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동현 변호사.
 김동현 변호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나눔의집 문제는 정치이슈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해석해서도 안된다."

시종일관 차분하게 나눔의집 상황을 설명하던 김동현 변호사(43, 나눔의집 임시이사)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야권의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나눔의집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이슈가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월 22일 윤 전 검찰총장은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월주 대종사의 영결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월주 스님이 (나눔의집 때문에) 큰 상심을 했고, (이 충격이) 대상포진으로 이어져 폐렴으로 입적했다는 얘기를 금산사와 조계종 관계자들에게 들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거주 복지시설로 역사관이 함께 있으며, 조계종이 운영주체다. 2020년 5월 공익제보자 7명이 후원금 유용 의혹을 내부고발하며 문제가 외부에 알려졌지만 여전히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경기도의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 발표 이후 이사진 해임이 이루어졌지만 이후 행정소송을 통한 이사진 복귀, 나눔의집 법인·운영진 구성원과 내부고발자들 사이에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나눔의집에 거주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2명이 세상을 떠나, 현재 거주하는 할머니는 4명이다. 

1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 있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사무실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나눔의집은 역사적 피해자인 할머니들을 돌보는 곳으로 이곳이 지닌 공적 성격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김 변호사를 만나 나눔의집 운영의 문제점과 이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조계종 시간끌기로 이사회 제대로 열리지 않아"
 
김동현 변호사.
 김동현 변호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내부고발이 이후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임시이사들이 선임된 이유가 뭔가. 회계부정·인권침해 등으로 문제가 된 나눔의집을 정상화해 새로운 이사진을 꾸리라는 거였다. 나 역시 임시이사로 활동하며 제대로 된 정이사를 선임하고 물러나고 싶었다. 그런데 조계종측 이사 3명은 임시이사회에 불참을 거듭하고 있다. 조계종과 협의해 정상화 절차를 밟고 싶어도 조계종의 시간끌기로 이사회 자체가 잘 열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사회가 열린건 5~6차례 정도다.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이사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이사들 간의 간담회로 대체한 적도 있다."

 - 현재 나눔의집 임시이사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원래 이사는 총 11인이었다. 기존 조계종 소속의 정이사가 3명 있었고, 8명이 임시이사로 선임됐다. 임시이사들은 여성가족부(1명), 보건복지부(1명), 경기도(6명)의 추천을 받았다. 지금은 임시이사 한 명이 사퇴해서 총 10명이다. 임시이사 사이에 편 가르기를 할 필요는 없다. 다들 나눔의집의 기존 운영방식에 문제의식이 있고, 또 앞으로 어떻게 나눔의집이 운영되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들이다. 다만, 해결방식을 두고는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나눔의집 정관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 나눔의 집 정관에 어떤 문제가 있나.
"나눔의집은 정관은 이사의 3분의 2를 승적이 있는 스님을 두도록 했다. 이것은 법 위반은 아니다. 공익법인의설립·운영에관한법률은 특수관계자가 공익법인 이사의 5분의 1 이상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는데, 종교계는 특수관계자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법률상 특수관계자는 가족, 고용관계, 지분관계 등 세속적 관계만 다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눔의집처럼 스님이 이사회의 대다수(3분의 2)를 차지할 경우 감시·견제에 어려움이 있다." 

- 그런 문제점을 직접 확인한 게 있나.
"최근 몇년 동안의 나눔의집 이사회 회의록을 살필 기회가 있었다. 임원 중 사외이사, 감사를 뺀 나머지 사람이 모두 당시 조계종의 스님이었다. 조계종 스님이라서 문제라는 말이 아니다. 나눔의집은 박물관(역사관)을 운영하는데, 기록학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이사가 없는 등 이사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

이사라면 전문적인 분야의 역량과 경험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잖나. 그런데 회의록에서는 다른 의견이랄 게 거의 없었다. 전문성이 떨어지니 회계나 세금처리가 상대적으로 투명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나눔의집은 공적 성격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 나눔의집의 공적 성격이 뭐라고 생각하나. 
"나눔의집이 1992년 개원할 때 월주스님과 불교인권위원회 등 불교계의 공헌이 컸던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나눔의집이 어떻게 유지·지속될 수 있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잘못된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이 이슈가 되면서 2015년에 한 해 후원금이 9억6300억원대로 늘었고, 이듬해인 2016년에는 17억원대로 급증했다. 이후 2019년 한 해 후원금이 26억원대까지 증가했다. 여기에 여러 기관의 후원금까지 더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모인 나눔의집 후원금이 88억 원이었다.

문제는 후원금이 어떻게 쓰였냐는 거다. 나눔의집 측은 시설이 아니라 운영법인 계좌로 후원금을 받았는데, 운영법인에서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나눔의집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시설 전출금)은 2.3%인 2억 원에 불과했다. 후원금이 정작 할머니들을 위해 제대로 쓰이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이 할머니들이 어떤 분들인가. 국가가 법(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으로 지원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후원을 하고 자원 활동을 하고 국제 연대를 하는거고. 이런 분들을 모시는 시설은 다른 사회복지시설과는 좀 달라야 한다. 할머니들의 돌봄 역시 노인복지차원에서 접근할 일이 아니라 역사적 인식을 갖고 살펴봐야 할 영역이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돌봄이고. 나눔의집은 단순히 여러 사회복지법인 시설 중 하나가 아니다."

"나눔의집 이사회 폐쇄적인 구조, 바뀌어야" 
 
김동현 변호사.
 김동현 변호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나눔의집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앞서 지적한 이사회의 폐쇄적인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이사회라면 보통 감시체계가 작동해야 하는데, 지금은 감시·견제가 어려운 시스템이다. 보다 전문적인 업무로 운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계속 강조하지만 나눔의집 문제는 풀기 쉽지 않다. 내부직원, 구 운영진, 새로운 운영진, 임시이사, 경기도, 국민의 관심까지 얽혀있는 7~8차 방정식이다. 단칼로 매듭을 자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임시이사 차원에서 전문성 있는 다양한 정이사 체제를 마련할 수는 있다고 기대했었다. 정관변경이 가장 중요하지만, 먼저 정이사체제가 잘 꾸려지면 이 사람들이 다음 숙제를 풀어갈 수 있으니까. 그 기반을 다져놓고 싶었다. 그런데 임사이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 8월 20일경에 임시이사회가 열린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을 논의할 예정인가.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안건으로 올라온 것 중 사실상 '임시이사 해체'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 물론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처음 문제가 불거졌던 기존 이사회의 후원금 유용 등은 법과 행정의 잣대로 수사기관에서 판단할 문제다. 우리는 이 다음을 고민해야 한다. 

임시이사 사이에서도 우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인식은 공유됐다. 다만, 임시이사로서 역사관 운영·할머니 돌봄 환경의 변화 등 나눔의집 운영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토대는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정이사들이 일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나눔의집은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직은 임시이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한편, 나눔의집 관계자는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임시이사 해체는 아직 8월 20일 안건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 임시이사체제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책임있는 정이사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나눔의집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사회를 반드시 종단의 스님으로만 3분의 2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전문가들을 포함해 운영을 잘 할수 있도록 정이사체제를 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지금 임시이사체제는 시민사회단체 위주의 인사들이라 일부 문제가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또,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고소를 두고는 "개별직원 간에 이뤄진 일로 법인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하는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하는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태그:#나눔의집, #임시이사, #경기도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