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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반려인의세계'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반려인들에 대한 '코로나 시대의 반려생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다들 그렇겠지만 나 역시 포털 사이트 상단의 코로나바이러스-19 국내 현황을 매일같이 클릭한다. 웹서핑을 하거나 TV를 보다가도 수시로 확인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 글을 쓰는 날 기준, 코로나 확진환자는 1817명, 위기경보는 '심각' 수준이다. 2020년 연초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렇게까지 퍼지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언제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돌아갈 수 있기나 할까. 

숫자를 보고 가슴이 답답해 한숨을 쉬는데 둘째 고양이 애월이 가볍게 폴짝, 책상 위로 올라와 내게 눈인사를 건넨다. 걱정 가득한 내 눈과 달리 고양이의 눈에서는 그 어떤 염려도 읽히지 않는다. 그저 느긋한 눈빛으로 나와 눈을 마주할 뿐.

나는 물끄러미 애월의 연초록색 눈동자를 바라보다 크게 심호흡을 한다. 보드라운 고양이의 뺨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보다 받는 게 훨씬 많다고. 
 
내가 고양이들에게 주는 것보다 받는 게 훨씬 많다는 걸 깨닫는 요즘.
 내가 고양이들에게 주는 것보다 받는 게 훨씬 많다는 걸 깨닫는 요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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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측만증과 무기력을 얻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집안에서 주로 생활한 지 19개월째다. 가끔은 끝나지 않는 긴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마스크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고, 유행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격리되거나 입원하는 일상. 나는 꿈에서조차 이런 상황을 상상해보지 못했다. 

코로나 초기에는 '설마 우리나라에도 감염자가 나오겠어?' 하며 느슨하게 생각했다. 그러다 확진자가 빠르게 퍼지던 지난해 3월, 오래 계획했던 스페인 한 달 여행을 취소하면서도 '설마 올해 내내 이러겠어?' 하며 애써 긍정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올해 초에는 불안감을 누르며 '설마 2022년까지 가겠어? 아닐 거야' 되뇌었다. 결국 그 모든 '설마'는 사실이 되었고, 여전히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나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프리랜서 일감은 눈에 띄게 줄었고, 인맥은 가지 치듯 툭툭 잘려 나갔다. 재택근무를 하는 가족이 있어 모든 끼니를 챙겨야 했고, 빨래를 하고 나물을 무치는 사이사이에 업무를 봤다.

가족에게 서재를 양보한 뒤 몸에 맞지 않는 식탁 의자에 앉아 구부정한 자세로 일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 허리 아랫부분에 통증이 찾아왔다. 병원을 찾아가니 등과 목뼈가 전보다 더 휘어 척추측만증이 심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몸의 고통보다 더 무서웠던 건 무기력증이었다. 나는 하루 중 잠시라도 바깥에 나가야 활력을 얻는 타입인데, (심지어 종일 집안에만 있으면 두통을 느끼기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척추측만증이 겹쳐 움직이기 힘들어지자 코로나 블루가 찾아왔다.

한참 무기력증에 빠져있을 때에는 툭하면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딱딱한 바닥에 누워야 척추 통증이 사그라들었기에 침대도, 소파도 아닌 방바닥에 눕는 게 편했다. 허리를 찌르는 듯 날카로운 아픔을 시작으로 통증이 차츰 골반까지 내려오면 누워서 고통을 삭였는데, 그럴 때면 멀리서부터 방바닥을 가로질러 '토독토독' 네 개의 발이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차츰 가까워져 내 옆구리쯤에서 끝났고, 따끈한 온기가 느껴져 옆구리를 보면 예외 없이 고양이 두 녀석 중 한 마리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동그랗게 말고 가르릉 거리며 골골송(고양이가 행복하거나 기쁠 때 내는 소리)을 내고 있었다. 
 
허리가 아파 누워있을 때 곁을 지켜준 존재
 허리가 아파 누워있을 때 곁을 지켜준 존재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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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부양자-피부양자의 관계가 아니었음을

'집콕' 생활을 하기 전까지 나는 나와 우리 집 고양이들의 관계를 다소 단순하게 생각했다. 부양자는 나와 남편, 피부양자는 고양이 두 마리. 우리는 고양이를 돌보고, 고양이들은 무한정 돌봄을 받는 존재라고. 나는 늘 우리 집 고양이들을 아껴왔지만, 한 번도 두 녀석들이 내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이후, 어쩔 수 없이 세상과 유리된 상태로 지내게 되면서 그간 내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다. 특히 척추 통증과 무기력으로 고생하던 시기, 나는 고양이들에게 자주 위안과 평온을 구했다. 

허리가 아파 방바닥에 누워있으면 둘째 고양이 애월이 머리맡에 털썩 따라 누워 열심히 내 머리통에 그루밍(고양이가 자신의 몸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정서적 안정을 찾기 위해 혀에 침을 묻혀 핥는 행위)을 해줄 때, 무기력하게 창밖을 보는 내 앞에 첫째 고양이 반냐가 슬그머니 앉아 '눈키스'(고양이가 신뢰와 호감을 표현하는 몸짓. 눈을 천천히 떴다 감는 동작)를 보낼 때. 그럴 때마다 어두침침하던 마음에 미풍이 불었다. 
 
어느새 이 따끈한 털뭉치들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어느새 이 따끈한 털뭉치들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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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생활에서 물리적으로 돌봄을 제공하는 건 반려동물이 아닌 반려인이 맞다. 하지만 관계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거였다. 내가 고양이들에게 밥과 물, 털 빗기와 발톱 깎기 같은 케어를 해준다면 고양이들은 내 정서적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코로나 블루를 앓으며 무기력과 단절감 앞에서 휘청일 때마다 나는 고양이들의 등을 어루만지고 턱을 쓰다듬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고양이들은 기꺼이 곁을 내주었다(가끔 내가 너무 오래 달라붙으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는 일도 종종 있기는 했지만).

가끔 생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집에 미친 영향 중 유일하게 긍정적인 건 반려생활일 거라고. 고양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더 깊고 어두운 코로나 블루를 겪었을 거라고. 이 따끈하고 물컹한 두 생명체가 내 곁에 있어 정말로 다행이라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relaxed)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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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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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와 밤이 있는 한 낭만은 영원하다고 믿는 전직 라디오 작가. 책 <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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