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줍깅 활동을 위해 필요한 준비물
▲ 목장갑과 종량제봉투 줍깅 활동을 위해 필요한 준비물
ⓒ 조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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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심어진 나무에 걸린 무단투기 금지 표지판
▲ 무단투기 금지 표지판 길가에 심어진 나무에 걸린 무단투기 금지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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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열기가 이태원을 훑고 갔다. 뜨거운 기운이 식은 월요일 아침, 이태원 길거리 곳곳에는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는 이물질 묻은 더러운 모습으로 도시 미관을 해쳤다. 폭염과 습한 날씨까지 더해져 코를 찌르는 악취도 풍겼다. 청결한 길거리를 걷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그러던 중 새로운 조깅 문화인 '줍깅'을 알게 됐다.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줍깅(줍다+조깅)'은 걷거나 뛰는 운동을 하면서 봉사의 일환으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말한다. 환경도 지키고 건강도 챙기니 일석이조나 다름없다.

9일 월요일 오전 줍깅에 필요한 준비물인 종량제 봉투와 장갑을 챙겨 집에서 나왔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이태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한 상태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그만큼 길거리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양도 상당하다. 장갑을 착용하고 한 손에 종량제 봉투를 든 채 이태원역 인근으로 향했다.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배출시간 위반 및 쓰레기 혼합배출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무단투기 금지 경고판을 몸에 두른 나무 한 그루가 대로변에 서 있었다. 쓰레기를 몰아내고자 하는 용산구의 포부를 담은 경고문이 보였다. 그러나 이를 조롱하듯 구겨진 비닐봉지가 경고판과 가로수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버려진 비닐봉지를 처리하기 위해 꺼내 들었더니 무엇을 담았었는지 이상한 냄새가 풍겼다.
 
길가의 화단에 있는 나뭇가지에 걸린 점적관수용 물포대. 바닥에는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 쓰레기와 물포대 길가의 화단에 있는 나뭇가지에 걸린 점적관수용 물포대. 바닥에는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 조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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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화단에는 누가 버렸는지 모를 쓰레기가 식물과 한데 섞여 있기도 했다. 빈 담뱃갑, 플라스틱 포장재, 가게 명함 등 종류도 다양했다. 갖가지 오물이 바닥에 버려진 가운데 식물은 점적관수용 물포대의 튜브에서 떨어지는 물로 목을 축였다.
 
이태원 주변 상가에 위치한 건물 사이에 버려진 쓰레기들
▲ 건물 사이에 버려진 쓰레기 이태원 주변 상가에 위치한 건물 사이에 버려진 쓰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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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시설물 위 무질서하게 나열된 쓰레기들. 병 안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하다.
▲ 오물이 담긴 병들 상가 시설물 위 무질서하게 나열된 쓰레기들. 병 안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하다.
ⓒ 조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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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해밀턴호텔 주변 상가 골목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심지어 건물과 건물 사이 틈새에도 사탕 껍질 등 오물이 가득 차 있었다. 가장 많이 발견되는 쓰레기는 페트병과 담배꽁초였다. 근처 시설물 위에는 담배꽁초를 담은 병들이 무질서하게 나열되어 있기도 했다. '흡연하고 버릴 곳이 없으니 병에 쑤셔 넣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기 전까진 '쓰레기가 많아 봐야 얼마나 많겠어'라고 예상했다. 몰라도 한참이나 몰랐다. 집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을까. 20L 종량제 봉투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쓰레기들로 금세 불룩해졌다. 봉투 안에는 진흙이 엉겨 더러워진 목장갑과 이물질 묻은 휴지 등도 보였다.
 
줍깅을 통한 내용물로 가득찬 종량제봉투
▲ 쓰레기로 꽉 찬 종량제봉투 줍깅을 통한 내용물로 가득찬 종량제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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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쓰레기를 줍느라 많은 땀을 흘렸다. 종량제 봉투를 들고 뛰어다니면서 허리를 숙였다 펴는 동작까지 반복하니 운동량도 컸다. 입고 있던 반팔 티셔츠는 땀으로 축축해졌다. 동네를 조금이라도 깨끗이 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활동인데, 몸에 엉겨 붙은 옷과 봉투를 비집고 나오는 오물의 고약한 냄새 때문에 짜증이 났다. 

