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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아이들의 취침 시간은 9시 30분. 아주 어릴 때부터 지켜온 규칙 중 하나다. 늦어도 9시 전에 샤워와 양치를 다 마쳐야 한다. 숙제를 깜빡했거나 내일 영단어 시험이 있다고 해도 봐주는 법은 없다. 모닝 알람을 일찍 맞추는 것을 권유한다. 

내가 이렇게 취침 시간에 집착하는 덴 이유가 있다. '일찍 자야 아이들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핑계이고, 이른 육퇴를 통해 나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어영부영 아이들의 취침시간을 놓쳐버리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 '우린 왜 사는가?' 같은 말을 횡설수설하며 우울의 늪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아이들의 취침은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최근, 일주일에 두 번, 공식적으로 늦게 자도 되는 날이 지정되었다. 바로 토요일과 월요일. <라우드>와 <슈퍼밴드>를 보기 위해서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진심인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두 프로그램만큼은 본방사수를 고집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두 프로그램 모두 아이들 취침 시간에 가까운 9시에 방영이 된다.  

서둘러 아이들을 방으로 밀어놓고 혼자 숨죽여 티브이를 보고 있자니 아이들이 물먹는다고 나오고, 화장실 간다고 나오고, 엄만 왜 혼자 티브이 보냐고 따지고, 여러모로 문제가 많아 그날만큼은 온 가족이 편안하게 관람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밤 9시가 넘은 시각. 가족 모두 보송한 잠옷을 입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티브이를 시청한다. 경연자들의 음악과 심사위원의 평에 집중하는 모습이 흡사 클래식 공연장의 관객 매너를 갓 숙지한 이들 같다.

"단순한 음악 오디션이 아니야, 인생이야"
 
<슈퍼밴드> 린지팀이 공연 후 심사평을 듣고 있는 모습.
 <슈퍼밴드> 린지팀이 공연 후 심사평을 듣고 있는 모습.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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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오디션 프로는 각기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라우드는 차세대 K팝 보이 밴드 결성, 슈퍼밴드는 밴드 그룹 결성이라는 목적으로 진행된다. 라우드는 요즘 아이들의 끼와 도전의식, 꿈을 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고 슈퍼밴드는 다양한 악기 연주와 음악인들의 열정, 협업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즐겁다. 보는 내내 격한 리액션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말한다. 

"엄마 이게 그렇게 재밌어?" 
​​​​​​"당연하지, 이건 단순히 음악 오디션이 아니야. 저게 바로 인생이란 거거든." 


멋 부리려 하는 말이 아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 오디션 프로를 보면 그 안에 세상의 원칙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다. 세상은 거대한 오디션 무대이고 나는 채택받길 원하는 경연자 중 한 명이다. 심사위원의 평가를 의식하고 시시때때로 선택을 받기 위해 나를 어필해야 한다.

오디션 프로도 인생도 경쟁자가 너무 막강하다. 금수저, 은수저, 천재, 노력파, 매력 부자, 이들을 제치고 내가 선택되려면 대체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일까? 오디션 프로를 볼 때마다 나 자신에게 되묻는 질문인 동시에 내 아이들이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성이기도 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참가자들의 열정은 감동 그 이상이다. K팝 스타를 꿈꾸며 타국에서 홀로 연습생 생활을 자처한 경연자, 생계를 위해 낮엔 일식집 주방장으로 일하고 밤에는 록 공연을 하는 경연자, 13살부터 5년간 연습생 생활을 하고도 데뷔를 하지 못한 경연자, 일렉기타에 빠져 한평생 일렉기타와 함께 해왔다는 12살 경연자... 실력 유무를 떠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진심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스토리는 위인전보다 더 큰 감명으로 다가온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반짝거림, 에너지, 노력 같은 것들... 함께 시청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그 부분이 와닿길 바라며 얘기한다. 

"너무 멋지지 않니?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저렇게 잘할 수 있다는 게?"
"근데 엄마, 저 사람들은 그냥 천재 아니야? 원래 잘하는 거잖아."
​​​​​​"원래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피나는 연습을 했기 때문에 저런 실력이 된 거지."  
"우리도 열심히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당연하지"
"근데 엄마도 열심히 하는데 왜 유명한 작가가 안됐어?"    


헉! 이것은... 바로 팩폭?! 아이들은 간혹 지나치게 정직하다. 아이 말마따나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알아주는 작가는 되지 못했다. 나는 이제 패자부활전을 노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경연자로 남았다. 왜 그것밖에 못 했냐고 묻는 심사위원에게 결혼과 육아, 나이 때문이라는 어쭙잖은 핑계만 늘어놓고 있었다. 

내 '최선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라우드> 천준혁 군의 공연 모습.
 <라우드> 천준혁 군의 공연 모습.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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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라우드의 심사위원 싸이가 했던 심사평 중 인상 깊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 각자에게 최선의 크기가 있는 것 같아요. 저 친구의 최선의 크기를 매 순간 보는 것 같습니다. 준혁 군이 다하는 최선의 크기가 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매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경연자, 천준혁 군에 대한 칭찬과 당부의 말이었다. 하지만 내겐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최선의 크기라... 나의 최선의 크기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골몰이 떠올려보다 금세 부끄러워졌다. 내 최선의 크기는 남들 앞에 내 세우기도 뭣할 만큼 너무나 작은 사이즈였기 때문이다.

패자부활전에서 살아남을 힌트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정체된 내가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나의 최선의 사이즈를 확장시키는 것, 아닐까? 

삶의 문제에 부딪쳤을 때 힌트를 주고 나를 성찰하게 하고, 열정을 북돋아주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사랑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다. 이 즐거움 혼자만 알면 아까울 것 같아 많은 이들에게 대 놓고 전한다. 

​​​​​​'라우드'와 '슈퍼밴드' 아이들과 같이 봐도 좋고 혼자 봐도 좋습니다. 내 마음속 투 픽! 프로그램, 시청률 고공행진 가즈아~!!!  

추신, 두 음악 프로그램과 저는 아무 상관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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