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8월 16일이 대체휴무일 이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배제가 된 상태입니다. 작은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하는 당사자들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나는 전국 각지에 여러 체인점을 두고 있는 규모있는 호텔에서 카운터 업무로 일을 했다. 24시간 격일제로 일주일 80시간 넘게 일해야 했다. 객실 전체를 담당하는 카운터 업무를 직원 한 명이서 보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찾아오거나 전화가 울릴 것을 대비해 항시 준비상태로 대기해야 했다. 고된 업무 환경이었지만 내 힘으로 내 삶을 꾸려가야 하는 나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마음을 다잡으며 열심히 일했다.

1년 2번 휴무일 제안했다가 벌어진 일 
 
 근로기준법 11조 개정은 근로기준법이 진정 노동자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법이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0월 27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권리찾기유니온,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3차 고발 접수 기자회견에서 가오나시 캐릭터 분장을 한 참석자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규탄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근로기준법 11조 개정은 근로기준법이 진정 노동자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법이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0월 27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권리찾기유니온,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3차 고발 접수 기자회견에서 가오나시 캐릭터 분장을 한 참석자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규탄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주 평균 84시간을 쉬지 않고 일한 지 다섯 달이 넘어가던 때, 나는 용기를 내어 직원들에게 반년에 1번, 1년에 2번 휴무일을 주자고 회사에 건의했다.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꼬박 24시간을 맞교대로 힘들게 일했지만,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 흔한 연차 한 번 쓰지 못했기 때문에 장기근속자에게 1년에 2번 휴무일을 주자는 제안이 절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생각이 잘못되었던 걸까. 1년에 단 두 번, 장기근속자들이 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 앞에 돌아온 것은 날벼락같은 해고 통보였다. 지극히 인간적인 나의 건의는 회사의 기강을 어지럽게 한 몰상식한 행위가 되어 있었고 나는 회사에 불평불만을 제기하는, 해고되어 마땅한 근무자가 되어있었다.

부당한 해고에 문제제기를 하려던 나는 또 다른 벽에 부딪혔다. 내가 일하던 곳이 5인 미만 사업장이고,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이 5인 이상과 5인 미만을 구분해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호텔에는 15명이 넘는 직원이 고용되어 일했는데 어째서 5인 미만 사업장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바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든 것에 비밀이 있었다. 내가 일하던 호텔은 전국에 여러 체인점을 두고 있었는데, 각 체인점 별로 사업장을 쪼개서 5인 미만으로 둔갑시킨 것이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나와 같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받아도 부당해고로 노동위원회에서 다퉈볼 수조차 없다. 그리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나처럼 밤낮 구분없이 일하더라도 연장근로수당이나 야간근로수당의 적용에서 배제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연차휴가를 지급할 의무도 없다.

사업장에 일하는 노동자 수가 5명 미만인 것처럼 위장에 성공하기만 하면, 이 모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가짜 5인 미만 사업장들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5인 이상과 5인 미만의 차이 

해고를 다퉈보기도 전에 5인 이상 사업장이라는 사실부터 입증해야 했다. 회사는 호텔의 각 지점이 서로 독립된 별개의 사업장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사업장 구분 없이 통합적으로 운영되었다. 근로계약을 맺을 때부터, 호텔의 각 지점에서 순환근무를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고 대표의 지시에 따라 직원들은 여러 지점을 이동하며 근무했다. 각 지점의 직원들은 단체 카톡방에서 매일의 업무 상황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을 모으고 권리찾기유니온을 통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공동고발에 참여했다. 1년 가까운 시간동안 이어져온 긴 싸움 끝에 노동청에서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인정하는 의견이 검찰에 제출되었고, 8월 초, 검찰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 구약식 결정이 내려졌다는 문자를 받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며 근로기준법이 일하는 모든 사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동등한 법이 아닌 현실이 너무도 절망스러웠다.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과 5인 이상 사업장을 차별하지 않았다면, 회사는 5인 이상임에도 사업장을 쪼개 5인 미만인 것처럼 위장하는 꼼수로 법을 회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와 동료들 역시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당연한 대가인 임금을 지급받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노동조건의 보호를 받게 하기 위한 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근로기준법은 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되는 법이어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일수록 사업주에게 작은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고, 고용불안에 더욱 위협을 느끼며 일한다. 그런데 법은 현실과 거꾸로다. 오히려 5인 미만 사업장의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이라는 최소한의 보호장치에서조차 제외시킨다.

5인 이상과 5인 미만을 구분해 나와 같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근로기준법 11조의 차별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든 동등한 노동자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근로기준법 11조 개정은 근로기준법이 진정 노동자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법이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