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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다.
▲ 청소년활동가 청소년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다.
ⓒ 오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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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 약 5시간에 걸친 중이염 수술을 받았다. 2년 후에는 코 혈관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3시간짜리 수술을 받았다. 그 수술 전에는 혈관차단술이라는 수술도 했다. 그 이듬해 친구랑 농구를 하다가 빠진 이를 이식하는 수술을, 대학교에 입학해서는 두 번에 걸친 비염 수술을 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있는지 울면서 하나님께 기도를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한참 아팠던 시기로부터 약 15년이 흐른 지금, 그 때의 아픔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1995년 5.31교육개혁 이후 중고등학교 학생 자원봉사활동 참여가 의무화가 되었다. 첫 수술을 마치고 난 다음 장애인 시설로 자원봉사활동을 갔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활동을 하면서 앞으로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생각한 대로 나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2007년 1월, 군산의 청소년수련시설에 입사하면서부터 공식적으로 청소년들을 만났다. 그 해부터 현재까지 많은 청소년과 자치기구들을 만났다. 기쁘고 보람 있었던 순간들도 많았고, 아프고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청소년과의 진로 상담 가운데, "선생님, 저는 이 활동을 하면서 진짜 제 꿈을 찾았어요"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을 만날 때면 날아갈 듯 기뻤지만, 자치기구 내 청소년들 간 갈등으로 조직이 없어질 때는 마음이 아팠다.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지역사회에 참여할 때는 이 일을 시작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저는 예전에 선생님이 조금 이중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을 계속 보면서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시험 기간 중 달그락으로 공부하러 왔던 청소년 진로 자치기구 회장은 나에게 말했다. 청소년이 말한 "이중적"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린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앞에서는 웃음을 보이는데, 바로 돌아서면 정색하는 표정을 지으시더라고요." 나는 깜짝 놀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당시에는 많은 일에 치여있었기에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청소년은 그런 내 모습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

이 일로 청소년활동가의 올바른 자세와 모습에 대해 반성하고 살피게 되었다. 내 표정, 모습, 행동에 주의를 기울였다. 또한 청소년들과 긍정적이고 깊은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내 진정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소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청소년활동가들은 항상 청소년의 눈을 의식해야 하며,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 하나 하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활동가가 가식적이고 형식적인 가면을 쓰고 청소년을 만난다 하더라도 청소년들은 금방 그의 본 모습을 알아차릴 것이다. 청소년은 나의 거울이다. 청소년을 통해 나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고, 성찰할 수 있으며,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한 청소년이 남자 아이돌 그룹에 대해 말했다. 그룹은 '아이콘(IKON)'이었다. 멤버 중 '진환'이라는 이름을 가진 멤버가 있었나 보다. 나는 그것을 잘못 알아듣고, "그 멤버가 전라북도 진안군 출신이야?"라고 물어봤다. 함께 모였던 청소년들은 그런 나를 보며 박장대소를 했다. 그 때 나는 내가 잘못 들었고, 잘 몰랐음을 인정했다.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출연진들은 각기 저마다의 이미지(concept)가 있으며, 시청자들은 독특하거나 인상 깊은 콘셉트를 기억한다. 나는 청소년들과 만나면서, 나만의 콘셉트를 잡았다. 청소년들 앞에서 망가지기. 여기서 망가진다는 것은 체통과 예의를 다 잃어버리는 망가짐이 아니다. 내가 모르는 것을 청소년들에게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청소년활동가의 망가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대체로 어른들은 망가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실수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인 양 보이고 싶어 한다. 나는 이것을 과감히 내려놓았다. 망가진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는 것이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청소년들에게 다가갈 때, 그들은 진짜 관계 형성을 하고자 할 것이다. 이것은 결국 청소년들과의 수평적인 소통으로 들어가는 문이 될 수 있었다.

청소년활동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모든 것을 잘할 수 없다. 그렇지만 매너리즘에 빠져서는 안 된다. 매번 내가 만나는 청소년들이 바뀐다고 하여 3, 5, 10년 전에 청소년들을 만났던 방식 등을 고집한다면 나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다.

현재의 청소년, 지역사회, 환경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성찰 과정 가운데 자신의 가치, 철학, 방법 등이 바뀐다. 그 변화는 청소년지도자가 만나는 또 다른 누군가와 환경을 변화시킨다.

청소년지도자의 성찰은 청소년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거대한 담론이 아닌, 나의 일상 속에서 깨달음을 찾아야 한다. 청소년지도자가 청소년과 청소년 활동 현장의 일상을 가장 귀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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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참여와 자치활동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을 만나는 일을 하는 청소년활동가이자, 두 아들의 아빠이며, 사랑하는 아내 윤정원의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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