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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촌마을의 사회복지사로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 주간보호센터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적이 없어서 한번도 문 닫지 않고 운영중이다.

지금은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무탈하게 시설을 지켜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돌봄의 공백이 생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만일의 사태로 센터가 문을 닫게 되면 당장 한끼니 챙기기도 곤란한 어르신들이 계신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마을은 더 하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면에 있는 23개 마을회관(경로당)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 고령화, 과소화로 피폐해지고 있는 농촌에서 마을회관은 주민들이 관계를 맺고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는 거점으로 기능한다. 방역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엔 다른 대안이 부족했다. 공동체의 연대와 협력이 더 절실한 재난 상황에서 최소한의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 무기력했다. 

도시도 다르지 않다. 감염병이 확산되자 공공시설, 복지시설이 제일 먼저 문을 닫았다. 돌봄의 공백에서 발생하는 안타까운 죽음들이 이어졌다. 생계 곤란과 빈곤의 절벽에 선 이들의 위기감은 더 증폭됐다.     

2018년 3월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이 발표됐을 때, 대한민국의 복지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사회복지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복지효능감, 복지체감온도는 더 떨어진 것 같다. 이것이 코로나19라는 예측불가능한 외부적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복지 시스템 내부의 문제인지 돌아봐야 한다. 

지역 중심의 복지, 어디쯤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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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사회복지플랫폼> 표지 .
ⓒ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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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케어는 제도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거주 방식으로 복지를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커뮤니티케어는 그 자체로 특정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복지의 방향과 전략을 뜻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득, 주거, 보건의료, 복지, 요양 돌봄 등 기본적인 삶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들의 분리된 장벽을 넘어 복합적이고 맞춤형으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 복지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키워드는 '지역'이다. 초점은 '읍면동'이다. 주민의 생활권인 '읍면동'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자치역량을 키우고 민관이 협력해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복지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27년 경력의 사회복지공무원 채수훈은 책 <지역사회복지플랫폼>에서 '읍면동'이라는 주민과 밀착된 공공복지 현장을 중심으로 지역복지체계 혁신 강화의 방안들을 제시한다. 이 책은 '보건복지부-특별시와 광역시도-시군구-읍면동'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사회복지전달체계 속에서 어떻게 '맞춤형 복지' '통합적 복지'를 구현할 것인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해설한다. 

▲ 끊임없는 복지 사각지대와 위기 가구 발생 ▲ 초고령사회의 도래 ▲ 주민의 자치 소외와 공동체의 붕괴 ▲ 공공 사회서비스의 붕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복지체계가 '지역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사람들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욕구에 대응하는 복지급여와 서비스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막힘없이 전달되는 체계를 세워야 한다. 즉 지역 내에서 보건의료와 복지돌봄 영역은 물론 자립적인 삶을 지원하기 위한 각 분야의 다차원적인 연계가 필수적이다. 

저자는 "사회복지전달체계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잦은 정책 변화가 있었다. 아직도 시군구와 읍면동 사회복지 전문 전달체계는 미완이다. 상명하달식 행정체계, 복잡한 행정체계, 유사 중복서비스, 전문인력 부족 등 해묵은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며 "읍면동 주민에게 직접적 복지서비스를 시행하는 사회복지공무원이 신속 정확하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전달체계의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대전환이 시대적 과제"(20쪽)라고 강조한다.  

읍면동 자치적 복지역량 강화해야 

전문적인 인력의 확보와 복지 역량 강화가 없다면, 지역복지는 일시적인 긴급 구호나 단순 후원 연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읍면동은 시군구의 하부기관으로 업무와 인사가 종속돼 있다. 정부가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주민의 욕구와 필요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려면 읍면동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저자는 시군구와 읍면동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보건복지부와 읍면동의 중간 기관인 시군구의 복지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읍면동이 중심에 위치하고 마을회관(경로당)과 보건진료소가 각 동네 복지 돌봄의 거점 역할을 하며 연결 지원되는 체계를 세운다면 지역사회통합돌봄은 가능해질 것이다.

시군구에서는 읍면동의 맞춤형복지 담당 공무원들에게 체계적인 정보와 전문지식,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잦은 순환인사와 업무의 단절, 내부 역량의 차이로 인해 지역별로 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문제다. 읍면동의 복지현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중간지원조직격인 시군구 단위에서 이를 기획 지원, 조정, 관리하는 총괄적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저자는 읍면동 복지현장의 강화를 위해 "시군구에 맞춤형 복지지원단을 신설할 것"(42쪽)을 제안한다. 

복지 현장은 복잡하고 역동적이다. 복지 관련 법과 제도를 잘 알아야 하고 수시로 바뀌는 행정 지침도 기민하게 파악해야 한다. 360여 가지에 이르는 각종 복지 사업들의 내용을 알아야 당사자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다. 관의 힘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복지자원들을 발굴하고 연계하고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을 세심하게 파악하고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이처럼 읍면동이 지역복지의 구심점이 되려면 사회복지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복지공무원이 계획가, 행정가, 조직가, 실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복지 체감온도를 높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저자는 "읍면동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도 결국 최일선 현장의 사회복지공무원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회복지대상자에게 서비스를 어떻게 옮기느냐에 따라서 전진 또는 후퇴할 수도 있다"며 "읍면동에서 즐겁게 일에 전념할 수 있는 바탕은 전문화된 조직체계 확립과 명확한 보상체계가 뒤따를 때만이 가능하다"(129쪽)고 충고한다.  

지역에 희망이 되는 복지 

방대하고 복잡한 사회복지 서비스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지역주민들이 자치적으로 협동하고 공생하며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생겨나는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주민들이 함께 해결하며 미래에 다가올 위험에 예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생활권 단위에서 제도적 돌봄과 사회적 돌봄을 통합하는 것이면서 마을공동체의 연대에 기반한 호혜적 돌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거버먼트' 중심의 복지행정을 '거버넌스' 중심으로 전환해 민관이 합심해 지역복지체제를 혁신해야 가능하다. 자주성과 공생성이 살아있는 마을공동체 구축, 지역이 중심이 되는 복지 분권 확립될 때 복지는 지역의 희망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수한 직업군이 사라져도 사회복지 분야는 사람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복지의 성패는 사람에 달려 있다.

이 책은 사회복지사와 공무원의 자질을 동시에 겸비하고 지역사회복지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 훌륭한 '길라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사회복지의 법 제도, 정책, 행정, 전달체계에 대한 개념과 핵심 내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지역복지계획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동네 복지 현장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들에 어떻게 관점으로 접근할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지 제시하고 있다. 

일선 사회복지사인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공공복지 현장의 중요한 내용들을 공부할 수 있었다. 사회복지공무원들과 종사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지역사회복지 플랫폼 - 사회복지공무원의 지역사회복지 이야기

채수훈 (지은이), 공동체(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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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농촌에서 사려깊고 유쾌하고 유능한 동료들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좌충우돌하는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날마다 협동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작지만 커다란 변화는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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