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협회장기 고교야구전국대회에서 우승한 마산고등학교 선수들이 모자를 벗어던지고 있다.

2021 협회장기 고교야구전국대회에서 우승한 마산고등학교 선수들이 모자를 벗어던지고 있다. ⓒ 박장식

 
마산 야구 100년 역사의 마지막 한을 마산고등학교가 풀었다.

마산고등학교는 15일 횡성 베이스볼 파크에서 열린 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광주동성고등학교를 8-3의 스코어로 격파하고 우승기를 가져갔다. 마산고등학교는 이날 우승으로 학교, 나아가 1920년대부터 시작된 마산의 100년 야구 역사 사상 첫 번째 전국대회 우승 기록을 차지하게 되었다.

마산 지역의 고교 야구부는 유독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기록이 없었다. 지난 90년대 부산지역에서 개최되었던 화랑대기에서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적은 있으나 4대 전국대회, 그리고 협회장기 우승 기록은 전무했고, 4번의 준우승 기록만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역사의 한을 풀게 되었다.

광주동성고의 초반 기세... 중반 마산고가 뒤집었다

마산고는 다른 강호 학교들을 하나씩 도장깨기 하듯이 올라왔다. 광주제일고,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그리고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을 가져갔던 덕수고에 이르기까지 마산고등학교와 엇비슷하거나, 어쩌면 마산고보다 더욱 강력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학교들을 깨고 올랐다.

광주동성고등학교 역시 파죽지세로 올라왔다. '제2의 이종범' 김도영, 에이스 신헌민 등을 필두로 나선 광주동성고는 세광고, 신일고 등 만만치 않은 상대를 꺾고 결승까지 올랐다. 특히 광주동성고는 세 차례나 연달아 끝내기 승리를 거두면서 기세가 하늘 끝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협회장기 결승전에서 역전 홈런을 쳐낸 마산고 신용석 선수(가운데)가 홈에서 동료 선수들과 포효하고 있다.

협회장기 결승전에서 역전 홈런을 쳐낸 마산고 신용석 선수(가운데)가 홈에서 동료 선수들과 포효하고 있다. ⓒ 박장식

 
그런 기세답게 경기 초반에는 광주동성고가 앞서나가며 산뜻한 출발을 했다. 첫 이닝부터 심명훈이 때려낸 타구에 임주찬이 홈으로 걸어들어오며 한 점의 선취점을 올렸다. 2회에도 동성고는 상대 옆구리 서현우를 상대로 박민혁이 희생플라이를 올리며 한 점을 더 달아났다. 스코어는 0-2.

경기 시작 30분 남짓만에 광주동성고에 기울어진 무게추는 경기 중반까지 돌아올 생각을 않았다. 물론 마산고도 혼신의 플레이로 경기를 더욱 기울어지지 않게 하려 애썼다. 3회부터 안정감을 찾은 천호진이 3.1이닝동안 경기를 책임졌고, 동성고 역시 에이스 신헌민이 경기 중반까지 역투를 펼치며 마산고의 추격을 저지했다.

하지만 그런 무게추를 마산고가 흔들어놓았다. 경기 중반을 넘어선 6회 초, 신헌민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낸 안현민이 빠른 발로 2루 베이스를 훔치는 데 성공하며 장내를 술렁이게 했다. 다음 타자 류민우는 땅볼로 물러났지만, 4번 타자 권우재가 적시타를 쳐내는 데 성공하며 처음으로 따라가는 점수를 내는 데 성공했다.

그 다음 나선 타자는 지명타자 신용석. 신용석은 신헌민의 공을 손쉽게 받아쳤다. 야구장 건너 백학산의 꼭대기를 찌를 듯 높이 날던 공은 좌측 담장 너머로 빨려들었다. 역전 투런 홈런이었다. 스코어는 3-2가 되었다.

8회 마산고의 '불 난' 방망이... 마산 야구 첫 고교 우승 이끌어

광주동성고도 마음이 급해졌다. 6회 말 광주동성고는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으나, 병살타가 나온 탓에 한 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어찌저찌 균형을 맞춘 경기는 7회에도 불안한 균형을 이어갔다.
 
 협회장기 고교야구전국대회 결승전에서 마산고등학교 안현민 선수가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협회장기 고교야구전국대회 결승전에서 마산고등학교 안현민 선수가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 박장식

 
하지만 8회 초, 우승기의 방향이 마산고 쪽으로 제대로 기울어지는 다량 득점이 나오기 시작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박영훈이 신헌민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낸 뒤, 안현민이 그대로 공을 받아쳐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류민우는 희생 번트를 때려내며 1사 2, 3루를 만들었다. 그러자 긴장한 신헌민이 공을 뒤로 빠뜨리며 한 점을 내줬다.