쓰레기 담은 봉지를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에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의 시선이 꽂혔다.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내며 속으로 '애초에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라고 투덜거렸다. 아침을 열며 도시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의 고충이 조금이나마 이해됐다.
 
이태원 대로변에 놓인 가로 쓰레기통
▲ 가로 쓰레기통 이태원 대로변에 놓인 가로 쓰레기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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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쓰레기도 분리수거해야 합니다

소재에 따라 분리하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골칫거리라고 한다. 길거리 쓰레기도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양심선언을 하자면 가로 쓰레기통에 페트병을 버릴 때 라벨을 떼지 않은 경우가 잦았다. 라벨을 떼서 버려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부재했다. 그만큼 줍깅 활동에서도 분리수거 과정이 쓰레기를 줍는 것보다 어려웠다. 

잠시 숨을 참고 악취를 견디는 것은 고생스럽지 않았다. 손이 다칠 걸 염려해 위험한 물건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조심하면 됐다. 다만 플라스틱, 비닐, 금속캔, 유리병, 종이 등 주운 쓰레기를 선별해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쓰레기들은 품목마다 제각기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그래서 일일이 분리배출 방법을 알아보는 게 가장 까다롭다.

평소에 나는 분리수거할 때 헷갈리는 품목에 대해 앱을 참고한다. 환경부와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등에서 제작한 '내 손안의 분리배출'이다. 이 앱은 품목별로 분리배출요령을 정리해 놓아서 누구나 쉽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요즘처럼 더울 때 수박을 자주 찾게 되는데 먹고 난 후 껍데기 처리가 늘 난감했다. 내 손안의 분리배출에 따르면 수박껍데기는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된다. 또 덩어리가 큰 수박이라면 잘게 썰어서 부피를 줄여 버리도록 안내하기도 한다. 

이번 줍깅 체험에서도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데 이 앱을 사용했다. 가장 많이 발견된 플라스틱 용기류의 경우 내용물을 비운 뒤 물로 헹궈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또 본체와 다른 재질인 부착 상표나 부속품 등은 떼어내야 된다. 처리가 완료된 쓰레기는 페트병의 경우 페트병 수거함으로, 그리고 플라스틱 용기는 플라스틱 수거함으로 배출해야 한다.

나아가 지난 2018년 환경부가 내 손안의 분리배출을 통해 발표한 '분리배출 핵심 4가지(비운다, 헹군다, 분리한다, 섞지 않는다)'를 참고하는 것도 좋다. 비닐, 금속캔, 유리병, 종이처럼 모든 재활용 폐기물에 대해 위 네 가지 방법을 적용하면 된다. 줍깅을 할 때 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활용할 수 있어 유익하다.

버려진 양심, 성숙한 시민의식 쌓아야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지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다만 매일 대량 생산되고 소비하는 문화가 지속되는 이상 쓰레기도 끊임없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커지는 소비욕과 비례해 시민의식도 성숙해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이 양심을 버리고 산다. 

이번 줍깅 활동을 통해 버려진 양심을 여러 개 주웠다. 가치 있는 활동을 했다는 뿌듯함보다 아쉬운 마음이 더 오래 남았다. 길거리에 놓인 가로 쓰레기통의 대수가 부족했고, 쓰레기통 투입구의 크기가 작아 쓰레기를 넣기 힘들었다. '가로 쓰레기통을 추가적으로 설치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로 쓰레기통의 대수를 줄인 원인도 무단투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정에서 나온 생활쓰레기를 길거리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다.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쓰레기통을 더 설치할 필요가 있지만, 쓰레기통이 늘어나는 만큼 처리해야 할 쓰레기도 증가하는 딜레마다. 

단속과 가로 쓰레기통 대수의 증가만이 길거리 쓰레기와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함부로 쓰레기를 투기하지 않고, 분리배출 기준에 맞게 분리수거하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조금의 고생을 치르더라도 환경을 보호할 가치는 충분하다. 입추와 말복을 지나 가을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줍깅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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