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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라디오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는 청계천 상공인들의 일터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사진의 공간은 조무호씨(붉은 옷)의 작업실이다.
 공동체 라디오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는 청계천 상공인들의 일터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사진의 공간은 조무호씨(붉은 옷)의 작업실이다.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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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장비는 달랑 카메라 한 대. 출연자의 클로즈업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조명은 현장 실내등이 전부다. 출연자의 얼굴에 그림자가 지거나 말거나 그냥 간다. 요즘은 흔하디 흔한 전용 마이크도 없어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엔 이웃한 공장의 소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환경이라기엔 조악하지만, 날 것 그대로의 묵직한 감동으로 치면 어느 방송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바로 서울 청계천 을지로 상공인들이 주인공인 공동체 라디오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 얘기다.

지난 6월 7일 시작한 1화에는 서울 중구 입정동에서 금속가공을 해온 조무호씨가 나왔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을 압도하는 것은 촬영이 이뤄진 그의 공장 풍경이다. 천정등 아래 드러난 서너 평의 공간은 마치 해독이 어려운 암호 같았다. 인터뷰가 이뤄지는 30분간 공간을 묵묵히 비춰주는 카메라는 조무호씨의 작업실이자 사무실이고 휴게실이었던 40년을 가늠해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조무호씨는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이다. 재개발에 맞닥뜨린 이곳 청계천 을지로의 산업 생태계 보전을 위해 서울시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매번 '공문'을 역설했다.

처음엔 뜬금없다 싶었지만 이내 수긍이 갔다. 이곳 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서울시나 중구의 대책이나 계획은 뭐며,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알지 못해 불안한 상공인들을 위해서라도 믿을 수 있는 공문을 작성해 골목 곳곳에 붙여 달라는 얘기였다.

그의 문제 제기에 공감해 상공인들과 이곳 보존을 위해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행정의 '공문' 대신 찾은 대안이 공동체 라디오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다. 8월 9일 5회차 방송까지 '믿음직한 정보를 공유'하려는 목적을 충실하게 수행할 뿐 아니라 상공인들 간의 근황을 나누고 서로가 공동체의 일원임을 확인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오고 있다.

앞집 차양을 내 그늘 삼아 살아온 이들의 '상생'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 2회에서는 입정동 일대 골목에 자리잡은 생활문화유산과 서비스 업종을 소개한다. 왜 이곳을 '생태계'라 부르는지 알 수 있다. 사진 왼쪽 안근철 아키비스트, 오늘쪽 나하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 2회에서는 입정동 일대 골목에 자리잡은 생활문화유산과 서비스 업종을 소개한다. 왜 이곳을 "생태계"라 부르는지 알 수 있다. 사진 왼쪽 안근철 아키비스트, 오늘쪽 나하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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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게시된 2화에서는 청계천 입정동 일대의 생활문화유산과 서비스 업종들을 소개한다. 일본강점기에 지은 건물에 자리 잡은 '수정다방', 바쁠 때는 밖에 널어놓은 옷을 걷어가 입기도 한다는 '대원 세탁소', 골목을 헤매다 우연히 만나는 맛집 '갯마을 횟집' 등, 흔히 얘기하는 '도심 산업 생태계'가 말 그대로 다양한 업종이 어우러진 '생태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웃과 벽을 공유하고, 앞집의 차양을 내 그늘 삼아 살아온 이들이기에 회를 거듭할수록 반복되는 이야기는 결국 '상생'이다. 7월 16일 방송된 3화에서는 임대인의 강제집행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백년가게 '을지OB베어'의 강호신, 최수영씨가 나와 40년을 지켜온 '상생'의 가치를 전했다.

창업주 강효근씨가 1980년 11월 개업했을 때, 10시가 되면 손님들을 내보냈다고 한다.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배려다. 후대에 와서 11시로 늦춰졌지만, 술집으로서는 드물게 이른 시간이다. 창업주의 철학 덕분에 지금 이곳엔 더 많은 노가리 생맥줏집이 들어서 노가리 골목을 이루고 있다.

그때 생맥주 한 잔 380원으로 하루 치의 노고를 달래던 신입 사원들이 이제 중년이 되어 신입사원을 데리고 온다. 주인도 손님도 세대를 이어가는 노포. 기억과 삶이 공간에 배어 있는 이곳이야말로 보존해야 하는 유산임을 여실히 느끼게 하지만, 정작 주인인 최수영씨는 이웃을 이야기한다.

"여기가 서울시의 백년미래유산이 되고 나서 이 주변 분들이 굉장히 상실감을 느꼈다고 해요. 언제부터 노가리가 이 골목의 주인이었느냐. (창업 시기) 그때 여기 주인은 인쇄업을 하는 분들이었대요.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하게 한 장인들이 여기 주인이었고, 그들의 가치가 더 알려지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점하지 않으려 했고, 함께 살고자 했던 이들은 지금 이웃 호프집에 의해 쫓겨나게 되었다. 이런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도 낙담하지 않고 어떻게 상생의 가치를 지켜나갈 힘을 얻는지는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을 담은 마지막 기록이 될 수도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 4회에서는 청계천 일대 공구상가 거리를 속속들이 소개한다. 홍영표 용재협회 서울지회장의 모습.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 4회에서는 청계천 일대 공구상가 거리를 속속들이 소개한다. 홍영표 용재협회 서울지회장의 모습.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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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에서는 수표동 일대 공구 상가를 소개한다. 작업, 절삭, 안전, 측정, 원예, 하역, 전자 통신, 철물, 용접 등 없는 게 없는 공구 단지를 속속들이 소개한다. 5화에서는 재개발에 따라 일터를 지키기 위해 나선 산림동 공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매회 마지막을 장식하는 '지역의 소리를 찾아서' 코너도 감칠맛을 더한다. 재개발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음에도 여전한 상공인들의 작업 소리는 이곳이 산업화 시대 성장을 이끌었던 심장이었음을 증명한다.
     
공동체 라디오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는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가 만들고 세운협업지원센터가 돕고 있다. 5회까지로 시범 방송을 마치고 새로운 기획으로 정규화를 준비하고 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에서는 유튜브 채널에서 '오늘날 청계천-을지로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상공인들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라고 제작 취지를 밝히고 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곳 도심 제조업의 역사가 재개발로 종언을 고할지, 제작 취지처럼 100년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갈지 갈림길에 서 있다. 어쩌면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가 이곳을 담은 마지막 기록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곳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우선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맥킨타이어라는 이는 '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는, 내가 어떤 이야기의 일부인가를 알 때 결정된다'라고 했다지 않나? 오늘 서울의 한복판 청계천 일대의 상공인들은 어떤 꿈과 고민을 나누고 있는지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에서 들어보자.

[지금은 청계천-을지로 시대] 
[1화] 지금 청계천-을지로에서는 무슨 일이?: 세운3구역 입정동 재개발과 상인들의 투쟁
[2화] 을지로의 구불구불한 골목 끝에 도달하는 감성 돋는 횟집!: 입정동 갯마을횟집과 생활문화유산 이야기
[3화] 을지OB베어 없는 노가리골목이 있을 수 있을까?: '상생맛집' 을지OB베어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
[4화] 다시 만난 공구의 세계: '청계천 공구거리'를 만들어온 수표지역 상인들의 모습
[5화] 재정착을 위한 첫 걸음!: 세운5구역 산림동을 지키기 위한 상공인연합회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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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공네트워크 대표. 도시재생 현장에서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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