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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 동네 작두콩 재배 면적이 많이 늘었다. 벼를 심던 논에 작두콩을 심은 농가들이 많아졌다. 농민들은 농한기에는 다음해에는 무슨 작물을 심어야 수익성이 좋을지 많은 고민을 한다. 농민들은 주변 농가에 심어서 시세가 좋았던 작물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따라서 심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작두콩 수입이 줄어들고 국내 소비는 늘었기 때문에 작년 작두콩 시세가 좋았다고 한다. 올해 너무 많이 심으면 과잉 생산으로 가격 혼란이 올 것 같은 여지도 있어 보인다. 그래도 작두콩 농사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판단해서인지 유난히 우리 동네 농가들에게 작두콩이 인기 작물이 되었다.

유난히 많이 심은 부여 작두콩 농가
 
잎은 시원스럽게 크고 순백색의 꽃이 예쁜 작두콩
▲ 순백색의 작두콩꽃 잎은 시원스럽게 크고 순백색의 꽃이 예쁜 작두콩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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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던 논에 심은 작두콩에 하얀 꽃이 피고 단검 같은 작두콩 꼬투리가 달리기 시작했다. 작두콩은 이파리도 크고 꽃과 열매도 큰 식물이다. 아치형 울타리를 만들어 줄기를 유인해서 키우면 꽃은 꽃대로 예쁘고 초록빛 칼 모양의 열매가 아래로 늘어지며 크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열매가 커서 수확하는 기쁨도 큰 작두콩.
▲ 단검처럼 생긴 작두콩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열매가 커서 수확하는 기쁨도 큰 작두콩.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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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관점으로는 열매가 장난감 칼처럼 생겨서 휘두르고 싶게 생겼다. 병충해에도 강해 살충제도 치지 않고 풀보다 일찍 성장해 비닐 멀칭만 해주면 잡초와의 전쟁에서도 이긴다. 인건비와 농약제 비용이 덜 들어가는 대신 땅심이 좋아야 한다.

폭염의 한가운데를 달리는 요즈음 작두콩이 몸체를 불리기 시작했다. 농부들의 마음은 바빠지고 한여름의 태양은 더 달아올랐다. 작두콩은 일반적인 콩과 식물과 달리 완전히 익기 전에 수확해서 가공을 해야 한다. 알맹이보다 껍질에 사포닌을 비롯한 유효 성분이 많다고 한다.
 
작두콩을 수확하는 밭에 가서 포즈를 취해달라고 해서 찍은 사진
▲ 작두콩을 수확하는 농민이 투박한 손에 작두콩을 쥐고 작두콩을 수확하는 밭에 가서 포즈를 취해달라고 해서 찍은 사진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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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세상을 다 익혀버릴 것 같은 폭염이 지배하는 모습으로 여름이 왔다. 다행히 폭염이 오기 전에 비가 충분히 내려준 덕분에 병충해도 없이 작두콩 작황은 좋은 편이다. 농사는 역시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다수확을 누리기 어렵다.

대체로 우리나라 식물들이 크지 않고 소박한 편이라 꼬투리가 오이만한 작두콩을 처음 보고는 외래종일 것이라고 속단을 해버렸다. 검색의 힘을 빌려 작두콩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니 중국의 의서인 <본초강목>에 효능이 나와 있었다.

작두콩은 장과 위를 보호하고 신장 기능에 좋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작두콩을 궁중에서 재배하여 임금과 고위 관료들에게만 처방한 귀한 콩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원산지는 우리나라가 아닐지라도 예전부터 재배했던 작물이기는 했다.

비염에 좋다는 작두콩차
 
지난 겨울 내낸 마셨던 작두콩차. 구수한 맛과 향에 약간 볶은 콩 내가 난다.
▲ 작두콩차 지난 겨울 내낸 마셨던 작두콩차. 구수한 맛과 향에 약간 볶은 콩 내가 난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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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작년 가을 동네 지인이 농사를 지은 작두콩을 직접 로스팅을 한 것을 먹어보라고 주었다. 생수보다는 약성이 있는 재료를 끓여 먹는 것을 좋아해서 겨우내 그 작두콩차를 마셨다. 비염과 기관지 계통의 질환에 좋다는 효능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후로 지인이 작두콩을 심고 수확을 해서 가공을 하는 전 과정을 지켜보았다. 신성한 노동의 결정체였다. 지인의 노고가 오롯이 담겨있는 작두콩차를 마지막까지 잘 먹어줄 의무감이 느껴졌다. 물대신 마시면 소비도 빠르고 자주 먹을 수가 있었다.

겨울이 지나고 어느 날, 깃털 구름이 날리듯이 꽃가루가 날리던 버드나무 길을 아무지도 않게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생각해보니 봄이면 재채기와 콧물이 자주 나오는 증상을 올해는 별로 느끼지 못했다.

의식적으로 날아다니는 꽃가루를 코에 대 보아도 내 코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목이 컬컬해지고 콧물이 흐르면서 재채기가 나오는 반응이 느껴지지 않았다. 10년 넘게 때가 되면 찾아온 증상이라 익숙하기까지 한 그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것에 더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곧 잊어버렸다. 콧물과 재채기로 범벅이 되어 콧속이 항상 헐어 있었던 과거의 일도 잊었다.

작두콩 농사를 짓는 지인이 하얀 꽃이 핀 사진을 보내왔다. 작두콩인 줄도 모르고 큰꽃 으아리 같은 야생화인 줄 알았다. 무슨 꽃이냐고 물음표를 보냈다. 곧이어 허리춤에 차고 다녀도 될 만한 작두콩이 달린 사진이 왔다.

그제서야 지난 겨울 작두콩차를 열심히 마셨던 덕에 비염이 사라진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인에게 섣불리 작두콩차 덕에 비염에서 해방되었다고 말하기도 주저스러웠다. 내년에 버드나무 필 때가 되면 다시 재채기와 콧물이 시작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여 작두콩 연구회 회장(부여군 충화면 신대현)에게 이런 현상이 나한테만 일어난 것인지 보편적으로 작두콩차를 지속적으로 음용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효과인지 물어 보았다.

"그럼유. 비염에 좋다고 소문이 나서 작년에 없어서 못 팔았잖아유. 그러니 올해 작두콩 재배 면적이 늘어난 거잖유. 올해는 충화면에서만 6Ha(18만평)이나 심었슈."

작두콩 연구회 회장은 자신 있게 말해주었다. 5년 전부터 부여에서는 별로 심지 않았던 작두콩을 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특히 작년에는 전염병 여파로 작두콩차에 대한 수요가 더 급증해서 올해는 많이 심게 된 것이라고 했다.

작두콩을 준 지인에게 감사의 전화부터 걸었다. 지인의 호의를 확신을 하지 못했던 마음을 자책했다. 내년 작두콩을 심는 계절에는 몇 포기 얻어다가 창가 쪽에 심어 놓고 꽃도 보고 열매도 수확하는 일거양득을 노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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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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