고요."

"약탈도 없고 살육도 없어요. 아직까진 탈레반이 직접 사람들을 죽이거나 하는 그런 문제는 없고, 우리가 두려워했던 그런 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걱정거리는 아프간의 경제, 금융, 생계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떠나려 합니다. 떠나지 못하면 앞으로 상황은 힘들어질 겁니다. 그러나 탈레반이 1~2년 정도 국가를 정비하고, (빠르면) 한두 달 혹은 대여섯 달 후에 그런 일이 벌어질 수는 있겠죠."

덧붙이는 글 | 알림잔(송호림)은 東西 투르키스탄의 근현대사와 고전 차가타이어를 연구하는 독립적인 아마추어 사학자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위구르 문제를 단편적으로 바라보며 실제와 다르게 소개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되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에 거주하며 페이스북에 '중앙아시아 연구회(Central Asia Research Group of Korea)' 모임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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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 역사문화를 중심으로 고전 차가타이어와 지역 근현대사를 탐구하는 아마추어 연구자입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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