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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나비에게 만큼은 관대할 것이라 생각한다. 꽃 위에서 하늘거리며 날고 꽃가루받이를 하는 곤충.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흥미로운 존재로 여겨지므로 문학과 예술, 시, 연극, 영화, 음악, 스포츠, 게임 등 인간의 모든 인지영역에서 다루고 있다.

모하메드 알리의 "나비처럼 날아서 벌 처럼 쏘아라", 장자의 호접몽, 카오스 이론의 나비효과, 오페라 나비부인, 스티브 맥퀸과 더스핀 호프먼 주연의 영화 빠삐용 등등. 나비에 사로잡혀 평생을 나비꿈 속에 빠져 살았단 동서양의 두 인물이 있다.

최초의 박물학자 남나비의 극사실주의

조선 후기의 서화가인 일호(一濠) 남계우(南啓宇, 1811~1888)는 어떻게나 나비를 잘 그리는지 '남나비'라고 불렸던 예술가다. 양반 가문의 자제로 정3품의 벼슬에 올랐던 그는 평생 동안 나비와 꽃 그림에 심취했다.

일호는 상상 속의 나비를 그리지 않았다. 현실의 나비를 세심히 관찰하고 화폭에 옮겼는데 그 사질적인 묘사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오늘날의 용어로 바꾼다면 극사실주의 화법이다.
 
일호 남계우의 10면 병풍 작품 중 일부.
▲ 남계우필 선면병풍,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자료. 일호 남계우의 10면 병풍 작품 중 일부.
ⓒ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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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나비를 보면 버선발로 뛰쳐나가 채집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동대문 밖으로 10리나 쫓아가서 나비를 잡아왔다는 일화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는 수천 마리의 나비를 책갈피에 끼워놓고 화폭에 옮길 때 참고했다. 남계우의 나비는 정말로 금칠한 나비였다. 노랑색은 금가루를 쓰고 흰색은 진주가루를 뿌렸다고 한다. 

남계우는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학자이자 서화가다. 일호의 나비 그림 속에는 남방공작나비라는 미접(迷蝶, 길 잃은 나비로서 동남아에서 기류를 타고 우리나라까지 올라 옴)까지 등장한다. 이는 훗날 나비학자 석주명이 같은 종을 채집함으로써 남나비의 업적을 재확인하게 된다. 그의 군접도를 보면 지금도 우리 곁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를 확인할 수 있다.
 
신사임당의 화첩 속 나비 그림으로서 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음.
▲ 신사임당 초충도. 신사임당의 화첩 속 나비 그림으로서 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음.
ⓒ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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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접도에는 중부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나비 150 여 종이 살아 숨쉬고 있다. 신사임당의 화첩과 남계우의 화접도는 오늘날 민화 작가의 교과서다. 현재 일호의 여러 국보급 작품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작년에 한 번 전시를 했는데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수시로 찾아볼 일이다. e뮤지엄에서 관련 작품을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다.

나비 날개에서 문학을 써 내려간 셸 샌베드

2016년 워싱턴 포스트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노르웨이 태생으로 스미소니언 협회에서 자연 사진가로 이름을 날린 '셸 샌베드(Kjell Sandved)'는 나비의 날개에서 예술을 찾은 사람이다. 전 세계 2만 종의 나비 인편을 촬영하여 알파벳과 0~9까지의 숫자를 찾아내고, 이를 책(Butterfly Alphabet)으로 엮어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의 수십 년에 걸친 나비 탐사는 초등학교에서 알파벳을 가르칠 때, 샌베드의 사진집을 쓰는 것으로 널리 인정 받았다. 평생에 걸친 나비 여정의 첫 걸음은 박물관의 자원봉사였는데 표본에서 'F'자를 발견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전까지 샌베드는 카메라를 사용할 줄도 몰랐다. 전시품을 조립하고 사진 찍는 일을 돕다가 이후 박물관의 전임 사진가가 되어 전 세계를 누볐다.
 
나비 알파벳 사진집은 아이들 교과서로 이용된다.
▲ 셸 샌베드(Kjell Sandved)의 나비 알파벳 나비 알파벳 사진집은 아이들 교과서로 이용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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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을 통해 사진 촬영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으며 여러 카메라 장비를 직접 개발하여 자연 다큐멘터리 사진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는 93세까지 장수하면서 음악과 예술에 관한 1천 페이지짜리 백과사전 두 권을 비롯하여 여러 창작물을 남겼다. 샌베드의 작품은 스미스소니언을 비롯하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매체를 장식했으며 출판과 강연, 영화 제작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얼마나 있을까? 글쓴이도 한때 곤충의 날개에서 자음과 모음을 찾아 컬렉션으로 엮을 생각을 했었다. 샌베드의 작업을 알게 되면서 현재는 일시 중단 상태다. '제 2의 누구누구' 따위로는 알파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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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를 펴냈다. 다음 세대를 위한 화보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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