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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막내 아이가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큰일이라도 난 듯 법석을 떨었다.

"엄마! 이거 왜 이래? 나 손이 이렇게 되어 있는데... 이거 어떻게... 너무 이상해..."
 
아침에 보게 된 막내 아이의 손은 마치 서로 다른 사람의 손처럼 퉁퉁 부어있어서 나는 순간 놀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되었다.
 아침에 보게 된 막내 아이의 손은 마치 서로 다른 사람의 손처럼 퉁퉁 부어있어서 나는 순간 놀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되었다.
ⓒ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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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향한 모기(?)의 습격
 

아이의 검지손가락 한 마디 쪽이 다소 불룩하면서 손등이 전체적으로 많이 부어 있었다.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순간적으로 놀랐다. 혹시라도 어젯밤 내가 못 본 사이에 놀다가 손가락을 삐었다거나 혹여 골절이라도 된 건가 싶어서 걱정이 되었다.

아이의 손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손 마디 근처에 아주 작은 붉은 점이 어렴풋이 보였다. 통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다행히 근골격계의 문제는 아니고 작은 점이 모기에 물린 흔적으로 추정되었다. 결론적으로 밤새 모기에 물려서 이토록 심하게 부은 것으로 최종 판단을 내렸다. 바로 거실로 나와 아이에게 괜찮다고 안심시키며 연고를 발라주었다.

그러나, 그 비극은 막내 아이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날 밤, 모기는 막내의 곁에 자고 있던 둘째 아이에게 더욱 무자비한 공격을 가했다. 아이의 얼굴이 바로 그 증거였다. 오른쪽 볼과 오른쪽 귓바퀴, 왼쪽 관자놀이 부근, 그리고 이마 이렇게 4군데 붉게 부어오른 자국이 확연하게 보였다. 게다가 허벅지 정 중앙에도 크게 한방을 물린 듯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결국 하룻밤 사이 모기에게 총 5군데나 물린 것이다.
  
나는 둘째와 막내만 공격한 모기에 대하여 생각을 하다가,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의 특징'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나는 둘째와 막내만 공격한 모기에 대하여 생각을 하다가,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의 특징"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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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나와 남편 그리고 첫째 아이는 전혀 모기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 검색으로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의 특징'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누구나 알기 쉽게 잘 설명이 되어 있었다.
 
사람 피를 무는 모기는 산란 중인 암컷모기이다. 모기 알을 성숙시키는데는 철분과 단백질이 필요한데, 사람 피로 영양소를 채운다. 이 때 모기가 습기, 체취, 체온, 이산화탄소 등으로 타겟을 찾게된다.

그래서 모기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통 신진대사가 활발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여기에  '어린 아이'가 포함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열이 많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모기에 잘 잘 물리게 된다.

또한, 모기는 산란기 외에 꽃의 꿀이나 과즙 등을 주식으로 한다. 그래서 달달한 향기에 잘 끌리므로 향수를 뿌리거나 단 음식을 많이 먹는 경우에 모기에 물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 인터넷 검색 내용.

이를 우리집 아이들 상황에 견줘보았다. 

1. 전보다 제법 날씨가 선선해진 것 같아 낮에는 에어컨을 거의 켜지 않았다.
2. 아이들은 평상시처럼 집안 여기저기를 다니며 여러가지 놀이를 하였다.
3. 방학이 되어 늦게 자는 아이들은 늦은 밤까지 달달한 간식들을 먹었다.
4. 늦은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둘째 아이의 끈적한 등을 만지고는 다소 놀랐다.
5. 늦었지만 씻으라고 아이들에게 제안하였지만, 엄마의 제안을 거부하였다. 
6. 둘째와 셋째는 그렇게 양치질만 하고 잠이 들었다.
7. 밤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아서 나는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


