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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은 ‘상생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과 농촌의 공동체가 일대일로 손잡고 3년간 교류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각 공동체에서 교류 활동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하는 ‘상생 코디네이터’들을 통해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넘어 상생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도시, 농촌, 우리 시리즈'의 두 번째 주인공은 서울 용산구 다사리협동조합 남기문 대표와 충북 괴산군 웅골협동조합 박형백 대표입니다. 이들에게 3년간의 상생공동체 활동은 어떤 의미였을까요?[기자말]
남녀노소 용산 주민들이 괴산군 불정면 웅동리에 위치한 ‘용산-괴산 상생농장’에서 작업중이다.
 남녀노소 용산 주민들이 괴산군 불정면 웅동리에 위치한 ‘용산-괴산 상생농장’에서 작업중이다.
ⓒ 서울시지역상생교류사업단 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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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서울 용산구 해방촌 남산자락에 자리 잡은 다사리협동조합은 된장, 고추장 등 전통장을 함께 담가 이웃들과 나누기 위해 2014년 설립되었다. 조합 설립 후 무엇보다 먼저 믿을 수 있는 원재료를 찾아야 했다. 조합원들이 처음부터 특정 지역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산지와 인연을 맺고 신뢰를 쌓다 보면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내민 손을 잡아준 이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 충북 괴산군 불정면 웅동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설립된 웅골협동조합이다.

2014년부터 이어져 온 이들의 교류는 2019년부터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의 '상생공동체' 사업에 참여하면서 넓어지고, 깊어졌다. 작년에는 웅골협동조합이 근처에 500평 규모의 농장을 조성하고 '상생농장'이라 이름 지었다. 상생농장은 용산과 괴산의 주민들이 함께 경작하는 밭으로, 이곳에서 수확된 농산물은 용산에서 열리는 직거래장터에서 판매되거나 함께 땀 흘린 주민들이 나눠 갖는다.

용산 주민들이 밭일을 위해 상생농장에 방문한 6월 어느 날, 용산 다사리협동조합의 남기문 대표와 괴산 웅골협동조합의 박형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충북 괴산군 불정면, 상생농장

"재밌게 노는 게 제일 중요하지. 원래 이 농장의 콘셉트가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 놀자'예요. 그런데 올 때마다 하루종일 일해요."

매번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 작업 후 괴산 탐방을 계획했다가도 종일 일만 하다 간다는 남 대표의 설명이다. 이날 약 15명의 용산 주민들이 오전 10시부터 씨앗과 모종을 심고, 밭고랑에 잡초방지용 부직포를 깔았다. 작업은 오후 4시까지 이어졌다.

상생농장은 용산 주민들이 최대한 직접 작물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박 대표는 '말만 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현실화시킬 수 있는 경험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 재배에 드는 품과 수확시기를 고려해 심을 작물을 선정하고 중간중간 순지르기(줄기 윗부분을 잘라주는 것)를 하여 수확량을 늘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콘셉트가 별거 아니에요. 너무 복잡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고."

박 대표가 말한다. 애당초 계획은 여러 가지 작물을 심는 것이었지만 용산 주민들이 매일같이 괴산에 올 수는 없으니 손이 많이 가는 건 할 수 없었다.

올해 상생농장에는 고구마, 흰콩, 서리태, 옥수수, 참깨, 들깨가 자란다. 특히 고구마와 참깨, 들깨는 비교적 재배하기 쉬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심었다. 작년에 수확한 들깨로는 들기름을 짰다. 22병이나 나와 모두 놀랐다. 남 대표는 "들기름이 생색내면서 팔기도 좋고 선물하기도 좋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다사리협동조합 남기문 대표
 다사리협동조합 남기문 대표
ⓒ 서울시지역상생교류사업단 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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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해방촌, 마음한잎 꿈한그루

상생농장 활동에 참여하는 용산 주민들은 해방촌에서 다사리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식당인 '마음한잎 꿈한그루'를 중심으로 모였다.