상대 실책으로 점수를 가져간 마산고. 그러자 방망이도 신이 나기 시작했다. 권우재, 고민재, 그리고 신성호까지 적시타를 때려낸 마산고는 8회 초에만 무려 다섯 점을 올리며 점수를 8-3으로 벌렸다. 8회 말 추격하던 동성고는 다시 무사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홈에서 승부하는 병살타를 기록한 데 이어 김도영이 도루자를 당하며 불씨가 꺼졌다.

9회 초 한 점을 더 달아난 마산고. 9회 말 마운드에는 잠수함 투수 하상범이 올랐다. 하상범은 1사 상황 김상도를 상대로 2루타를 내줬지만, 다음 두 타자를 범타처리하며 27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올렸다. 마지막 땅볼을 잡아든 야수가 베이스 위로 올라선 순간, 덕아웃의 모든 선수가 뛰어나와 함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선수들은 이날 승리로 오랜 한을 풀었다. 마산고는 이번 대회 우승 이전에는 봉황대기와 대통령배에서 한 번씩의 준우승을, 황금사자기에서 두 번의 준우승을 거뒀을 뿐이었다. 특히 지역 라이벌 학교인 마산용마고등학교보다 더 일찍 전국대회 우승 기록을 가져가면서, 선수들에게는 횡성의 추억이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남았다.

"대호야, 봤제?" 마산고 고윤성 감독의 웃음
 
 마산고등학교 고윤성 감독이 이번 대회 감독상을 수상받고 있다.

마산고등학교 고윤성 감독이 이번 대회 감독상을 수상받고 있다. ⓒ 박장식

 
경기 후 만난 마산고등학교 고윤성 감독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고 감독은 결승전에 대해 "제구력 있는 투수들만 경기에 올렸던 것이 좋은 결과를 냈다. 특히 우리의 실책도 적고, 줄 점수는 주되 할 것은 하라고 지도한 것이 잘 풀린 것 같다. 여세를 몰아 앞으로 다시 재개될 청룡기 준비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활약한 안현민 선수에 대해서는 "정말 노력하는 친구"라면서, "선수로서도 앞으로 훌륭한 친구가 되겠지만, 인성 부분에서도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정말 좋은 친구다. 현민이가 노력도 많이 하는 전도유망한 선수니만큼, 프로에 지명되먄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생애 첫 우승을 감독으로서 누리기도 한 고윤성 감독은 고교야구 감독들 중에서 젊은 축에 속하기도 한다. 어릴 적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와 함께 경남고를 졸업한 고 감독. 준결승 때도 이대호 선수에게 '준결승 잘 봤다'며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고 감독은 이대호 선수에게 "대호야, 봤제? 지도자로는 내가 더 낫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주목받은 안현민 선수는 포수로서의 능력을 발휘한 것을 넘어 타격과 주루에서도 자신을 마음껏 뽐냈다. 안현민 선수는 "우승까지 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우승이 이루어지니 너무 좋았다. 올해 목표가 차별화를 가져가자는 것이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이뤄내게 되어 정말 다행스럽다"고 웃었다.

자신의 장점을 "발 빠른 포수"라며 정리한 안현민은 "블로킹도, 어깨도 좋다. 8회 김도영을 잡아냈을 때 정말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정리한 그에게 롤모델을 물었다. 안현민 선수는 애틀래타의 아쿠냐 주니어를 "저돌적이고 강한 플레이를 좋아한다"면서, "포수로서는 소프트뱅크의 카이 타쿠야의 수비가 좋아 찾아보곤 한다"고 말했다. 

'잠수함' 하상범 선수 역시 빠르지 않은 구속에도 상대를 잡아내며 우승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해냈다. 하상범 선수는 "원래 사이드 암 투수였는데 변화를 주고 싶어 스스로 투구 폼을 바꾸었다. 무브먼트를 갖게 되어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하상범 선수는 "이번 우승으로 마산고가 다른 학교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린 것 같다"며, "이번 대회에는 오늘 한 번만 마운드를 밟았지만, 청룡기에서는 이번보다 더욱 많은 경기를 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산 야구의 역사를 쓴 마산고등학교에게 또 다른 역사의 기회도 남아있다. 마산고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청룡기 대회의 16강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청룡기는 물론, 남은 봉황대기에서도 마산고가 '평범한 선수들의 반란'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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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협회장기 마산고등학교 고교야구 전국대회 안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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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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