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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 노원구 원자력병원 야외공간에 설치된 코로나19 중증 환자용 이동형 음압병동에서 의료진이 확진자 이송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 남택진 교수팀이 개발한 이동형 음압병동(Mobile Clinic Module)은 모듈 재료가 현장에 준비된 상태에서 15분 이내에 설치가 가능하며, 부피와 무게를 70% 이상 줄인 상태로 보관이 가능하다.
 지난 1월 6일 노원구 원자력병원 야외공간에 설치된 코로나19 중증 환자용 이동형 음압병동에서 의료진이 확진자 이송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 남택진 교수팀이 개발한 이동형 음압병동(Mobile Clinic Module)은 모듈 재료가 현장에 준비된 상태에서 15분 이내에 설치가 가능하며, 부피와 무게를 70% 이상 줄인 상태로 보관이 가능하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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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중환자 병상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의료진들의 과노동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의료 붕괴 직전까지 갔던 3차 대유행이 반복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총 814개 중환자병상 중 수도권 153병상 포함 전국에서 총 285병상을 가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중환자 병상으로의 전원이 원활하지 못하며 사실상 병상이 포화상태에 놓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18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17일 오후 5시 기준으로 대전은 14개 중환자 병상을 모두 사용중이며 충남도의 경우 18개 병상 중 입원 가능한 병상은 1개 남았다. 준·중환자 병상도 432개 중 144개가 남아있지만 경북, 경남, 제주, 인천은 입원 가능한 병상이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3일 행정명령을 발동해 171개의 중환자 병상을 추가해 나가고 있다. 허가병상 700개 이상의 종합병원 9곳에 대해, 신규로 허가병상 중 1%를 중증환자 전담병상으로 확보하도록 해서 51병상, 수도권 소재의 상급종합병원-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기존 1% 병상확보를 1.5%로 확대해 120병상을 추가로 확보한다.

하지만 대체로 수도권 중심의 병상 확보인만큼, 비수도권에서 4차 대유행이 이어지거나 확산세를 보일 경우 또 다시 병상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것은 사망자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올림픽 이후의 대유행으로 전국에서 7만명 이상이 입원하지 못하고 '자택요양' 중이다. 그러다 보니 입원하지 못한 채로 사망한 사례가 속속 보도되고 있다. 17일 일본의 코로나 사망자는 의료붕괴의 여파로 하루 47명까지 늘어났다. 

병상도 부족하고, 인력도 없다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더위를 식혀 주는 아이스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다.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더위를 식혀 주는 아이스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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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병상 수도 부족할뿐더러, 의료진의 고강도 노동이 지속되어 한계 상황에 다다른만큼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차 대유행 당시 2~3일 동안 전원이 안 된 것에 비하면 (현재 상황은) 나은 편이지만, 여전히 전원이 원활하게 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 교수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40~50대 중증환자의 경우, 생존률이 60대 이상보다 높기 때문에 치료 기간은 오히려 더 길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에크모도 가능하고, 투석도 가능한, 질적으로 높은 중환자실이 많이 확보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40~50대가 예방접종을 마치지 않았기 때문에 3~4주 동안은 확진자 규모가 커지지 않는다는 전제로 병상을 많이 확보해주면서 버텨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4차 유행의 장기화와 중증 환자 증가로 의료진들의 부담이 커짐에 따라 "의료진들이 울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상은 있지만, 병상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라며 "중환자실 진료 경험이 있는 간호사들이 채용도 안 되고, 코로나19 병동에 지원하는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가 있는 길병원은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이다.

엄 교수는 "중환자 진료 인력은 몇 년씩 트레이닝 시켜야 해서 인력 수급이 너무 힘들다"라며 "서부 유럽이나 미국·캐나다 같은 경우엔 중환자실 병상 하나당 1명의 간호사를 써왔는데 한국은 기본적으로 (간호사 1명이) 2~3병상을 담당한다. 평소 시스템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대응이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에서 경력이 짧고 숙련이 덜 된 의료진들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고, 결국 그만두게 된다"라며 "'위드 코로나'를 이야기할 때가 아닌 게, 당장 일시적으로 중환자가 현재보다 1.5~2배 늘어나면 병원 문 닫고, 길바닥에서 환자가 죽어가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정부가 병원이 만족할 수준의 보상이나 정책적인 지원을 전혀 하지 않은채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일종의 국난 상황인 것은 알지만 의료진들이 너무 지쳐있고 병원 문화도 나빠져있다. 제발 희망을 가지고 병원의 미래 계획을 세우고 싶다"라고 밝혔다.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 코로나 환자 80% 담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노동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와 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노동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와 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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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보건의료노조는 18일 정부에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136개 의료기관의 동시 쟁의조정 신청을 했다. 15일간의 쟁의조정기간 내 정부의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보건의료노조는 2일부터 전면 총파업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80%가 넘는 코로나19 환자를 담당하고 있지만 공공병원 확충정책과 취약한 시설·장비·인력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한 공공의료 강화대책은 제자리걸음"이라며 "인력 부족과 폭증하는 업무량,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의료인력의 소진·탈진·이탈이 속출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인력확충과 처우개선 대책은 오리무중이고, 끝을 알 수 없는 희생과 헌신만 강요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3교대 간호사의 80.1%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고, 신규간호사의 42.7%가 1년 안에 그만두는 현실"이라며 "앞으로 언제 끝날 지 종식 시점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현재의 인력 수준, 땜질식 인력대책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 OECD 보건통계 2021 >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보건의료 이용 횟수는 OECD 국가 평균보다 2.5배 높지만 의사수는 69%, 간호사수는 53%에 불과하다.

보건의료노조는 ▲감염병전문병원의 조속한 설립 ▲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기준 마련과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규칙적이고 예측가능한 교대근무제 시행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코로나19 치료 대응 능력에 대한 정부의 방향성이 안이하기 짝이 없으니, 의료진들도 못 견디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라며 "이미 공공의료원의 의료진들은 탈진 상황이고, 일부는 그만두고 있다. 노동강도가 엄청나게 증가한 상황에서 중환자 진료를 해도 보상 체계가 너무 약하다"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독일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중환자 병실 8000개를 늘렸다"라며 "백신 접종 다 끝나도 코로나19는 풍토병화되어서 외국처럼 한국에서도 대규모 확진자가 나올 텐데, 그때는 어떻게 대응할 거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플루엔자와 치명률이 비슷해져도 호흡기 급성 치료 인력은 있어야 한다"라며 "거리두기를 계속 하는 것은 국민들이 너무 힘들고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므로, 결국 치료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게 앞으로의 핵심 과제인데,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코로나19, #중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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