"(상생농장에) 오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뭐냐면, 마음한잎 꿈한그루 단골손님들이에요. 같은 날 서로 다른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야(웃음). 인사만 안 했을 뿐이지 서로 얼굴을 다 알아요. 술 먹다가 이거 한다고 하니까 '나도 가고싶다' 한 거죠." (남 대표)

마음한잎 꿈한그루에서는 괴산의 콩으로 직접 담근 된장과 고추장을 활용한 다양한 식사를 제공한다. 직접 담근 전통장이기에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맛이다.

"내가 만들어서 내가 파는 게 소비하는 방식으로는 제일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한 박 대표는 웅동리에서 콩과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그가 생산한 콩이 삶아지고 발효되어 다사리협동조합의 전통장이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전통장은 마음한잎 꿈한그루에서 사용되며 따로 판매처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홍보된다. 이곳에서 괴산의 콩으로 담근 전통장을 맛본 손님들이 다시 괴산의 상생농장으로 가서 콩을 생산하는, 일종의 순환 시스템이 마련된 셈이다.
 
해방촌 마음한잎 꿈한그루 입구에 걸린 액자에서 다사리협동조합의 포부를 읽을 수 있다.
 해방촌 마음한잎 꿈한그루 입구에 걸린 액자에서 다사리협동조합의 포부를 읽을 수 있다.
ⓒ 서울시지역상생교류사업단 구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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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콩으로 만든 된장
 괴산 콩으로 만든 된장
ⓒ 서울시지역상생교류사업단 구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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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서 대안적인 농산물 유통기반을 다지다

직접 식당을 운영하며 전통장 보급에 나선 남 대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도농직거래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의 식당 역할에 주목한다.

2020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가구원 중 84.3%가 외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주일에 4~5회 이상 외식을 하는 비율도 20.4%에 달했다. 이처럼 직접 신선식품을 조리해 먹기보다는 밖에서 식사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남 대표는 농산물 대량 소비가 가능한 식당을 중심으로 소비처를 조직해 농산물 직거래 유통망을 차근차근 짜나가고자 한다.

생산지와 연계하여 농산물을 주기적으로 직접 공급받아 기존 유통망보다 저렴하게 소비처에 판매한다. 농민에게는 소득 보장을,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된 공급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명한 농산물 유통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그가 꿈꾸는 도농직거래의 궁극적인 목표다. 전국의 농산물이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모여 경매를 거친 뒤 다시 전국으로 흩어지는 현재의 유통 구조에 틈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남 대표는 인건비를 들이고 직접 발품을 팔며 용산구 내 식당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했다. 약 60개 식당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고, 6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마늘과 양파를 주력으로 취급하다 보니 고깃집으로부터의 주문량이 많다.

함께 할 생산자를 찾는 일에는 박 대표가 가진 네트워크가 빛났다. 박 대표의 소개로 남 대표의 계획에 공감해주는 경북 영천의 생산자를 만나 농산물을 공급받기로 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제가 가진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생산자와 용산을) 연결하는 것이죠. 용산이 한두 농가 정도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고만 해도 농가들이 달라질 수 있어요." (박 대표)

소비처 조직의 규모가 커져 안정적인 수요가 예측된다면 농민의 입장에서는 용산의 도농직거래가 더 매력적인 사업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한다.
 
웅골협동조합 박형백 대표
 웅골협동조합 박형백 대표
ⓒ 서울시지역상생교류사업단 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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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즐거움 속 가까워지는 마음의 거리

도농직거래 시스템이 새로운 농산물 유통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라면 상생농장은 도시민들이 직접 밭을 일구는 과정에서 농촌과 농산물 유통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도농직거래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 새로운 유통망도 더 견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생농장은 즐거워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

"지금처럼 쉬엄쉬엄 놀면서 천천히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목표를 향해 가는 예리한 날들은 세워서. 개척할 것은 개척해 나가야죠."

