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붉은 살코기에 촘촘하게 박힌 하얀 마블링, 황가오리회다.
 붉은 살코기에 촘촘하게 박힌 하얀 마블링, 황가오리회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오래된 가게다. 전남 고흥의 노포 주점이다. 시내에는 멋지고 규모 있는 가게들이 많지만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그런 곳에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대부분 단골이기 때문이다. 이런 멋진 단골 술집을 알고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허름한 주점이다. 주점 바람벽에는 온통 낙서로 도배되어 있다. 대부분 이 집 음식 맛에 관련된 이야기다. 주당들의 갖가지 낙서와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식당 내부 곳곳에 켜켜이 쌓였다.
 
주점 바람벽에는 낙서가 빼곡하다. 대부분 이집 음식 맛에 관련된 이야기다.
 주점 바람벽에는 낙서가 빼곡하다. 대부분 이집 음식 맛에 관련된 이야기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참 묘한 일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오히려 술맛을 자극한다. 황가오리 회 한 접시에 막걸리 잔이라도 기울여야겠다. 온 세상에 땅거미 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캄캄한 밤이면 어떨까.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더 운치 있을 거 같다. 이연실의 목로주점처럼 흙 바람벽에 매달린 그네를 타는 삼십 촉 백열등 하나 없는 노포 주점이지만 그래도 멋스럽다.

다음은 이연실 <목로주점> 노랫말의 일부다.

월말이면 월급 타서 로프를 사고
년말이면 적금 타서 낙타를 사자
그래 그렇게 산에 오르고
그래 그렇게 사막엘 가자
가장 멋진 내 친구야 빠뜨리지마
한 다스의 연필과 노트 한 권도
오늘도 목로주점 흙 바람벽엔
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참 묘한 일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오히려 술맛을 자극한다.
 참 묘한 일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오히려 술맛을 자극한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식당이라는 이름을 내건 가게지만 밥은 팔지 않는다. 술안주를 시키면 밥은 무한정 서비스로 내준다. 오히려 주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자그마한 노포 주점은 느낌이 남다르다. 주인 부부가 오직 이곳 한 자리에서 37년 세월을 보냈다. 청춘을 다 바친 곳이다.

붉은 살코기에 촘촘하게 박힌 하얀 마블링, 황가오리회다. 황가오리 회는 흡사 날것 그대로의 쇠고기 식감을 많이도 닮았다. 직접 맛을 보고 나서도 이게 생선이라는 게 언뜻 믿기지 않을 정도다.
 
주인아주머니가 황가오리 회를 뜨고 있다.
 주인아주머니가 황가오리 회를 뜨고 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이게(황가오리) 뭔지 모른 상태에서 그냥 먹으면 생선인지 육고기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10킬로 넘는 크기의 황가오리만이 이렇듯 멋진 마블링이 나온다고 했다. 크기가 작은 황가오리는 뼈 채 썰어 먹는 뼈꼬시 횟감용이다.

"맨 처음에는 뼈꼬시를 썼거든요. 이걸 팔다가 뼈꼬시를 팔면 손님들이 안 먹는다고 가버려요. 이게 훨씬 반응이 좋아요. 먹어본 사람마다 '이게 해산물이요, 육고기요?' 하고 물어봐요."

고흥에서 황가오리는 귀한 생선이다. 아주머니(이명심.67)는 어물전에 미리 부탁해 놔도 요즘 황가오리가 잘 나오질 않는다고 했다. 오늘 준비한 거 다 팔리면 이제 없다고 한다. 황가오리 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황가오리 15키로 20키로를 주로 잡아요. 계속 부탁을 해 놓아도 황가오리가 잘 안 나와요. 맛이 소고기 생고기 같지요. 깻잎을 깔고, 밥도 넣고, 요래 기름 살짝 찍어서 된장도 씌우고, 마늘과 풋고추는 취향껏 넣어요, 매우니까."
 
애간장 녹인다는 황가오리 간은 부드러움에 고소함의 극치다.
 애간장 녹인다는 황가오리 간은 부드러움에 고소함의 극치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깻잎장아찌에 밥과 황가오리회를 싸 먹어보니 그 맛이 참으로 경이롭다.
 깻잎장아찌에 밥과 황가오리회를 싸 먹어보니 그 맛이 참으로 경이롭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영락없는 쇠고기 육사시미 맛이다. 주인아주머니가 알려준 대로 깻잎장아찌에 밥과 황가오리 회를 싸 먹어보니 그 맛이 참으로 경이롭다. 어찌 생선에 이런 맛이 담겨 있다는 말인가. 황가오리 회에 막걸리 한 잔 곁들이니 목포 홍어삼합 부럽지 않다.

황가오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 먹는다. 지느러미 부위가 특히 맛있는 황가오리찜은 쫀득쫀득하다. 생선과 육고기의 좋은 맛이 다 스며있다. 황가오리 회는 소고기 육사시미 맛이다. 황가오리 애라 부르는 간은 참기름 장에 먹는다. 그 맛을 처음 접한 어떤 이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고 했다. 애간장 녹인다는 황가오리 간은 부드러움에 고소함의 극치다.

황가오리는 홍어목 색가오리과의 바닷물고기다. 우리 몸의 관절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황가오리는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음식이다. 난태생인 황가오리는 5~8월에 1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
 
황가오리는 홍어목 색가오리과의 바닷물고기다.
 황가오리는 홍어목 색가오리과의 바닷물고기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맛사랑의 맛있는 세상에도 실립니다.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그는 해보다 먼저 떠서 캄캄한 신새벽을 가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