에어컨을 안 켰으니 집안이 다소 습했을 수 있고, 아이들의 땀과 체취는 내가 직접 느꼈다. 늦은 밤에 달달한 간식을 먹겠다는 아이들을 나는 굳이 막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들이 '모기에게 잘 물릴 수 있는 환경과 특징'이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그런 상황에서도 순간적인 촉이 발동하여 이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기가 곧 기회이다. 나는 유독 많이 물린 둘째 아이에게 차분히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왜 모기한테 많이 물린 건가 생각해 봐. 일단 안 씻었으니 냄새가 나고 땀이 나서 끈끈하니까 모기가 온 것이고, 자기 전에 그렇게 주스같은 단 음식을 많이 먹었으니 모기가 단 음식 먹은 사람을 좋아하니까 오게 된 거지. 봐봐 .너희 둘만 그렇게 되었잖아. 엄마 아빠는 안 물렸거든.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잘 씻고, 단 음식도 자기 전에는 덜 먹고 그래야겠다. 그치?"
"그래? 알겠어. 꼭 씻을 거야. 꼭 씻기는 할 건데, 이 모기를 진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렇게 예상치 못했던 모기의 공격으로 고통을 겪은 아이들은 어제와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여주었다. 나는 화를 내거나 강요를 하지도 않았지만, 아이들은 밤이 되자, 자발적으로 샤워를 하겠다고 말하였다.

벌레에 물리면 유난히 심하게 붓는 아이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이 와중에 난 불현듯 조금 다른 차원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이런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그야말로 경험에 의한 교육효과는 상당히 높다'는 생각이 하게 되었고 마침 존 듀이(John Dewey)라는 철학자이자 교육학자가 떠올랐다. 

교육학에 등장하는 그는 '실제 생활을 통해 배운다'는 'learning by doing(행함으로써 배운다)'이라는 명언을 남긴 분이다. 그의 이론의 핵심은 바로 '경험'이다. '계속적인 경험에 의한 재구성' 즉, 경험을 계속해서 재구성해가며 인간은 성장한다는 것이 듀이의 기본 철학이다.

그의 경험은 일차적 경험과 이차적 경험으로 나뉘는데, 일차적 경험은 별 생각없이 하는 단순한 경험을 말하고, 이차적 경험은 이러한 일차적 경험을 반성적 사고를 통해서 새롭게 구조화시키게 되는 경험이다. 

삶의 철학 = 경험을 통한 깨달음

이것은 참으로 내가 지향하는 삶 그리고 나의 철학과도 통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나는 생각하거나 원하는 것이 있다면, 두렵더라도 반드시 도전하고 경험해야만 한다는 소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과거에도 그렇게 살기 위해서 애를 많이 썼고 지금도 나름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나는 후회라는 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 

최근 나는 짧은 기간에 좋거나 나쁘거나 황당하거나 등등 다채로운 일들을 겪은 것 같다. 이러한 일차적 경험을 통해서 나는 그동안 반성하고 성찰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는 이차적 경험의 과정에 들어서있다.

이 모든 경험을 통해서 나는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 지금의 이 '성찰과 깨달음'의 과정이 우리 인생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최선과 바쁨이라는 미명하에 이 중요한 깨달음을 놓치고 살았던 것이다. 이 또한 최근 나의 성찰의 결과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까지 썼던 기사들을 회상해보게 된다. 나의 삶 속의 다양한 에피소드 속에서 나는 늘 무언가를 반성하거나 깨달음을 얻고 있다. 이러한 성찰과 깨달음의 과정을 통해서, 나는 '눈 앞의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서 나와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달렸던 과거의 나'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것 또한 지금 나에게는 참 감사하고 소중하다.

우리 아이들은 모기에게 물린 경험을 통해 단 하루 만에 나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오늘 나의 '일차적 경험'이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서 계속적으로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을 나는 어떻게 가르치고 키워야 하는가?' 이 답을 찾아가는 것이 내 인생의 '이차적 경험'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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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크고 작은 이야기를 전하는 행복예찬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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