남 대표가 말한다. 그 때문일까. 용산과 괴산의 상생농장에서는 뜨거운 태양에 땀이 쏟아져도 작업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상생농장을 하면서 느끼는) 개인적인 만족감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는 거죠. 보고만 있어도 유쾌할 때가 있거든요. '일을 저렇게 해가지고 언제 다 하려고 그래' 이런 생각 하면서...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들이 있는 거죠."

박 대표가 말하자 다시 웃음이 터진다.

상생농장을 찾는 용산 주민들의 얼굴이 눈에 익기 시작하자 괴산의 주민들도 반가움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괴산에) 자주 오니까 식당 주인도 알아보고 인사를 하시고요, 마을 분들은 '이제야 밭 모양을 만들러 왔냐'고 하세요." 남 대표가 말한다. "낯선 사람들이 오가는 걸 보던, 약간은 경직돼 있던 마음들이 (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열리는 거죠."

용산과 괴산이 그리는 내일

해가 지나 경험이 쌓이고 참여하는 사람도 늘어나면 상생농장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지금처럼 공동으로 농사짓는 구역을 유지하되 개인적으로 경작하는 구역을 추가해서 조금 더 복합적인 농장으로 설계해보고자 한다. '휴대폰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식량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박 대표는 내가 먹는 것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농촌에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올 가을에는 괴산 청소년이 참여하는 연극캠프를 계획 중이다. 다사리협동조합은 '꿈나무 연극교실'을 통해 해방촌 어린이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왔다. 이번엔 괴산이다. 캠프 강사는 용산의 20대 청년들이다. 캠프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도, 아이들을 가르치게 될 강사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두 대표의 기대가 크다.

"여기 면내 초등학교가 한 학년에 10명이 안 돼요. 아이들이 자꾸 줄어드니까. (또래 친구들이 적어서) 초등학교 아이들은 함께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을 거예요. 연극캠프를 통해 마을 아이들끼리의 관계도 새롭게 생기지 않을까 해요."
 

타인과 함께하는 기억을 만들고 관계를 맺어가는 힘을 기르는 것, 박 대표가 연극캠프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다.

상생공동체 사업에 참여하기 전부터 자발적으로 교류를 해오던 용산과 괴산. 괴산으로부터 콩을 받아 전통장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 교류가 상생공동체 사업에 참여하며 농장활동으로 확대되었고, 연극캠프로 다양해졌다. 그러나 여러 활동 속에서도 추구하는 바는 하나, 도시와 농촌 사이 공동체 의식을 되살려 서로 상생이 가능한 경제교류를 이루는 것이다.

"내가 잘 살기 위해서 이 사람을 잘 살게 해줘야 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이웃이 필요한 거고. 이것을 국가적으로 보면 도시와 도시도 마찬가지예요."

곁을 잘 살게 해주면서 나 또한 함께 잘살게 되는 사회, 지역과 지역이 함께 살아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모든 분야의 상생교류가 지향해야 하는 바라고 남 대표는 생각한다.

도농상생이란 결국 내가, 우리 공동체가, 우리 모두가 잘 살기 위한 것이다.
 
충북 괴산군 불정면 ‘상생농장’ 앞에서 다사리협동조합 남기문 대표와 웅골협동조합 박형백 대표
 충북 괴산군 불정면 ‘상생농장’ 앞에서 다사리협동조합 남기문 대표와 웅골협동조합 박형백 대표
ⓒ 서울시지역상생교류사업단 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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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에는 서울 종로구 혜융뜰 도시농업공동체오와 전북 남원군 지리산친환경자연농업연구회 상생공동체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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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은 서울과 지역의 행복한 동행을 위해 다양한 일을 펼치고 있습니다. 주요 사업은 중소농가 판로를 지원하는 상생상회, 지역의 먹거리를 소개하는 서로맛남(쿠킹클래스), 서울과 지역의 공동체를 매칭해 교류를 지원하는 상생공동체입니다. 이 외에도 서울과 지역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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